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겨울 제철음식 보리순된장국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 17. 07:16

겨울 제철음식 보리순된장국


꽃은 봄에만 피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꽃은 여름에도 피고 가을에도 핀다. 심지어 겨울에도 핀다. 에스엔에스에서 본 새빨간 동백꽃을 보면 그렇다.

날씨가 몹시 춥다. 밖에 있으면 손이 시럽고 발이 시러울 정도이다. 춥다고 안에만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겨울은 겨울답게 보내야 한다. 한기도 느껴 보아야 한다. 지난주 토요일 안양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재래시장에 가면 사람 사는 맛을 느낀다. 특히 주말 재래시장은 약간 들떠 있는 것 같다. 수천, 수만가지 상품을 보면 모두 사고 싶은 마음이 들어간다. 그러나 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로움을 느낀다. 삶이 권태로울 때 시장을 찾으면 힐링이 된다.

중앙시장 가는 길이 한층 수월해졌다. 그것은 주차장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북쪽 게이트 방향에 있는 삼덕공원 지하주차장을 말한다. 수백대 규모의 대형주차장이다. 요금은 대단히 저렴하다. 최초 30분에 400원이다. 경차의 경우 50% 할인된다.

재래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주차장 문제에 있다. 차로 진입할 수 없어서 대형마트를 찾게 된다. 주차문제만 해결되면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보다 경쟁력 있다. 먹거리의 경우 반값이라고 보면 된다.

아파트에서 백미터 거리에 이마트가 있다. 하루도 가지 않는 날이 없다. 할 일 없이 가기도 한다. 마실 다니듯이 간다. 그러나 가격은 만족스럽지 않다. 재래시장과 비교하여 비싸기 때문이다. 다만 할인 딱지 붙은 것은 저렴하다. 설령 49% 딱지 붙었어도 재래시장만 못하다.

중앙시장은 이마트보다 반값인 것 같다. 고구마도 그렇고 동태도 그렇다. 만원짜리 한장의 위력을 실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철 식재료이다. 대형마트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보리순이다.

해마다 이맘때 중앙시장에 가면 보리순이 있다. 지난주 토요일에도 그랬다. 노점 좌판 이곳저곳에 보리순이 있었다. 이것을 보고 "보리순철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대중화되지 않은 것이다.

 


보리순에 대한 추억이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시골에서는 보리순을 먹었던 것 같다. 이농민 출신 부모님은 서울에서도 보리순을 먹었다.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어디서 구했는지 구수한 된장국을 끓였기 때문이다.

어느해인가 증앙시장에서 보리순을 발견했다. 보리순 추억이 있어서 노점상에게 달라고 했다. 노점 아주머니는 "보리순 찾는 것을 봉께 전라도 사람인갑네."라며 말했다. 보리순은 전라도 사람만 먹는 것일까? 그것은 알 수 없다. 함평 출신 부모님이 먹는 것을 보고서 자랐기 때문이다.

노점에서 보리순을 샀다. 기준은 없다. 듬뿍 집어 주면 그만이다. 한움큼 더 집어 준다. 한봉지에 3천원이다. 두 번은 끓여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보리순은 이때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것이다. 다른 철에는 찾을 수 없는 제철에 나는 것이다. 이렇게 한겨울에도 제철 먹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보리순을 어떻게 해야 할까? 유튜브 검색창에 보리순을 쳐 보았다. 서너개 검색되었다. 그다지 인기 있는 아이템은 아닌 것 같다. 그 흔하디 흔한 백종원 레시피도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어느 여성 레시피가 눈에 띄었다. '고향누나 자연식단' 유튜브이다. 구독자가 28만명이다. 백종원과 비교되지 않는다. 제목은 '구수한 새싹보리된장국 맛있게 끓이는 법'이다. 유튜버는 말을 "하시게요."라며 맺는 것이 특징이다

보리순 된장국을 끓일 때 가장 궁금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조리시간에 대한 것이다. 유튜브를 보니 녹색이 갈색으로 변색될 때까지 끓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부드러워질 것이라고 했다. 또 뻐실 수 있으니 듬성듬성 썰어서 넣으라고 했다. 여기에 다진 마늘과 냉이나 달래를 곁들이면 좋다고 했다.

 


보리순 된장국을 끓여 보기로 했다. 중앙시장 보리순 파는 노점에게 어떻게 끓이면 좋을지 물어보았다. 홍어 애를 넣으면 좋다고 했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보리순 된장국이 전라도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홍어 애는 없다. 그대신 멸치와 다시마와 표고 말린 것을 넣기로 했다. 보리순을 듬성듬성 잘랐다. 산달래와 대파도 곁들였다. 대파는 녹색부위를 듬성듬성 크게 썰어 넣었다. 시골된장을 넣어서 약간 짭짜름하게 만들었다. 과연 부모님이 만들었던 그 맛이 날까?

 


오늘 아침 보리순 된장국을 만들어 먹었다. 보리순 된장국 특유의 맛이 난다. 바로 그 맛이다. 부모님이 해 주던 맛이다. 해마다 이때만 맛볼 수 있는 구수한 보리순 된장국 맛이다. 겨울에도 제철음식이 있다. 재벌밥상 부럽지 않다.

2022-01-1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