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니까야모임

연희동 찻집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0. 29. 18:04

연희동 찻집에서

 

 

서울은 넓다. 인구 천만이 사는 서울은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 많다. 생소한 지역도 많다. 서울 서쪽 지역은 익숙하지 않다. 서울 동북쪽 변두리에서 살았기 때문에 서대문구는 낯설다. 연희동도 그런 곳이다.

 

오늘 오전 연희동찻집으로 향했다. 금요니까야 원년모임 멤버들 모임이 있는 날이다.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모임이 예정되어 있다. 삼주전에 계획된 것이다. 작년 우실라 사야도를 공양청하여 청식(請食)했던 그 찻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안양에서 연희동 찻집이 있는 삼성빌라까지는 28키로 1시간 10분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오전 러시아워 시간을 피해서 가기 때문에 시간이 짧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서부간선도로가 지하화 되었기 때문에 빨리 갈 수 있었다. 무려 10키로 가까이 되는 지하도로가 생겨난 것이다. 당연히 요금은 비싸다. 통행요금은 2,500원이다.

 

연희동 찻집은 스위스그랜드 호텔 뒤에 있다. 완만한 경사길을 주욱 가다 보면 산과 연결되어 있는 끝자락에 빌라가 있다. 그곳이 약속장소이다. 찻집은 아파트를 개조하여 만든 것이다. 각종 소모임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아파트 찻집은 오늘 우리 일행이 마지막 손님이 되었다. 다음달 11월 중순에 인사동에 새로 찻집을 오픈하기 때문이다. 수도약국 부근이라고 한다. 찻집 이름은 오천재로 지었다고 한다.

 

금요모임 원년멤버 점심모임을 생각하게 된 것은 전재성 선생이 미국에서 돌아왔기 때문이다. 전재성 선생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가량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다 귀국했다. 이에 따라 금요니까야 모임도 재개 되었다.

 

점심모임을 추진한 것은 오랜 만에 보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공양을 하고 싶었다. 도현스님과 함께 하는 공양모임이다. 그래서 모두 6명 참석하는 점심식사 모임을 추진했다.

 

 

여섯명 중에는 비슷한 또래가 세명 있다. 나이는 차이 있을지 모르지만 세명은 같은 학번이다. 같은 학번이라는데서 동질성을 발견했다. 마치 동기모임 멤버들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식사비용은 나와 B선생이 반반씩 부담했다. 찻집을 하루 빌리는 비용도 포함된 것이다. 먼저 B선생에게 의견을 물었다.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B선생은 평소 스님들에게 공양청하기를 즐겨 하고 있기 때문에 의견을 구한 것이다.

 

올해 5월 스승의 날에 고양 스타필드 네팔식당에서 전재성 선생과 점심모임을 가진 바 있다. 그때 B선생도 참석했고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수행했던 K선생도 참석했다. 그때 K선생으로부터 수행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때 모임에서 꽃다발과 선물을 전달했다. 보시금도 함께 전달했다.

 

불교에서는 보시공덕을 강조한다. 평소 존경하는 사람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선물을 하고 보시를 하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이런 것을 실천해 보고 싶었다. 가장 먼저 전재성선생과 식사하는 것이다. 이는 금요모임에서 설명을 듣기 때문이다.

 

금요니까야 모임은 매달 두차례 열린다. 두시간 동안 경을 합송하고 설명을 듣고 토론하는 식이다. 이런 모임은 좀처럼 볼 수 없다.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하여 2016년 이후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그리고 후기를 남기고 있다.

 

전재성 선생으로부터 담마를 듣는 것은 개인적으로 커다란 행운으로 본다. 그래서 말하는 것 한마디 한마디 놓치지 않고 노트해 둔다. 후기 쓸 때 참고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식사모임을 만든 것이다.

 

 

아파트찻집 분위기는 좋다. 다른 팀은 없다. 오로지 우리 팀만 있어서 마치 가정집에 있는 것 같다. 아파트찻집에는 각종 소품이 많아서 마치 차기박물관 같다. 거문고도 있고 각종 진귀한 물품들이 많다. 찻집 주인에 따르면 박물관을 차리려고 했다고 한다.

 

찻집 주인은 오랫동안 차와 관련된 일을 해오고 있다. 다도에 대한 교육도 했다고 한다. 이번 모임에서는 음식도 손수 준비했다. 비프스테이크로 한 것이다. 육질이 부드러운 것을 보니 최상급인 것 같다.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자따까 번역에 대한 것이다. 현재 번역은 다 끝났고 편집 작업 중에 있다고 한다. 한두달 후에는 교정에 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교정이 완료되면 내년에는 출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자따까는 방대하다고 한다. 외국에서 번역해 놓은 것을 보면 500페이지 분량에 6권이라고 한다. 놀랍게도 독일에서는 1921년에 독역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보다 100년 앞서는 것이다. 맛지마니까야도 우리나라보다 100년이 앞선다. 니까야 번역에 관한한 독일은 선진국인 것이다.

 

자따까에 관심이 많다. 미얀마에서는 재가불자들에게 자따까가 가장 인기 있는 불경이라고 한다. 아마도 재가불자들에게 교훈적인 이야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자따까는 가장 늦게 성립된 경으로서 대승경전이 출현하기 바로 이전 경전이라고 한다. 이는 자따까가 십바라밀에 의한 보살사상이 구현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따까에 대한 기대가 크다. 부처님 전생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수행에 대한 것도 많다고 한다. 십바라밀을 중심으로 한 가르침이라고 한다. 또한 자따까는 유럽의 이솝우화와 안데르센 동화의 원형이라고 한다. 내년 자따까가 출간되면 한국불교는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갖가지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페터선생 이야기도 있었다. 전재성 선생은 페터선생이 편지를 보낸 것을 보여 주었다. 다섯장에 열페이지인데 손으로 쓴 것이다.

 

 

페터선생은 컴퓨터도 사용할 줄 모르고 스마트폰도 없다고 한다. 한자한자 꾹꾹 눌러쓴 것을 보니 마치 중세시대 필사를 보는 것 같다. 올해 나이는 84세 가량이라고 한다. 거지성자 이후 페터선생 이야기를 써야 하나 아직까지 나오지 못하는 것은 번역에 바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도현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한국불교 스님들의 노후가 매우 심각한 것임을 알았다. 나이 든 비구니 스님들이 갈 곳이 없다고 했다. 몸이 아프거나 병이 들었을 때 마땅히 머물 곳이 없는 것이 현재 한국불교 현실이라고 한다.

 

스님들의 노후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종단에서 스님들의 노후복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대난망인 것 같다. 스님들은 각자도생해야 한다. 연고가 있는 스님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도현스님 고민이 깊다. 도를 닦기 위해 출가했으나 요즘은 이것저것 너무 바쁘다고 한다. 그래서 번뇌도 많다고 한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은 비구니스님 노후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요양원 형식으로 복지센터 건립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오후 3시가 되자 모임이 끝났다. 어느 점심 모임이든지 오후 3시가 한계인 것 같다. 오후 3시가 넘으면 해산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준비한 선물을 건냈다. 도현스님은 나에게 꿀을 선물했다. 무려 1.2키로나 되는 것이다.

 

전재성 선생에게 고구마 한박스를 선물했다. 해남에서 올라온 해남고구마이다. 집에는 고구마가 너무 많아서 나눌 수밖에 없는데 마침 잘 된 것이다. 각자 준비한 선물을 건네 주었다.

 

공양청 형식으로 식사모임을 만들었다. 이런 것도 청식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길을 가는 도반들의 모임이다.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담마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존경하는 것과 겸손한 것,

만족과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

때에 맞추어 가르침을 듣는 것,

이것이야말로 더없는 축복입니다.”(Stn.265)

 

인내하고 온화한 마음으로

수행자를 만나서

가르침을 서로 논의하니,

이것이야말로 더없는 축복입니다.”(Stn.266)

 

 

2021-10-2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