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들기

41권 담마의 거울 2012 VII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1. 29. 11:21

41권 담마의 거울 2012 VII

 

인생은 사건의 연속이다. 오늘 아침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처음이 아니다. 이런 취지로 몇차례 글을 썼다. 존재론을 비판하기 위한 글쓰기를 말한다. 이런 것도 들은 것이다. 유튜브에서 김성구 선생이 강연한 것을 듣고 자극받아 쓴 것이다.

인생을 사건의 연속이라고 말 했을 때 누가 귀기울여 줄까? 권위 있는 불교학자가 말한 것이라면 수긍할지 모른다. 그러나 일개 블로거가 외쳤다면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인생이 왜 사건의 연속일까? 이는 과거 써 놓은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일기 쓴 것은 아니지만 지난 십여년동안 매일 쓰다시피 했다. 지금은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마흔한 번째 책의 서문이다.

지난 시절 글을 보면서 삶은 사건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여러사건이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만 기억된다. 나머지는 있었는지조차 모른다. 특히 일상에 대한 것이 그렇다.

밥먹고 일터에 가는 것을 기억할 수 없다. 그러나 처음 만났던 사람은 기억한다. 그러나 자주 만나는 사람은 언제 만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또한 기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생은 사건이고 기억이다. 그밖에 또 무엇이 있을까? 보고 듣는 등 오감으로 느끼는 것도 인생이다. 의도한 것도 인생이고 의식한 것도 인생이다. 한마디로 오온이 인생이다.

오온은 무엇일까? 물질의 다발, 느낌의 다발, 지각의 다발, 형성의 다발, 의식의 다발이 오온이다. 인생은 오온의 생멸에 대한 것이다. 오온의 생멸은 다름아닌 사건이다. 나는 오온으로 이루어진 존재이기 때문에 나의 인생은 사건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다.

마흔한 번째 책 제목은 '41 담마의 거울 2012 VII'이다. 2012년에 작성된 담마에 대한 글모음 일곱 번째 책이고 마지막 책이다. 그래서 기간은 2012 1115부터 1228일까지 22개의 글모음으로 되어 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목차

 

1. 개뼈다귀와 같은 감각적 욕망

2. 아라한의 인생관

3. 부글부글 끓는 물, 분노와 혐오

4. 악의 꽃다발 오장애는 어떻게 버려지는가

5. 토론의 달인 붓다

6. 정반대의 번역을 보고

7. 꺼진 불로 묘사된 열반

8. 우리를 버린 청춘, 무엇에 의지해야 하나?

9. 교학만 배웠을 때

10. 형성조건에 따른 31개의 세상

11. 망상적 유형의 브라흐마 바까

12. 부처님은 뭇삶들의 해방자

13. 이미 지난 일인데

14. 마하야나의 브라흐마나

15. 눈먼 거북이 비유와 수행자의 허물벗기

16. 숲속에 홀로 있어도

17. 견해의 그물에 갇혀

18.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윤회

19.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20. 적멸이 왜 행복인가

21. 불교와 비불교로 나누어지는 세계종교

22. 마노의 대상으로서 담마

 

41권 담마의 거울 2012 VII.pdf
2.40MB



목차를 보니 사건의 연속이다. 물론 존재의 연속도 된다. 존재는 오온이기 때문에 오온의 연속이다. 오온이 다발을 이루어 생멸하는 것이다. 생멸의 연속이 인생이다. 이는 다름아니 연기법이다.

오온은 연기적 존재이다. 오온이 조건발생하는 것이다. 조건발생하여 소멸되는 것이다. 소멸될 때는 그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음 사건의 조건이 된다. 죽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인생이 허무하기 짝이 없다. 이 세상에 태어 났으면 흔적이라도 남겨야 할 것이다. 대개 생물학적 흔적을 남긴다. 대개 사람들은 자손을 남기면 영원히 사는 것으로 생각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은 사멸하지만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자손이 번성하면 살아 있는 것과 같다고 본다. 이를 생물학적 윤회라고 해야 할 것이다. 축생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태생이나 난생, 습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생(opapātikā yoni)도 있다. 마치 잠에서 깨듯이 눈을 번쩍 뜨는 것과 같은 태어남을 말한다.

부처님은 태, , , 화 네 가지 태어남이 있다고 했다. 금강경에만 있는 말은 아니다. 더 고층 경전인 니까야에서도 발견된다. 다음과 같다.


"
사리뿟따여, 이러한 네 갈래 태어남이 있다. 네 갈래란 어떠한 것인가? 난생, 태생, 습생, 화생이다.

사리뿟따여, 난생이란 어떠한 것인가? 사리뿟따여, 생명체가 그 껍질을 깨고 태어나면, 사리뿟따여, 이것을 난생이라고 한다.

사리뿟따여, 태생이란 어떠한 것인가? 사리뿟따여, 생명체가 태의 막을 까고 태어나면, 사리뿟따여, 이것을 태생이라고 한다.

사리뿟따여, 습생이란 어떠한 것인가? 사리뿟따여, 생명체가 썩은 물고기, 부패한 시체, 부패한 굳은 우유에서나 물웅덩이나 연못에서 태어나면, 사리뿟따여, 이것을 습생이라고 한다.

사리뿟따여, 화생이란 어떠한 것인가? 사리뿟따여, 신들이나 지옥의 뭇 삶들이나 특수한 인간이나 특수한 타락한 영혼들이 생겨나는데, 사리뿟따여, 이것을 마음에서 홀연히 생겨나는 화생이라고 한다.

사리뿟따여, 이와 같은 네 갈래 태어남이 있다."(M12)


맛지마니까야 '사자후에 대한 큰 경'(M12)에 실려 있는 가르침이다. 부처님이 화생을 말씀하신 이유는 무엇일까? 존재가 반드시 유전자에 따른 생물학적으로만 윤회하지 않음을 말한다. 존재는 자신의 행위()에 의해서 윤회함을 뜻한다.

인생은 사건의 연속이라고 했다. 이는 행위의 연속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래서 삼세양중인과로 설명되는 십이연기에서 "형성을 조건으로 의식이 있고"라는 식으로 설명된다. 이때 의식은 결생식을 말한다. 재생연결식이라고도 한다.

이 세상이 있으면 저 세상이 있기 마련이다. 연기송 전송에서도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다."라고 했다. 당연히 저세상도 있는 것이다. 또 전송에서 "이것이 생겨나므로 저것이 생겨난다."라고 했다. 이는 십이지연기에서 조건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형성과 의식관계를 보면 행위가 있어서 행위를 조건으로 의식이 생겨난다. 죽음이 끝이 아님을 말한다. 죽음에 이르렀을 때는 재생연결식이 일어난다. 현생의 행위(
)을 조건으로 다음 생의 의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육도윤회하는 중생은 모두 해당된다. 그 중에서도 축생과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새계에서는 화생한다.

연기법에 따르면 화생은 순간적이다. 어느 정도일까? 마음이 바뀌는 순간처럼 빠른 것이다. 여기에 무언가가 끼여들 틈이 없다. 중간적 존재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임종에 이른 자는 자신이 어디에 태어날지 모른다. 보시공덕, 지계공덕, 수행공덕 등 공덕을 많이 지은 자라도 죽으면 어디에서 태어날지 모른다. 악처에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것은 이 생에서 성자가 되는 것이다. 성자의 흐름에 든자는 악처에 떨어지지 않는다. 성자가 되면 악처에 떨어지는 것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그래서 이런 가르침이 있다.


"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착하고 건전한 것에 대하여 믿음을 갖추고, 착하고 건전한 것에 대하여 부끄러움을 알고, 착하고 건전한 것에 대하여 창피함을 알고, 착하고 건전한 것에 대하여 정진을 하고, 착하고 건전한 것에 대하여 지혜를 갖추는 한, 수행승들이여, 나는 그 수행승에 대하여 이제 근심이 없다. 그 수행승은 자신의 수호자로서 더 이상 방일하지 않기 때문이다.”(A5.7)


자신은 자신이 수호해야 한다. 처음에는 삼보에 의지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의지할 것은 자기자신밖에 없다.

가르침을 실천하여 성자의 흐름에 들어가면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이 된다. 일곱생 이내에 완전한 열반에 들것이기 때문에 그 길로 주욱 가면 된다. 그래서 법구경에서는 "자신이야말로 자신의 수호자이니 다른 누가 수호자가 되리."(Dhp.160)라고 했다.

이 생에서 성자의 흐름에 들어야 한다. 성자의 흐름에 들면 죽더라도 악처에 떨어질 염려가 없으므로 자신이 자신의 수호자가 된다. 이를 앗따굿따(attagutta)라고 한다. 영어로는 ‘self-guarded’이다.

인생은 사건의 연속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생은 연기적 존재임을 말한다. 연기적 존재이기 때문에 무아윤회한다. 십이지연기의 고리를 보면 윤회의 주체는 없다. 모두 조건발생이다. 조건발생하기 때문에 무아인 것이다. 따라서 무아이기 때문에 윤회하는 것이다.

조건발생하는 무아윤회에서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가 제아무리 많이 배우고 지위가 높아도 성자의 흐름에 들지 않는 한 어디에 떨어질지 모른다. 그가 존재론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자손 남기는 것에 대하여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축생과 다름없는 삶의 방식이다. 허무주의자가 되기 쉽다. 결코 자신을 수호하지 못한다.

자신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연기적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인생을 오직 한번 뿐인 존재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행위에 따른 조건발생적으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연기적 사유를 했을 때 자기자신은 수호된다. 인생은 한번만 존재하다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연속이다.


2021-11-29
담마다사 이병욱

'책만들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4권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 19-20 II  (0) 2022.01.15
43권 진흙속의연꽃 2012 V  (0) 2022.01.07
40권 담마의 거울 2012 VI  (0) 2021.11.26
39권 담마의 거울 2012 V  (0) 2021.11.22
38권 담마의 거울 2012 IV  (0) 2021.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