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권 진흙속의연꽃 2012 III
지난시절을 돌이켜 보니 2012년에 글을 무척 많이 썼다. 일상에 대한 글뿐만 아니라 담마에 대한 글도 많다. 오로지 집과 일터만을 왕래하며 살았기 때문에 글쓰기에 올인하는 삶이었다. 그렇다고 글만 쓴 것은 아니다. 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생업에 관한 일을 했다.
사람들은 지난 시절을 후회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지내 놓고 보니 남는 것이 없다고 느껴졌을 때 허무하다고 할 것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후회 없는 삶을 살고자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글을 남기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았다.
2012년은 그야말로 미친듯이 쓴 것 같다. 블로그에 올린 것을 다운 받아 저장해 두었는데 매우 방대하다. 사백페이지 분량의 책으로 열권 이상 될 것 같다. 거의 일년 삼백육십오일 하루종일 글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책을 만들면서 드는 생각이다. 그때 당시에는 오로지 쓰기만 했을 뿐 책으로 엮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먼 훗날 어느 때인가 책으로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침내 시절 인연이 되어서 이렇게 책으로 내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서문을 쓰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서 지난 시절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2012년 당시 이렇게 많은 글을 쓴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담마에 대한 확신이었다. 니까야를 보고 아비담마를 보고 청정도론을 보았을 때 “이것이 불교이다.”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하늘과 땅이 열리는 것 같았다. 글로서 표현하지 않고서는 가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경전을 근거로 하여 글을 쓰다 보니 방대해졌다. 2012년 5월부터 6월까지 두 달 쓴 글에 대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한글 삼귀의문은 개정되어야
2. 한글삼귀의문 무엇이 문제인가?
3. 반승반속(半僧半俗)과 비승비속(非僧非俗)
4. 출재가의 역할분담론
5. 눈물의 다짐
6. 오늘도 내일도 쓸 뿐, 누적조회수 300만명을 맞이 하여
7. 장미원은 지금 축제중
8. 구글의 불교무시정책
9. 부처님오신날의 산사음악회
10. 힘겹게 산길을 올라가는 노보살
11. 피함에 의하여 끊어지는 번뇌
12. 신비체험현상에 대하여
13. 종단과 승단을 분리해야
14. 눈을 내리 뜨고 멍에의 길이만큼
15. 총무원은 종교단체인가 이익단체인가
16. 나이브 아트작가 김반석의 글그림
17. 번뇌탈출과 빠알리 게송 암송하기
18. 수행자와 학벌
19. 그들만의 리그 청개구리리그
글에서는 한국불교 현실에 대한 것이 많다. 교계신문을 보고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해 본 것이다. 그런 것중의 하나가 13번 글 ‘종단과 승단을 분리해야’(2012-06-03)라는 제목의 글이다.
종단과 승단을 왜 분리해야 할까? 이에 대하여 마성스님의 글을 참고했다. 마성스님은 스리랑카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스리랑카는 종단과 승단이 분리되어 있어서 범계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글에 매우 공감하여 나름대로 한국불교 개혁방안을 생각해 보았다. 한국불교에서도 스리랑카처럼 종단과 승단을 분리하여 운용해보자는 것이다.
일개 블로거가 한국불교 개혁에 대하여 글을 썼다고 하여 채택될 일 없다. 그럼에도 이런 아이디어가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도박사건 등으로 인하여 한국불교가 망신을 당하고 있을 때 유일한 대안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종단과 승단의 분리는 어떤 것인가? 종단은 사부대중의 종단을 말하고, 승단은 비구와 비구니의 승단을 말한다. 여기서 사부대중 종단의 운영은 재가자가 하는 것이다. 스님들은 감사만 하면 된다. 승단은 스님들의 승가이기 때문에 재가자는 참여할 수 없다.
종단과 승단을 분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승단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불교에서 도박 등 승풍실추 행위가 연달아 나오는 것은 견제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부대중의 승단을 사부대중의 종단이 견제하는 것이다.
종단과 승단의 분리운영에 대한 것은 이후 재가불교활동 할 때 여러 번 제시했었다. 그러나 바뀌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스리랑카에서도 정착되는데 백년이 걸렸다. 그럼에도 글로서 남기고자 했다. 이렇게 글로 남겨 놓으면 언젠가 누구에겐가 자극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목차에서 17번항 ‘번뇌탈출과 빠알리 게송 암송하기’(2012-06-26)가 있다. 열어 보니 망갈라숫따(Sn2.4)를 외운 것에 대한 기록이다. 빠알리어 게송을 외우면 번뇌탈출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쓴 것이다. 이런 생각은 요즘도 여전히 유효 하다.
빠알리 게송을 암송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글에서는 여섯 가지 이점으로 설명해 놓았다. 첫째, 게송암송하기를 하면 잡념이 생기지 않는다. 둘째, 게송암송하기를 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게 된다. 셋째, 게송암송하기를 하면 기억력이 좋아 질 수 있다. 넷째, 게송암송하기는 언제 어느 때나 할 수 있다. 다섯째, 게송암송하기를 하면 겸손해진다. 여섯째, 게송암송하기를 하면 바른 자세가 나온다.
암송이득 여섯 가지를 보니 내가 쓴 것 같지 않다. 어디서 본 것을 옮긴 것일까? 그런 것 같지 않다. 그때 당시 생각을 솔직하게 쓴 것이다. 내가 써 놓고서도 새롭게 보이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내가 써 놓은 글을 보고서 스스로 대견 해하는 것 같다.
이렇게 책의 서문을 쓰게 됨에 따라 책이 또 하나 만들어지게 되었다. 복사하는 곳에 의뢰하면 삼일 지나서 책의 형태로 나올 것이다. 그때 미친듯이 쓴 것이 이제 결실을 맺는다. 누가 보든 안보든 오로지 썼을 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쓰다 보면 오전이 다 가고 하루 해가 다 갔다. 하루를 헛되이 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다. 동시에 게송 암송하기도 병행했다. 요즘은 행선과 좌선도 병행하고 있다. 글쓰기와 게송외우기, 수행하는 것이 점차 하루일과가 되는 것 같다. 노년이 되면 이것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2021-11-0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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