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마재성지에 다산은 없었다

담마다사 이병욱 2021. 7. 18. 09:11

마재성지에 다산은 없었다

어디로 가야할까? 산음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할 때 잠시 망설였다. 오전 키를 반납하고 귀가할 때 그냥 갈 수 없었다. 불교인으로서 한 군데 들르고자 했다. 마땅한 곳이 없었다. 용문사와 사나사는 몇 번 다녀 왔다.

지금은 연꽃철이다. 갑자기 연꽃이 보고 싶었다. 두물머리만한 곳이 없다. 바로 아래에는 다산공원이 있다. 그 중에서도 토끼섬이 있는 만이 있다. 그곳에 정자가 있다. 작년에 갔던 곳이다 네비를 켜니 마재성지라는 지명이 눈에 들어 왔다.

마재성지, 일반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곳이다. 아마 극히 소수가 알고 있을 것이다. 장약용이 태어난 마을이고 강진유배 19년을 마치고 돌아 와서 산 마을일 것이다.

경춘가도에 다산공원이 있다. 팔당대교를 지나서 두물머리 가기 전에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에 마치 바다를 연상케 하는 커다란 호수모양의 물이 있는데 마치 반도처럼 삐죽 튀어 나온 곳 끝자락 전체가 다산공원이다.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에 있는 다산공원을 말한다.

다산공원이 위치한 반도는 우리나라에서 경치가 가장 아룸다운 곳중의 하나이다. 운길산 수종사에서 보면 알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 식수원이기도한 이 지역은 청정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사시시철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즐겨찾는 곳이 있다. 토끼섬이 보이는 만이다. 반도에 만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 정자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 가보고자 했다.

토끼섬이 보이는 만의 정자는 숨겨진 비밀의 장소이다. 우연히 발견했다. 정혜사에서 산책하다 발견한 것이다. 몇년전 겨울 남양주 정혜사에서 니까야강독모임이 열렸는데 다산공원까지 산책하다 만을 처음 보았다.

만에서 바라본 풍광은 다도해 국립해상공원을 능가한다. 만 앞에는 토끼섬이 있다. 도현스님이 알려준 곳이다. 바로 이곳에 다산의 생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재성지로 차를 몰았다. 마재마을이 마재성지로 명칭이 바뀐 것이라고 생각했다. 천주교 성지임을 직감했다. 과연 다산의 흔적을 볼 수 있을까?

다산과 관련된 소설을 잀었다. 정찬주 작가의 '다산의 사랑'이 그것이다. 왜 하필 사랑일까? 소설을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소설 속에서 홍임과 홍임모가 나오기 때문이다. 다산이 강진 유배지에서 사랑한 두 여인이다.

소설 속에서 홍임모는 다산을 찾아 간다. 멀리 강진 다산초당에서 남양주 마재마을까지 천리길을 걸어 온 것이다. 옆에는 일곱살짜리 딸 홍임도 있다. 송파나루에서 배를 타고 가고자 하는 것이다.

소설 속에 마재마을이 나온다. 지도에서 마재성지를 보았을 때 이곳이 틀림없이 마재마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산의 생가도 있고 유적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막상 도착해 보니 다산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재성지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성역화 되어 있었다. 그래도 무언가 있을 것 같았다. 이리저리 찾아 보았으나 아무런 흔적도 볼 수 없었다. 천주교 성인관련 기념물만 있을뿐이었다.

마재성지에 다산은 없었다. 그러나 다산의 형 정약종은 있었다. 그것도 성인이 되어 있다. 유선임, 정하상과 함께 마재 삼대성인 중의 하나이다.

마재성지에서 왜 다산의 흔적이 보이지 않을까? 그것은 다산의 배교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신유박해 때 다산의 형 정약종은 순교해서 성인이 되었다. 다산은 부인해서 죽임을 모면했다. 아마 이런 점때문에 마재성지에 다산이 보이지 않은 것 같다.

다산과 관련된 유물과 유적은 산너머 건너펀에 있다. 다산공원 기념관에 있다. 다산공원에 가보았어도 아직 기념관은 가보지 못했다. 마재성지가 마재마을인줄 알고 가 보았으나 다산은 없었다.

마재성지는 마재마을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마재라는 명칭만 공유하는 것일까? 마재마을은 또 다른 곳에 있는 것일까? 다산에 대해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했지만 이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밀의 장소에 가 보았다. 토끼섬이 보이는 만이다.

만에는 정자가 하나 있다. 다산도 이 만을 사랑했을 것이다. 만에서 마재성지가 있는 마을을 바라 보았다. 능내역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저 마을이 정말 마재마을일까?

만에는 연(蓮)이 가득하다. 7월 폭염 청명한 하늘에는 흰구름이 뭉게뭉게 피어 있다. 이백년 전에도 이랬을 것이다. 땅은 변화무쌍한데 하늘은 그대로이다. 하늘은 이 모든 변화를 알고 있을 것이다.

2021-07-1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