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림 산책길에서
마치 양탄자를 밟는 것 같다. 솜이불 밟는 것 같기도 하다. 휴양림 산책길은 온통 푹신한 낙엽으로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노란 소나무 낙엽은 품위를 한껏 높여 주는 것 같다.
휴양림의 아침이다. 아침 시간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 도시에서 맛볼 수 없는 새벽공기는 천만금 보다 소중한 것이다.
통나무집 밖으로 나오니 저 아래 낙안읍이 새벽안개에 쌓여 있다. 도시와는 뚝 떨어진 외딴 곳 오두막집은 도시에 지친 사람들에게 하루 활력을 주는 충전소와 같다.
어느 휴양림이든지 산책길이 있다. 동쪽 산에서는 태양이 떠오르고 반대쪽 산에는 태양빛으로 초목이 빛이 난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단풍이 매혹적이다. 휴양림 숙소 도로에는 이제 단풍이 절정이다. 그러나 인공에 지나지 않는다. 늘 보던 것이다.
산책도로에서 식물 팻말을 하나 발견했다. 굴거리나무 팻말이다. 남쪽 지방에 오면 짙푸른 상록교목을 볼 수 있는데 그런 것 중의 하나이다.
설명문을 보니 굴거리나무는 남쪽지방에 주로 분포하며 내륙일부와 울릉도에도 분포한다. 남해안 해안지방에 주로 볼 수 있는 난대성 식물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통나무집 근처에도 이름을 알 수 없는 상록교목이 몇 구루 있다. 이곳이 확실히 난대성 기후지역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지금으로부터 40-50년 전에는 어땠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보다 숲이 우거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60-70년 전에는 어땠을까? 대부분 민둥산이었을 것이다.
요즘 유튜브시대이다. 유튜브에서는 한국전쟁 영상도 볼 수 있다. 화면을 보니 한결같이 민둥산이다. 요즘 같이 숲이 우거진 모습이 아니다. 왜 그랬던 것일까? 그것은 연료와 관련이 있다.
유년시절 시골에서 살았다. 60년대 중반 약간 넘어서 본 것이 있다. 그때 당시 사촌형이 나무하는 것을 보았다. 땔감 마련하는 것을 '나무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무는 없었다. 갈고리로 소나무 잎을 긁어다가 땔감으로 사용한 것이다. 아마 나무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번은 이런 장면도 목격했다. 사촌 형이 곡괭이로 나무 밑둥을 파는 것이었다. 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마땅히 연료가 없던 시절 닥치는 대로 긁고 닥치는 대로 파서 땔감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이제 화목을 연료로 사용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 전기나 가스에 의존한다. 그러다 보니 숲이 우거졌다. 아마 80년대 부터 본격화된 것 같다. 그렇게 한세대 이상 흐르다 보니 숲은 울창해졌다. 산책길은 마치 카페트 걷는 것처럼 푹신하고 보드랍다.
오늘은 어디로 가야 할까? 정해진 곳은 없다. 생각나는 대로 검색해서 가야 한다. 도로가 잘 발달된 요즘 네비가 인도해 줄 것이다. 아침 된장국이 잘 끓었다.
2021-11-1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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