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없지 않은가?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 13. 07:50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없지 않은가?


홍삼차가 달짝지근하다. 홈삼진액에 꿀을 약간 탄 것이다. 입맛에 딱 맞다. 연속해서 마셨다. 뜨거운 홍삼차가 새벽의 빈속을 적시니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이 홍삼차는 어디서 왔을까?

홍삼진액은 선물 받은 것이다. 친구가 주었다. 백억대 재산가 친구이다. 금천구청역 부근에 회사가 있다. 사장실에는 이것저것 선물이 쌓여 있었는데 그 중 하나를 준 것이다.

홍삼차가 여기 있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쳤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노고가 있기에 한 머그컵의 차를 마신다. 마시면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다. 모든 음식이 다 그렇다.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 하루 세 끼 먹어야 한다. 그런데 부자이건 가난한 자이건, 고귀한 자이건 미천한 자이건 먹는 것을 즐긴다는 사실이다. 허기 졌을 때 먹는 행복은 이 세상 어느 행복과 비할 바가 아니다. 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음식을 먹을 것인가 즐길 것인가?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 신체가 지탱된다. 음식을 섭취하면 살이 되고 피가 된다고 했다. 피와 살 뿐만 되는 것이 아니다. 뼈도 된다. 그리고 각종 장기도 된다. 음식은 32가지 신체기관을 만들어 내는 재료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먹는 행위는 거룩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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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영양소는 외부에서 공급을 받아 유지가 되는데 그 음식을 삼키는 순간부터 머무는 순간에 물질을 생겨나게 한다. 음식에서 생긴 물질의 무리(깔라빠) 가운데 있는 영양소는 그 다음에순수한 팔원소를 생기게 하며, 그 순수한 팔원소에 있는 영양소는 다시 그 다음의 순수한 팔원소를 생기게 한다. 이렇게 팔원소는 열 번이나 열 두 번까지 생긴다." (아비담마길라잡이 565)

음식을 먹으면 똥이 되고 오줌이 되어서 나온다. 그 과정에서 영양분이 흡수된다. 아비담마에 따르면 열 번에서 열 두번가량 변화된다고 했다. 이는 화학적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남을 뜻한다. 예를 들어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은 음식이 수많은 화학적 반응을 거쳤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커다란 배와 같다. 큰 배는 커다란 엔진이 있어서 움직인다. 몸에는 심장이 있다. 마치 엔진 같은 것이다. 32가지 신체기관이 모여서 하나의 몸을 이룬다. 이와 같이 수많은 신체기관으로 이루어져 있는 몸은 내것일까?

나의 몸은 나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음식을 먹으면 대사작용이 일어나는데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몸이 하는 것이다. 세포분열하는 것도 스스로 한다. 장기도 스스로 만들어 진다. 생명 기능이 있는 한 몸은 스스로 신진대사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다.

몸 안에서는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지금 이 순간에도 세포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물질이 물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몸은 정말 나의 것일까?

몸이 내것이라면 몸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몸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음식을 공급해 주는 일밖에 없다. 될 수 있으면 양질의 음식을 공급해야 한다. 그래야 물질이 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있어서 양질의 신체기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신체기관이 기능하지 못했을 때 어떻게 될까? 마치 자동차 부품 중에 하나가 망가지는 것과 같다. 컴퓨터에서 부품 하나가 수명이 다한 것과 같다. 이럴 경우 자동차나 컴퓨터는 잘 작동되지 않을 것이다. 심할 경우 멈추어 버릴 것이다. 그럴 경우 고철덩어리가 된다. 사람 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나의 몸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하루 세 끼 열심히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공급하지만 32가지 신체기관이 잘 만들어지는 알 수 없다. 어느 날 신체기관 중에 하나가 작동을 멈추게 되었을 때 올스톱 될 것이다.

오늘도 나는 달린다. 육십년 이상 달려왔다. 언젠가 엔진이 멈출 날 있을 것이다. 신체기관이 망가졌을 때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것이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엔진이 살아 있는 한 성과를 내야 한다.

오늘도 먹어야 한다. 먹기 위해서 산다면 축생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축생은 먹는 것이 일이다. 코끼리는 하루 16시간 먹는다. 축생은 하루종일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은 고작 세 끼 먹는다. 수행자는 하루 한끼 먹는다. 그럼에도 먹는 것을 즐긴다면 축생과 다름없을 것이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순 없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산다면 이 몸은 먹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종족 번식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 몸은 먹고 즐기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없다. 신체기관을 즐기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할 수 없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이 몸은 도와 과를 이루기 위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없지 않은가?


2022-01-1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