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아산 마하위하라 까티나축제 현장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1. 8. 08:04

아산 마하위하라 까티나축제 현장에서


세상을 혼자서만 살 수 있을까? 자연인처럼 깊은 산중에서 고립되어서 살 수 있을까? 자연인이라도 완전한 자급자족은 가능하지 않다. 쌀은 사먹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관계를 맺고 살지 않을 수 없다.

어제 11 7일 마하위하라에 갔다. 까티나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스리랑카 불교공동체 최대 축제의 날이다. 흔히 가사공양의 날이라고도 한다. 이는 부처님의 탄생, 성도, 열반을 기리는 웨삭, 즉 붓다의 날과 함께 테라와다불교 최대 축제의 날이기도 하다.

네비를 보니 마하위하라가 있는 아산까지 68키로 50분 걸린다. 심리적으로 먼거리로 생각했으나 시간적으로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일요일 아침시간 때문일 것이다. 또한 도로가 잘 발달되어 있는 이유도 있다.

안양에서 아산까지 가는데 여러 고속도로를 거쳤다. 새로 생겨난 것도 많다. 지도를 보거나 이정표를 보고 찾아 가는 시대는 지났다. 네비게이션 가자는대로 가야 한다. 막힘없이 제한최고 속도로 남으로, 남으로 가다 보니 벌판 가운데 우뚝 서있는 마하위하라에 도착했다.

 


마하위하라는 한국속의 스리랑카이다. 도착하자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오늘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에는 둥글둥글 꼬부랑꼬부랑 스리랑카 문자가 눈에 띈다. 싱할리어 문자를 말한다. 구전되어 온 삼장을 기록한 문자이다. 오늘날 빠알리삼장을 볼 수 있는 것도 이천년도 전에 이런 문자로 기록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위대한 문자가 된다.

마하위하라에 오면 스리랑카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날 축제의 날을 맞이하여 스리랑카 사람들이 모이는 날이다.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이다. 수만명 된다고 한다. 마하위하라에서는 이주민노동자들에게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한시간 일찍 도착했다. 행사는 10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다. 마하위하라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작년 과는 다른 모습이다. 매년 발전하는 것 같다. 작년과 크게 다른 것은 식물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열대식물원을 말한다. 놀랍게도 파파야가 익어 가고 있었다. 파초처럼 생긴 커다란 야자수도 있었다.

 


식물원에는 열대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진귀한 열대수가 많다. 왜 만들어 놓았을까? 스리랑카 이주민들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결정적으로 보리수신앙 때문인 것 같다. 식물원 중앙에는 작은 보리수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보리수는 법당에서 가져온 것이다. 3년전 마하위하라를 처음 방문했을 때 법당 안에서 작은 보리수가 자라고 있었다. 마하위하라가 생긴 첫해 방문해서 후기를 남겼는데 블로그에 보면 그때 그 보리수가 있다. 그런데 보리수가 커짐에 따라 옮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의 겨울은 춥기 때문에 얼어 죽을 수 있다. 그래서 식물원을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보리수가 불자들 신앙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스리랑카에서 보리수는 마치 한국에서 석탑과도 같은 위치에 있다. 부처님이 정각을 이룬 나무라고 하여 신성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작은 보리수 앞에는 참배할 수 있도록 단이 마련되어 있다. 이런 것도 이주민들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배려라고 본다.

마하위하라 가사공양의 날에는 스리랑카 이주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불자들도 다수 참석했다. 점심 때 밥 먹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20명가량 된다. 그 중에는 담마와나 선원 불자들도 참석했다.

 

 

작년에 온 사람도 있고 처음 온 사람도 있다. 호기심으로 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사공양을 목적으로 온 것이 가장 크다. 부처님 당시부터 지금까지 어느 불교전통을 막론하고 안거를 끝낸 수행승들에게 가사를 공양하면 커다란 과보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스리랑카 까티나 축제는 타국 불교공동체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이다. 의정부에 있는 태국의 담마까야 까티나법요식에도 참석해 보았다. 그리고 미얀마 방식 까티나법요식에도 참석해 보았다. 그런데 스리랑카 방식이 가장 이국적이다. 마치 부처님 당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무엇보다 빠알리 챈팅이 그렇다. 예경문과 삼귀의, 오계 등을 챈팅할 때 독특한 운율은 듣는 것만으로도 충만되는 것 같다. 아마 부처님 당시에도 이런 운율로 챈팅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빠알리 챈팅할 때 유인물은 없다. 스리랑카 불자들은 모두 암기하고 있는 것 같다. 오계와 삼귀는 물론 삼보예찬문도 줄줄 암송한다. 아마도 불교가 생활화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사공양 식순은 작년과 같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스리랑카 스님들을 초청하여 까티나 의식을 행하는 것이다. 안거를 끝낸 스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기도 하다. 가사공양은 한달 이내에 한다. 음력으로 9 16일에서 10 15일까지 한달 기간인데 하루 날 잡아 행사를 치룬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10월 중순에서 11월 중순까지 해당된다. 재가불자들은 공덕짓기에 이보다 좋은 날은 없다.

 


이번에 한국불자들은 특별대우를 받았다. 마하위하라 창건주 담마끼띠 스님과 집단 차담이 이루어진 것이다. 행사가 끝난 후 법당 바로 옆에 있는 차실에서 모임이 이루어졌다. 마하위하라를 찾은 한국불자들을 위해서 담마끼띠 스님이 특별하게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차담하면서 많은 대화가 오갔다. 한국어가 유창한 담마끼띠 스님은 한국사람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는 것 같다. 어느 경우에서나 막힘도 없고 걸림도 없다.

 


게송외우기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경을 암송할 때 빠알리 원문으로 외우면 힘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질문한 것이다. 스님은 두 가지를 들었다.

원문을 독송하는 이유 하나는 천신이 보호해 준다는 것이다. 부처님 당시부터 외워왔기 때문에 죽어서 천신으로 태어난 자 많을 것이다. 천신은 인간과 달리 수명이 길다. 또한 특별한 능력이 있을 것이다. 원문으로 챈팅하면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말로 해석한 것을 독송할 수도 있다. 천신은 능력이 있기 때문에 모두 알아 들을지 모른다. 그러나 빠알리어는 부처님 당시 민중어이다. 부처님은 민중어로 설했기 때문에 원문으로 독송하면 훨씬 더 감응할 수 있고 또한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문을 독송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것이다. 이는 원문으로 챈팅하면 힘을 받는다는 말과 같다. 천신의 도움으로 온갖 장애를 극복할 수 있음을 말한다. 이는 경전적 근거도 있다. 디가니까야 32번 경에서 사대왕천의 벳싸바나 대왕이 부처님에게수행승들과 수행녀들과 재가의 남자신도들과 재가의 여자신도들이 수호되고 보호되고 해코지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세존께서는 아따나띠야 보호주를 수용해 주십시오.”(D32)라고 간청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경전을 원문으로 독송하면 힘을 받는다고 했다. 이에 대하여 담마끼띠 스님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마하위하라를 건립할 때 수많은 난관이 있었는데 독송으로 극복했다는 것이다. 초창기때 주변에서 사원건립 반대가 심했을 때 멧따숫따(자애경, Sn1.8)을 매일 독송함으로 인해서 극복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작년에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라따나숫따(보배경, Sn2.1)을 지금까지 매일 독송하고 있는데 힘을 받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기간 중에 마하위하라를 방문한 12천명 사람 중에 단 한사람도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없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흔히 기도한다고 말한다. 경을 빠알리 원문으로 독송하는 것도 일종의 기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경을 독송하고 암송하는 것은 유일신교에서 말하는 기도와 다른 것이다. 어떻게 다른 것인가? 모든 것을 신에게 맡겨서 신의 뜻대로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빠알리 챈팅하는 것은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서 테라가타에 이런 게송이 있다.


가르침은 가르침을 따르는 자를 수호하고
잘 닦여진 가르침은 행복을 가져온다.
가르침이 잘 닦여지면, 공덕이 있다.
가르침을 따르는 자는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Thag.303)

 


법은 법을 지키는 자를 보호한다. 마찬가지로 담마를 따르면 담마가 보호해 준다. 부처님 가르침이 법이고 담마이다. 그리고 부처님 가르침이 진리이다. 그래서 가르침은 가르침을 따르는 자를 수호한다.(Dhammo have rakkhati dhammacāri)”라고 한 것이다.

경을 독송하거나 암송하면 힘을 받는다. 그리고 장애가 제거된다. 이는 가르침의 실천으로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경은 예불문이자 동시에 수호경이 된다. 대표적으로 세 가지 경이 있다. 멧따경, 라따나경, 망갈라경을 말한다. 모두 숫따니빠따에 실려 있다. 각각 보배경(Sn1.8), 자애경(Sn2.1), 축복경(Sn2.4)이라고 말한다.

테라와다불교에서 멧따경, 라따나경, 망갈라경은 3대 예불문이자 동시에 수호경이다. 한국불교에서 천수경과 같은 위치를 차지 한다. 그래서 법회가 열리면 합송한다. 그런데 번역문 보다 빠알리 원문으로 합송하면 더 힘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담모 하베 락카띠 담마짜링 (Dhammo have rakkhati dhammac
āri)”(Thag.303)이라는 말 때문일 것이다. 법을 지키면 법이 보호해주듯이, 마찬가지로 가르침은 가르침을 따르는 자를 보호해 줄 것이다.

 


어제 마하위하라에서 하루 보냈다. 도반들과 함께 예불 올리고 가사공양도 했다. 팔목에 실을 매는 행사도 가졌다. 스리랑카 불교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것이다. 아마도 행운과 보호에 대한 것이라고 본다. 스님이 팔목에 끈을 매주는 것도 일종의 소통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마하위하라 까티나축제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담마끼띠 스님과 차담이다. 평소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고 그에 대한 답과 해법까지 들은 것은 큰 수확이다.

 


사람을 만나야 한다. 우물 속의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물 밖으로 나오면 더 큰 세상이 있다. 한번도 보지도 못한 새로운 하늘과 땅이다. 이는 만남으로 실현된다. 모임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단지 모이기만 해서는 안된다. 잡담을 하며 먹고 마시는 모임이 되서는 안된다. 불자라면 법담을 해야 한다. 법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향상이 있다. 그래서 부처님은 잡담을 금했지만 담마토크는 밤을 세워서 해도 좋다고 했다. 가장 좋은 것은 선지식을 만나서 물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축복경에서는 존경하는 것과 겸손한 것, 만족함과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 때에 맞추어 가르침을 듣는 것,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Stn.265)라고 했다.


2021-11-0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