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들기

35권 진흙속의연꽃 2012 I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0. 21. 17:15

35권 진흙속의연꽃 2012 I

 

 

오래 전에 써 놓은 글을 정리하고 있다. 한권의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편집을 해야 한다. 특정시기의 특정카테고리에 실려 있는 글을 묶는 작업을 말한다. 목차를 달고 서문을 쓰면 책의 형식을 갖추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9년전에 쓴 글을 정리작업하고 있다. 2012년에 쓴 일상에 대한 글이다. 과거에 써 놓은 글을 빠른 속도로 스캔해 보면서 그때 당시와 생각이 크게 바뀌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이후로도 수많은 글을 썼지만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에 쓴 글을 보면서 과거의 일이 떠오른다. 더구나 사진까지 곁들여 있으니 기억이 생생하다. 세월은 훌쩍 흘러 9년의 세월이 지나갔건만 나는 변한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매일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 그런가? 어제의 글이 다르고 오늘의 글이 다르기 때문이다. 똑 같은 글은 없다. 이렇게 본다면 매일매일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남아 있는 번뇌는 여전하다.

 

페이스북을 보면 과거를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일년전 오늘 올렸던 것을 다시 올려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어떤 이는 수십년 전에 사진 찍었던 것을 올려 놓기도 한다. 젊은 시절 모습이 담긴 사진을 말한다. 과거로 돌아 가고 싶은 것일까?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과거 이야기는 좀처럼 올리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지나간 과거로 돌아 갈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추억을 회상해 본다고는 하지만 좋았던 것보다는 쓰린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항상 현재를 살고자 한다.

 

나의 나이는 많은 것일까? 분명한 사실은 십년전에도 많다고 생각했다. 이십년전에도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십년만 젊었더라면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지금은 그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과거에 써 놓은 글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방송에서 들은 것이 있다. 잘 나가던 사람이 어느 날 모든 것을 다 그만 두고 산중에 들어갔다. 마치 자연인처럼 사는 사람이다. 그에게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지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대신 지금이 좋다고 했다. 그는 나이가 든 것에 대하여 이만큼 확보했으니 지금이 좋습니다.”라고 했다.

 

과거로 돌아가고픈 사람이 있다. 대개 내가 십년만 더 젊었으면이라고 말한다. 이는 현재가 불만족스러운 사람들이 해당된다. 과거에 이룬 것이 없을 때 인생을 다시 시작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룬 것이 많은 사람들은 굳이 돌아가고자 하지 않을 것이다. 법륜스님도 그렇게 말했다.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과거로 되돌아 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말한다. 스님은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했다. 자신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이 좋다고 했다. 왜 그럴까? 과거를 기반으로 하여 차곡차곡 쌓아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젊어서 청정한 삶을 살지 않고

재산도 모으지 못했으니

쏘아져 버려진 화살처럼,

누워서 옛날을 애도한다.”(Dhp.156)

 

 

옛날에 좋았던 일을 생각하는 자는 현재가 불만족스러운 자이다. 대개 내가 왕년에라며 말을 하기 쉽다. 이런 사람들은 과거 빛나던 시절이 그리울 것이다. 그래서 그 시절로 되돌아 갔으면라고 생각 한다. 젊은 사람을 보면 부러운 눈초리로 내가 십년만 젊었다면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엄혹한 현실만 있을 뿐이다.

 

한번 쏘아져 버려진 화살은 재사용하기 힘들다. 숲으로 날아가서 어딘가에 떨어져 있는 화살을 찾아서 재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음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목숨을 다한 뒤에 죽음을 만나면 다시 일으켜 다시 살아날 수 없다.

 

옛날을 애도하는 사람은 마치 쏘아져 버려진 화살과도 같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옛날을 회상하는 일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행하고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고 놀고 한 것에 대하여 우리는 이와 같이 먹었고, 이와 같이 마셨다.’라고 애통해하며 회상하고 후회하며 누워 있게 된다.”(DhpA.III.132-133)라고 하는 것이다.

 

유튜브에 법륜스님의 영상은 무척 많다. “십년만 더 젊었더라면에 대한 유튜브를 찾아보려 하였으나 너무 많아서 포기했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법륜스님은 과거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좋은데 굳이 과거로 돌아 가고 싶은 이유가 없을 것이다. 아마도 매일매일 새로운 날일 것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역사가 쓰여 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글을 쓰는 것도 매일매일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과 같다. 비록 이름 없는 보통불자의 일상에 대한 기록이긴 하지만 매일매일 쌓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말하면 인생을 확보하는 삶을 말한다.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상실되는 삶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아가는 삶을 말한다.

 

사람들은 나이 먹는 것에 대하여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세월이 빠름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과거에 확보해 놓은 것이 있다면 나이가 먹어 감에 따라 차곡차곡 쌓는 삶이 될 것이다. 불교인이라면 보시공덕, 지계공덕, 수행공덕의 삶이 될 것이다.

 

매일 매일 공덕 짓는 삶을 산다면 매일매일 축적되는 삶을 사는 것과 같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선업공덕은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왕자여, 계행을 갖추고 선한 원리를 갖춘 수행자들이나 성직자들은 오랜 세월 머무르면 머물수록, 많은 공덕을 낳습니다.”(D23)라고 했다. 이와 같은 축적된 삶을 살았을 때 날마다 새로운 날이고, 날마다 좋은 날이 될 것이다.

 

과거에 써 놓았던 것을 정리해 보았다. 이번에 만든 책은 35번째 책으로 제목을 진흙속의연꽃 2012(I)’로 정했다. 이는 201211일부터 412일까지 모두 32개의 글을 모아 놓은 것으로 420여페이지에 달한다.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성도절과 유엔웨삭데이

2. 종교평화선언에 대한 어느 포교사의 외침

3. 아쇼카선언문이 왜 굴욕적인가

4. 붓다의 호흡법 아나빠나사띠

5. 민주통합당 새지도부 후보자들의 불교와의 인연은

6. 조계종 총무원장선거를 모바일로

7. 가족간의 갈등에 대한 불교적 해법

8. 불교계의 힘부터 길러야, 사통위와 종교평화선언

9. 담마에 의한 정복, 아소까의 담마위자야

10. 자승 총무원장관련 의혹 9가지

11. 자연재해와 인과응보론

12. 종교평화선언이 정치적 거래인 이유

13. 지금은 무신론시대

14. 빚독촉브로커와 파산한 벤처사업가

15. 총무원장관련 추문

16. 종교평화선언과 불적(佛敵)

17. 한국불교의 자기정체성 제고

18. 아오자이의 추억과 베트남 불교

19. 지금은 잡인(雜人)들 전성시대

20. 출가자의 밥값

21. 제주도는 거대한 항공모함

22. 히지리()라고 불리우는 성인

23. 철밥통은 깨져야

24. 도법불교와 생명평화경

25. 용화선원 송담스님의 불교방송 법문을 듣고

26. 스승이 없는 불자들에게

27. 경멸하듯이 툭 던지는 말 “예수님 믿으세요”

28. 담마(Dhamma)대학을 만들자

29. 폭탄이 터졌을 때, 연민과 업자성정견

30. 청개구리 중앙종회기사를 읽고

31. 투표소 입구에서 본 천안함 2주기 추모 표지판

32. 승리는 원망을 낳고

 

35권 진흙속의연꽃 2012 I.pdf
3.44MB

2012년에 쓴 일상에 대한 글을 보면 주제가 다양하다. 일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위주로 적은 것이긴 하지만 시국에 대한 것도 있고 불교개혁에 대한 것도 있고 정치에 대한 것도 있다. 그때 당시 글을 쓰면서 이렇게 시국에 대한 것도 써 놓으면 역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사를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 것이다.

 

2012년 당시 나는 어떤 상황이었을까? 오십대 전반의 나이로 지금보다 젊을 때이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변함없다. 번뇌는 그대로이다. 한가지 변하지 않은 것은 오로지 쓸 뿐이다. 그래서 매일매일 하루 한개 또는 한개 이상 긴 글을 썼다. 그것이 고스란히 남아서 오늘날 한권의 책으로 만들게 되었다.

 

과거는 지나갔다. 미래는 오지 않았다. 오로지 현재만 있다. 그러나 현재는 잡을 수 없다. 찰나찰나 변하는 현재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현재를 살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현재를 즐겨라!”라고 말한다. 지나가면 후회한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현재를 말했지만 현재를 즐기라고 하지 않았다. 부처님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도 말고 미래도 바라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과거는 이미 버려진 것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리고 현재 일어나는 상태를 그때 그때 잘 관찰하라.”(M131)라고 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현재를 즐기지 말고 수행하라는 것이다.

 

항상 부처님 가르침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9년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지금 이 자리에서 똑같이 자판을 치고 있었다. 다만 세월만 지나 갔다. 그러나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그대로이다.

 

지금까지 써 놓은 글을 보면 십년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설령 십년전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똑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법륜스님이 십년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과 같은 마음이다. 이만큼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계속 쌓아 나가는 삶을 살면 되는 것이다.

 

앞으로 십년후 나의 모습은 어떠할까?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다. 어제 했던 일을 오늘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십년전에 했던 일을 십년후에도 똑같이 할 것이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2021-10-21

담마다사 이병욱

 

'책만들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7권 진흙속의연꽃 2012 III  (0) 2021.11.01
36권 진흙속의연꽃 2012 II  (0) 2021.10.27
멈출 수 없는 삶의 흔적 남기기  (0) 2021.10.04
34권 담마의 거울 2012 III  (0) 2021.09.28
33권 담마의 거울 2012 II  (0) 2021.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