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불교연대

한겨울 수리산 칼바위 능선에서, 정평불 1월 정진산행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 10. 07:23

한겨울 수리산 칼바위 능선에서, 정평불 1월 정진산행


지금은 한겨울이다.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었을 때 움추리게 된다. 이런 날에 밖에 있으면 추워서 견딜 수 없다. 추위에서 해방된 따뜻한 실내에서만 있게 된다. 이런 때 집을 박차고 나갔다. 추위에 도전해 보기로 한 것이다.

정평불 1월 정진산행이 1 9일 한겨울에 강행되었다. 춥다고 하여 움추리지 않는다. 추우면 추운대로 산행하는 맛이 나는 것이다. 수리산 산행하기 위해서 오전 10시 수리산역에 집결했다

 


오늘 산행은 수리산역에서 부터 시작해서 슬기봉, 칼바위능선, 태을봉, 병목안공원에 이르는 5시간 코스의 길이다. 모두 일곱명 참석했다. 본인을 비롯하여 정평불 상임대표 김광수 선생, 공동대표 최연 선생, 그리고 정재호, 김우헌, 박금재, 권정화 선생이 동참했다.

이번 산행을 위해서 준비를 단단히 했다. 지난해 12월 산행에서 추위에 너무 떨었기 때문이다. 장갑은 두꺼운 가죽장갑으로 준비했다. 영하의 날씨에는 손 시린 것을 참을 수 없다. 다음으로 목두루게를 준비했다. 목도리처럼 생긴 것이다. 귀가 시릴 까봐 머리부터 귀까지 쓸 수 있는 모자를 준비했으나 귀가 시릴 정도의 날씨는 아니었다.

중무장을 하니 두려울 것이 없다. 서 있기만 해도 추위에 견딜 수 없지만 마스크까지 하고 단단히 차려 입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 이제 걷기만 하면 된다.

 


산행은 걷는 것이다. 그것도 빡세게 걷는 것이다. 4-5시간 다리가 뻐근하게 걷다보면 산행하는 맛이 난다. 한번 산행하면 일주일 운동을 한꺼번에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산행의 묘미는 대화하는 것에 있다. 팀을 이루어 함께 산행하다 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한달전 검단산 정진산행에서 우려 했었던 것이 있었다. 민주당 이재명 지지율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 걱정했었다. 그때 최연 선생은 연말 되면 골든크로스가 날 것이라고 했다. 한달이 지난 현재 크로스가 났다. 이제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전에는 불안해서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이번 산행에서 야당 후보는 사람들에게 안주거리가 되었다.

주로 박금재 선생과 동행했다. 발목이 좋지 않음에도 참가했다. 평평한 길은 문제없으나 울퉁불퉁한 길은 충격을 주기 때문에 접질러진 것처럼 통증이 온다고 했다. 그럼에도 칼바위 능선과 같은 험준한 코스를 통과했다.

칼바위 능선은 수리산 산행에서 최대 난코스에 해당된다. 네 발로 기어 갈 정도로 험준하다. 그러나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수월하다. 요즘 어느 산이든지 난코스에는 계단이 설치 되어 있는데 이곳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칼바위 능선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지구과학 교사로 정년퇴직한 박금재 선생에 따르면, 칼바위 능선은 퇴적암이 지각변동에 따라 융기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흰색의 삐죽삐죽한 모양의 바위는 전형적인 변성암이라는 것이다. 퇴적암이 열과 압력을 받아 전혀 다른 구조로 바뀐 것이다.

바위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퇴적암, 변성암, 그리고 화성암을 말한다. 퇴적암은 모래나 흙 등 퇴적물이 쌓여서 형성된 것이다. 변성암은 기존의 암석이 열과 압력에 의해서 화학적으로 구조가 바뀌어서 형성된 것이다. 칼바위 능선에서 보는 암석은 변성암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화성암은 화산활동에 의해서 생긴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화강암은 화성암에 해당된다.

인터넷 백과사전에 따르면 화성암은 현무암과 심성암으로 나뉜다. 현무암은 용암이 지표면에서 굳은 것을 말한다. 제주도와 한탄강 일대가 이에 해당된다. 심성암은 지표면 아래 깊은 곳에서 형성된 것이다. 이것이 지표 밖으로 융기되면 화강암이 되는데 북한산과 도봉산이 대표적 케이스라고 한다.

지리시간에 바위에 대해서 배웠었다. 그러나 다 잊어버렸다. 이번에 박금재 선생과 동행하면서 바위의 형성과정에 대해서 다시 알게 되었다.

바위에는 퇴적암, 변성암, 화성암 이렇게 크게 세 종류가 있다고 했다. 여기서 수리산 칼바위 능선은 변성암에 해당된다. 퇴적암이 열과 압력으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서 독특한 모양의 바위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수억년 지구의 역사와 마주하고 있다. 인간의 짧은 생명은 유한하지만 수억년의 바위는 무한한 것처럼 보인다.

추운 날씨임에도 산행 나온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5060인 것 같다. 2030은 보이지 않는다. 너무 추워서 그런 것일까? 게을러서 그런 것일까? 아마 일하는 데 지쳐서 일요일 하루 조용히 휴식 취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산행하는 사람은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안락을 추구한다. 애써 힘들게 일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산행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락을 추구하는 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산행은 쓸데없는 짓에 지나지 않는다. 이 추위에 올라 갔다가 내려오고 말 것을 애써 힘들게 올라가는 것에 대해서 무의미하게 볼 것이다. 마치 열정이 식은 자와도 같다.

나이가 들면 점차 열정이 식어 가는 것 같다. 여행하는 것도 시큰둥 해졌을 때 세상을 다 산 사람처럼 될 것이다. 애써 힘들게 성취하려 하지 않을 때 사실상 죽은 목숨과도 같다.

걸을 힘만 있다면 움직여야 한다. 다리에 힘이 있으면 산행할 수 있다. 그러나 열정이 없다면 안락만 추구하는 삶을 살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감각을 즐기는 삶이다.

감각만 즐긴다면 게으른 자가 되기 쉽다.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즐거움으로 사는 자를 말한다. 이와 같이 게으르고 어리석은 자는 애써 힘들게 성취하려는 의지가 없다. 그래서 이런 가르침이 있다.

"
너무 춥다고 일을 하지 않고,
너무 덥다고 일을 하지 않고,
너무 이르다고 일을 하지 않고,
너무 늦다고 일을 하지 않고,
너무 배고프다고 일을 하지 않고,
너무 배부르다고 일을 하지 않습니다." (D31)

디가니까야 31번 경에 실려 있다. 이는 '게으름에 빠지는 것의 위험'에 대한 가르침이다. 게으르고 어리석은 자는 추우면 춥다고 일을 하지 않고 더우면 덥다고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으르고 어리석은 자는 핑계도 많다.

천수답이 인간이 되어서는 안된다. 전천후 인간이 되어야 한다. 비온다고 전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춥다고 전쟁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덥다고 전쟁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산행도 그렇다. 추우면 추운대로 산행하고 더우면 더운대로 산행한다. 1월달 한겨울에 산행하는 것도 전천후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춥다고 움추려 들면 방 밖으로 나오기 힘들다. 겨울에는 추위를 타야 하고 여름에는 땀을 흘려야 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춥다고 하여 난방이 잘 된 방에만 있고 덥다고 하여 냉방이 잘 되는 방에만 있다면 저항력이 떨어질 것이다. 면역력 감퇴로도 이어진다. 겨울은 겨울답게 보내고 여름은 여름답게 보내야 한다. 이런 때 산행보다 더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추위에 다리가 뻐근 하도록 빡세게 걷다 보면 등줄기에서 땀이 난다. 일주일 동안 못한 운동을 한꺼번에 하게 된다. 무엇보다 우정이다. 한달에 한번 만나 산행을 하다 보면 한달 가는 것 같다. 게으르고 어리석은 자들은 알 수 없는 것이다.

"
너무 춥다, 너무 덥다,
너무 늦다고 말하면서
일을 팽개쳐버리면,
젊었을 때 기회를 놓칩니다.
이 세상에 춥고 더움을
건초보다 중요시 여기지 않고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면,
그는 행복을 잃지 않습니다.”(D31)


2022-01-1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