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의 폭주를 막아야

자승의 폭주를 막아야

불교지식인이 될 것인가 불교 활동가가 될 것인가? 어제는 불교 활동가가 되기로 했다. 행동하는 양심, 실천하는 교양인이 되어 보기로 했다.

안양역에서 종각역까지는 50분가량 걸린다. 집에서 이동하는 시간과 기다리는 시간을 합하면 최소한 1시간 반 전에는 나가야 한다. 목적지는 조계사 앞 기자회견장이다. 1월 13일 오후 2시에 승려대회를 반대하는 기자회견 및 성토대회가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다.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했다. 날씨는 매우 춥다. 바람까지 부니 체감온도는 영하 십도가 넘는 것 같다. 목도리를 하고 가죽장갑을 꼈다. 종각역에 내려서는 지하 길을 활용했다. 서울 그랑플라자 길을 말한다. 자주 다니다 보니 지름길로 이용하고 있다.

 

조계사는 여전하다. 차가운 공기에 오색연등이 회화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일년 365일 볼 수 있다. 나무를 학대하는 것 같다. 마당에는 천막이 쳐져 있다. 안에는 난로가 있어서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법당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기도하는 사람들이다. 법당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 듯한 모습이다. 아마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위한 기도일 것이다. 그들은 지금 종단 권력자들이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거대한 금부처 세 기가 마치 아부심벨 신전의 신상처럼 보인다. 금색 부처님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 그러나 금부처는 말이 없다. 다만 자비로운 모습으로 내려 보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1주일 후 1월 21일 한국불교 총본산이라 일컬어지는 조계사 경내에서 벌어질 행사도 묵묵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승려대회를 연다고 한다. 권승들이 추진하는 것이다. 정청래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전국불교승려대회를 열고자 하는 것이다. 다분히 정치적이다. 더구나 지금은 엄중한 코로나 시기이다. 방역지침을 무시하면서까지 열고자 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승려대회 명분이 약하다. 승려대회를 남발하는 것 같다. 국회의원 발언을 문제 삼아 초법적인 승려대회를 여는 것은 비상식적 태도이다. 그럼에도 강행하려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더구나 지금은 선거철이다. 대선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은 엄중한 코로나 시기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있는 시기에 방역지침을 어겨가면서까지 강행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계종은 제2의 제일교회가 되려 하는 것일까? 조계종은 제2의 신천지가 되려 하는 것일까? 승려대회를 강행하여 확진자가 한명이라도 나온다면 한국불교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자승 전총무원장은 제2의 전광훈이 되려 하는 것일까?

 

1월 8일 호압사에 갔었다. 관악산 서쪽에 있는 전통사찰이다. 놀랍게도 경내에는 두 개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하나는 "정청래는 즉각사퇴하라"이고, 또 하나는 "민주당은 각성하라"이다. 이런 현수막이 전국 방방곡곡 사찰에 붙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자승과 권승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선거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썩은 동아줄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스님이라고 해서 다 같은 스님일까? 스님 중에 권승이 있다. 권력승을 말한다. 그들은 권력지향적이어서 종단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특히 돈 되는 사찰을 모두 접수했다. 자승 전총무원장 시절 극에 달했다. 권력승 자승은 지금도 막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날씨가 몹시 춥다. 따뜻한 실내에만 있다가 찬바람을 맞으니 십분도 견디기 힘들다. 이런 엄동의 날씨에 그것도 엄중한 코로나시기에 방역지침을 어겨가면서까지 비상식적인 승려대회를 개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정청래 의원 발언과 관련 있다.

정청래 의원은 국감장에서 입장료 문제를 지적했다. 사찰 입장료를 받으려거든 사찰 입구에서 받으라는 것이다. 등산로를 막아 놓고 징수하는 것은 봉이김선달식이라고 했다. 이런 발언에 권승들이 발끈한 것 같다.

 

권승들은 정청래 의원의 발언을 불교탄압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주어사-천진암 문제와 문체부의 캐롤송 활성화 대책을 문제 삼았다. 이 세 가지를 패키지로 묶어서 초법적인 승려대회를 열고자 하는 것이다.

정청래 의원은 상식적 선에서 문제 제기했다. 그럼에도 권승들이 발끈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들의 수입과 관련 있다. 매표소 위치를 옮기면 그만큼 수입이 줄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초법적인 승려대회를 강행하는 것이다.

권승들은 국민들의 원성에는 귀를 막은 것 같다. 사유지를 지나간다는 명목으로 등산로를 막고 입장료를 받는 것은 봉이김선달식이나 다름없다. 아니 양아치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들은 국민들이 성토하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그런 그들은 포교를 포기한 사람들 같다.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 같다. 권승들이 징악한 조계종단은 이제 이익집단이 되어 버렸다. 그 결과 비상식적인 승려대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비법(非法)시대이다. 정법은 실종되었다. 담마아닌 것이 득세하는 세상이 되었다. 부처님이 완전한 열반에 들었을 때 마하깟싸빠 존자는 이렇게 외쳤다. 제1차 결집의 원인이 되는 외침을 말한다.

“벗들이여, 우리는 가르침과 계율을 결집합시다. 예전에 가르침이 아니었던 것이 번영하고 가르침이었던 것은 쇠퇴하고, 예전에 계율이 아니었던 것이 번영하고 계율이었던 것은 쇠퇴하고, 예전에 가르침이 아니었던 것을 설하는 자가 강해지고 가르침이었던 것을 설하는 자가 약해지고, 예전에 계율이 아니었던 것을 설하는 자가 강해지고 계율이었던 것을 설하는 자가 약해집니다.”(Vin.II.285)

 

정치적이고 비상식적인 승려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이에 뜻있는 스님들과 불자들이 모였다.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 겸 성토대회를 했다. 승려대회를 1주일 앞두고 모인 것이다. 이날 모임은 허정스님과 도정스님이 주관했다. 비법이 판치는 현실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동참했다.

 

 

 

성토대회장에서 낯익은 얼굴들을 만났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불교적폐청산운동을 함께 했던 불교활동가들을 말한다. 시인 김용배 선생이 노구를 이끌고 집회에 참여했다. 박종린, 문영숙, 가루라님 등 적폐청산운동을 이끌었던 왕년의 활동가들이 다시 뭉쳤다. 구호 골자는 “코로나 시국에 승려대회 반대"와 "대선 앞두고 정치개입 반대”이다.

 

한국불교가 폭주하고 있다. 마치 브레이크 없는 열차가 질주하고 있는 것 같다. 정청래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승려대회를 여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더구나 정청래 의원이 유감을 표명하며 화해를 시도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승려대회를 강행하려 하는 것은 무자비한 정치적인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것도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이 시점에서 승려대회라니! 대체 누구 좋으라고 하는 것일까?

힘이 넘치면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마치 조폭의 주먹이 근질근질한 것과 같다. 힘이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지 행사하려는 것이다. 이는 다름아닌 아수라의 리더십이다.

 

이번 승려대회는 자승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 진다. 그의 한마디에 종단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한국불교의 폭주는 사실상 자승의 폭주나 다름없다. 총무원장 8년 동안 종단권력을 장악한 그는 지금도 막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폭주하는 자승열차에 브레이크는 없는 것 같다. 승려대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어느 누구도 말하는 사람이 없다. 어느 불교 단체에서도 성명서 하나 나오지 않고 있다. 스님들도 침묵하고 있다. 자승이 무서워서 그런 것일까? 발언하면 불이익당하는 것일까? 이런 때 뜻있는 스님들과 활동가들이 뭉쳤다. 그래서 “정치개입 승려대회를 반대한다!”와 “방역무시 승려대회를 취소하라!”라고 외쳤다.

 

기자회견 중에 작은 소동이 있었다. 아마 조계종 호법부 스님인 것 같다. 활동가가 들고 있던 피켓을 빼앗아 찢어 버린 것이다. 이에 항의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연합뉴스 기사를 보니 이런 장면이 찍혀 있다.

 

날씨가 너무 춥다. 영하의 날씨에 바람까지 부니 체감온도는 영하 십도가 넘은 것 같다. 기자회견과 성토대회가 끝나자 인사동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사동 찻집 ‘지대방’에 스님들과 활동가들이 모였다.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뒤늦게 김종연 선생 등이 합류했다.

스님들 있는 테이블에 합석했다. 세 명 스님이 있었다. 허정스님과 도정스님은 잘 알고 있다. 낯선 스님은 누구일까? 무념스님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에서 본 그 스님을 본 것이다.

 

 

무념스님은 글을 잘 쓴다. 수행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주로 쓴다. 스님의 글을 읽고 나면 건질 것이 있다. 스님은 책도 여러 권 썼다. 그 중의 하나가 인도순례가이드북이다. 2018년 인도순례 갔었을 때 스님이 지은 책을 참고했다.

무념스님을 이런 자리에서 만날 줄 몰랐다. 페이스북에서 본 스님을 만난 것이다. 아마 도정스님과 절친이기 때문에 온 것 같다. 이것도 인연이다.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주소록에 등재해 놓았다.

 

오랜만에 서울나들이 했다. 2017년과 2018년 2년 동안 적폐청산운동할 때는 일주일에 한 두번 올라 갔었다. 지금은 뜸하다. 그러나 나서야 될 때는 나서야 한다. 이런 때는 불교지식인이 되기 보다 불교활동가가 되고자 한다. 모두 침묵하고 있을 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자승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

2022-01-1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