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암송

빠다나경 외우기 시동을 걸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2. 2. 8. 08:32

빠다나경 외우기 시동을 걸고


새벽에 일찍 깨면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멍하니 편한 자세로 있는 것이 보통이다. 흙탕물이 가라 앉듯이 마음의 정화가 되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생각을 지켜 보게 된다. 부끄럽고 창피한 것도 있다. 이는 마음의 거울로 비추어 보기 때문이다.

새벽은 온전한 나의 시간이다. 나의 내면과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고 내면으로 들어 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정화된 상태에서 암송을 하거나 행선을 한다. 좌선은 거저 먹는 거나 다름없다. 이때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경 외우기를 말한다.

암송이나 행선, 좌선은 기억하는 것이다. 이전에 했던 것을 떠 올리는 식이다. 어쩌면 수동적인 것인지 모른다. 이전에 했던 것을 먹고 산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암송이 그렇다.

밀월기간이 있다. 나에게 있어서 암송의 밀월기간은 한달이다. 한달 또는 두달 외운 경에 대해서 한달동안 암송하는 즐거움을 갖는 것이다. 마치 부처님이 정각을 이루고 난 다음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면서 적멸의 즐거움을 누리듯이.

새로운 경을 외우고 있다. 어제 시동을 걸었다. 파다나경이다. 숫따니빠따 큰 법문의 품에 실려 있는 정진의 경을 말한다. 부처님이 정각을 아루기 전 네란자라 강가에서의 용맹정진에 대한 것이다.

땀 망 빠다나빠히땃땅
나디 네란자랑 빠띠
뷔빠락깜마 자얀땅
요가케맛사 빳띠야

 

빠다나경 25게송 중에서 첫번째 게송이다. 부처님이 용맹정진 하던 시기를 회상하며 제자들에게 들려 준 말이다. 이 빠알리 게송은 다음과 같이 번역되어 있다.

Ta
ma padhānapahitatta, nadi nerañjara pati;
Viparakkamma jh
āyanta, yogakkhemassa pattiyā.

"
네란자라 강의 기슭에서 스스로 노력을 기울여
멍에로부터의 평안을 얻기 위해 힘써 정진하여
선정을 닦는 나에게 일어난 일이다 "(Stn.425)

 


빠다나경은 부처님과 마라(惡魔)와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초기경전을 보면 악마는 부처님과 늘 반대편에 있다. 부처님의 성도를 방해하는 역할로 등장한다.

초기경전에서 악마는 번뇌가 인격화 된 것이다. 탐욕, 성냄, 갈애, 무기력 등 악하고 불건전한 것들이 마군(魔軍), 즉 악마의 군대로 등장한다. 이들 군대를 동아시아불교에서는 마구니라고 한다.

악마의 군대 총사령관은 나무찌(namuci)이다. 나무찌는 팔마군을 이끌고 부처님의 성도를 저지하기 위해서 총공세를 펼친다. 그 팔마군은 다음과 같다.

"
그대의 첫 번째 군대는 욕망,
두 번째 군대는 혐오라 불리고,
그대의 세 번째 군대는 기갈,
네 번째 군대는 갈애라 불린다."(Stn.436)

"
그대의 다섯째 군대는 권태와 수면,
여섯째 군대는 공포라 불리고,
그대의 일곱째 군대는 의혹,
여덟째 군대는 위선과 고집이라 불린다."(Stn.437)

 


팔마군 중에서 다섯번째 '권태와 수면(thinamiddha)'의 군대에 대해 주목한다. 이는 게으름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요즘 말로 '멍때리기'하는 것도 악마의 군대, 마구니임을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나이 먹은 사람들이 그렇다. 재산 있고 연금 있다면 더욱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할것이다. 밥 먹는 것이 하루 일과 중에 가장 큰 행사인 사람도 해당된다.

식사가 대사인 사람들은 끊임없이 즐길거리를 찾는다. 마치 원숭이가 눈을 두리번 거리며 잠시도 가만 있지 않고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 다니듯이,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끊임없이 즐길거리를 찾는다.

즐길거리를 찾아 다니면 어떻게 될까? 이를 집성제에서는 "그것은 바로 쾌락과 탐욕을 갖추고 여기저기에 환희하며 미래의 존재를 일으키는 갈애이다."(S56.11)라고 했다. 즐기는 삶을 살면 세세생생 윤회할 것이라는 말이다.

세상 사람들은 갈애로 살아 간다. 이는 즐기는 삶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따뜨라 따뜨라 비난디니(tatra tatr
ā bhinandinī)"(S56.11)라고 했다. 여기서 "따뜨라 따뜨라"라는 말은 "여기 저기서"라는 말이다. 여기저기서 즐길거리를 찾는 것이다.

여기 저기서 끊임없이 즐거움을 찾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행태이다. 눈과 귀를 잠시도 가만 두지 않는다. 옛날 사람이나 현대인이나 조금도 변함 없다. 마음은 늘 여섯 가지 감각대상에 가 있다.

요즘 에스엔에스와 유튜브 시대이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남이 해 놓은 것을 즐기는 것이다. 이는 욕계 육욕천에 해당된다. 현대인은 남이 해 놓은 것을 즐기는, 타화자재천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면 지나친 것일까?

즐기는 삶은 악마의 삶이라고 볼 수 있다. 타화자재천은 악마의 대왕이 사는 천상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온갖 욕망이 극대화된 천상이다. 자신의 힘으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남이 해 놓은 것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악마의 다섯 번째 군대, 즉 권태와 수면(thinamiddha)의 군대 아닐까?

산에 가는 사람들이 있다. 주말에 높은 산을 힘들게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으른 자들은 느낄 수 없는 성취감이 있다. 정상에 섰을 때 호연지기는 감각을 즐기는 사람들은 알 수 없다. 건강은 덤으로 따라온다. 경 외우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감각을 즐기면 이내 싫증 난다. 유튜브를 보다가 자꾸 더 재미 있고 자극적인 것을 찾는 것과 같다. 애써 힘들게 성취하려 하지 않았을 때 무기력한 삶이 된다. 참을 수 없는 무료와 권태가 엄습할지 모른다. 권태와 수면이라는 악마의 군대에 정복된 것이다.

경 외우기에 도전하는 것은 높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한발 한발 올라가듯이 요령을 피울 수 없다. 어쩌면 자신과의 싸움일지 모른다. 도저히 외워지지 않을 것 같은 수천자에 달하는 빠알리경을 외웠을 때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이제까지 수많은 빠알리경을 외웠다. 보통 한달 또는 두달 걸린다. 이번 것은 두달 목표로 잡고 있다. 외워야 할 게송이 25개이기 때문이다.

이제 하나 외웠다. 짤막한 사구게로 된 게송이지만 반복해서 외다 보면 외워진다. 잊을 만하면 또 왼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외면 외워진다.

욀 때는 뜻을 알고 외운다. 빠알리 사전을 찾아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용맹정진을 뜻하는 빠알리어 '빠다나빠히땃땅'에서 빠히따의 의미는 '
熱心'의 뜻이다. 이렇게 뜻을 알고 외우면 마치 사진을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제 첫번째 게송을 외웠다. 나머지 게송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어느날 다 외운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 그렇게 해 왔다. 물론 다 외우고 나면 한달간 밀월기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감각만을 즐기는 자는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다.


2022-02-0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