코로나

계급장 떼고 자만 없이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0. 15. 06:58

계급장 떼고 자만 없이


꼭 만나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대체로 성향이 비슷한 사람이다. 또한 인생관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이다. 만나서 차를 매개로 하여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에스엔에스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거의 대부분 페이스북 사람들이다. 2017년 페이스북에 발을 디딘 이래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했다. 자주 접하다 보니 낯익은 이름이 많다. 그러나 모두 가상의 사람들일 뿐이다.

에스엔에스 사람들은 전기가 나가면 허상이 된다. 전원을 공급해 주어야 그제서야 작동되는 사람들 같다. 이런 것은 줌모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요즘 줌모임이 대세이다. 코로나펜데믹으로 인하여 대면모임을 할 수 없다. 대안으로 비대면 줌모임이 크게 활성화되었다. 오프라인에서 보았던 사람도 있지만 신규회원인 경우 처음부터 모니터에서만 보게 된다.

줌모임에서 처음 본 사람들은 낯설다. 영상과 음성이 제공되어서 대면모임과 다름없지만 무언가 빠진 것처럼 부족하다. 정서적 공감대가 없는 것이다.

대면모임 없이 줌모임만 계속 갖는다면 어떻게 될까? TV속 사람을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 대면모임을 가져서 대화도 하고 밥도 함께 먹어야 한다. 한번 안면 익혀 놓으면 백번, 천번, 줌모임을 가져도 정서가 공유된다.

펜데믹이 끝나면 줌모임은 어떻게 될까?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펜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줌모임만 계속하면 정서적 교류가 없어서 쉽게 흩어질 것이다. 대면모임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로 본다.

줌모임에서 화질은 좋지 않다. 그저 형체만 보여줄 뿐이다. 목소리도 들리지만 한정적이다. 비대면 모임만으로는 그사람을 알 수 없다. 그사람을 알고자 한다면 직접 대면 해야 할 것이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페이스북은 실시간 소통을 특징으로 한다. 이런 면으로 보았을 때 줌모임에서 본 사람들 보다는 좀더 리얼하다. 대면만 안했을 뿐이지 문자로 소통하다 보면 정서도 공유된다. 그러나 무언가 부족하다. 2프로가 아니라 20프로 부족한 것 같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모임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나의 경우 가능했다. 오랜 세월 블로그 활동했는데 블로그친구를 만든 것이다. 많지는 않다. 몇명 된다.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 공감표시한 사람들과 만남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동시에 운용하고 있다. 글을 쓰면 동시에 올린다. 두 매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블로그는 사적영역이고 페이스북은 공적영역이라고 본다. 가장 큰 차이는 실시간소통이다. 실시간으로 소통되는 페이스북은 또하나의 현실과 다름없다.

꿈속 사람둘은 꿈이 깨면 만날 수 없다. 페이스북 사람들도 꿈속사람들 같아서 전원을 끄면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나의 삶에 영향을 준다. 남겨 놓은 문자에 따라 희로애락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거의 현실이나 다름없다.

페이스북에서 소통하다 보면 40년 지기보다 더 반가울 때가 있다. 학교 동기카톡방이 있지만 거의 소통이 없다. 대부분 침묵모드이다. 일년에 몇 차례 오프모임이 있어서 서로 늙어 가는 것을 확인한다. 이에 반하여 페이스북에서는 한번도 만난적 없지만 '좋아요'추천과 댓글을 통하여 빈번하게 교류한다.

수많은 페이스북친구가 있다. 오프에서 안면 있는 사람의 경우 실제 대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치 40년 지기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은 정서적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처음부터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사람들은 한계가 있다. 아무리 '좋아요' 추천을 누루고 댓글을 달아도 전원끄면 사라지는 꿈속의 사람일 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백번, 천번, 만번 가상공간에서 교류하는 것보다 현실공간에서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 이런 면으로 본다면 한번 만나야 한다. 만나서 차라도 한잔 하며 얘기하다 보면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다.

가상공간의 친구는 꿈속의 친구일 뿐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끊어 버리면 그만이다. 귀찮게 하면 차단해 버린다. 주소록에서 지워 버리는 것과 같다. 공감한다면 계속 '좋아요' 추천하고 댓글로서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친다면 꿈속의 사람일 뿐이다.

꿈을 현실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나야 할 것이다. 페이스북 친구도 만나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 한번 만남을 가진 것과 아닌 것과는 차이가 크다. 만남 없는 친구는 꿈속의 사람이지만 한번 만남을 갖는다면 현실의 사람이 된다.

오늘 만남이 있는 날이다. 페이스북친구를 만나는 것이다. 서울모임에 초대받았다. 그동안 페이스북에서만 소통해 왔는데 대면모임 갖는 날이다. 그러나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안면 트는데 의미를 갖는다. 한번 얼굴 본다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이다. 꿈속 사람을 현실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야 한다. 집에만 있으면 고립된다. 집에만 있으면 누워 있기 쉽다. 누우면 죽음의 길로 가게 된다. 살려거든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거리로 나가 사람을 만나야 한다. 사람을 만나서 우정을 쌓아야 한다.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나이를 따지면 친구가 될 수 없다. 지위를 따져도 친구가 될 수 없다. 오프모임은 계급장 떼고 만나는 것이다. "내가 누군데"라는 자만심 없이 만나는 것이다. 오늘 꿈속의 사람들 만나는 날이다. 계급장 떼고 자만없이 만나는 날이다.

2021-10-1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