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경을 암송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 11. 09:09

경을 암송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놀면 뭘해? 무어라도 하나 해야 한다. 새벽에 깨었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

오늘 새벽 일찍 깨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1시 반이다. 너무 이른 정도가 아니다. 남은 잠 잘 시간에 해당된다. 더 자야 하나? 잠은 잠이 와야 자는 거다. 자신의 힘으로 통제되지 않는다. 이럴땐 무엇을 해야 하나?

너무 이른 시간에 깨면 정신이 맑지 않다. 잠은 오지 않는다. 찌뿌둥 하고 어중간한 상태가 되었을 때 기분전환 해야 한다. 암송보다 더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십이연기분석경(S12.2)을 암송했다. "에왕 메 수땅"에서 부터 "니로도 호띠띠"까지 거침없이 일사천리로 외웠다. 십분가량 걸린다. 이렇게 암송하고 나면 전혀 다른 상태가 된다.

 


암송하고 나면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다. 아마 집중의 효과일 것이다. 암송은 강한 집중을 필요로 하가 때문이다. 이는 의미도 뜻도 모르고 외우는 다라니와 다른 것이다. 의미와 뜻을 새기며 천천히 암송할 때 고도로 집중된다.

암송하고 나면 일시적으로 강한 성취감이 일어난다. 이런 감흥을 참지 못하고 자신에게 "사두!사두!사두!"라고 속으로 외친다. 그리고 회향한다. 이 모든 공덕을 모든 존재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과연 이렇게 하면 감응이 있을까?

경을 암송하면 힘을 받는다고 한다. 이는 진리의 말씀이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암송한 것도 이유가 된다. 암송했을 때 공명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왕이면 원어로 암송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나의 경우는 빠알리어로 암송한다.

경을 암송하면 확실히 힘을 받는 것 같다. 없던 힘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것은 강한 집중으로 알 수 있다. 경을 암송하는 것 자체가 집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경을 암송하고 나면 집중이 있게 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이전과는 다른 상태가 된다.

수행에는 예비수행과 본수행이 있다. 예비수행은 본수행 앞서 행해지는 것이다. 좌선하기 전에 네 가지 예비수행이 있다. 그것은 불수념, 사수념, 부정관, 자애관 수행을 말한다.

예비수행 네 가지를 보면 경에 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불수념이라면 부처님의 열 가지 덕성을 암송하는 것이다. 사수념에 대한 것은 죽음 명상 게송을 암송하는 것이다. 자애관은 자애경을 암송하는 것이 된다. 부정관은 32가지 신체 기관을 암송하는 것이다. 이중에서 부정관을 제외하고 다 외웠다.

예비수행 네 가지는 본수행에 앞서 미리 하는 것이다. 공통적으로 가르침에 대한 것이다. 핵심가르침을 암송하면 모두 예비수행이라고 볼 수 있다. 반드시 위에 언급된 네 가지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경을 암송하는 것 자체가 예비수행이 된다.

경을 암송하고 나면 집중된 상태가 된다. 이 집중을 본수행으로 돌려야 한다. 먼저 행선을 해야 한다. 행선 6단계가 효과적이다. 발을 들어서 올리고 밀고 내리고 딛고 누르는 여섯 단계의 동작을 말한다. 이런 동작을 수십분 동안 해야 한다.

행선은 단순하고 반복적 행위가 특징이다. 어찌 보면 무의미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무의미해 보이는 것에 의미가 있다. 집중이 되면 유의미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행선으로 얻어진 집중은 좌선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본다면 행선은 좌선의 예비수행이 된다.

최종적으로 앉아야 한다. 좌선하는 것이다. 무턱대고 앉아서는 안된다. 예비단계를 거쳐야 한다. 경을 암송하는 것이 첫번째 단계이고 행선하는 것은 두번째 단계에 해당된다. 암송단계에서 이루어진 집중의 힘으로 행선을 하고, 행선단계에서 이루어진 집중의 힘으로 좌선을 하는 것이다.

수행 초보자이다. 수행한다고 이것 저것 해 보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아마도 예비수행 없이 무조건 앉고 보자는 식이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수행이 잘 될 때도 있을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닌 집중을 말한다. 새벽같은 때가 해당된다. 그래서 새벽좌선은 거저먹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수행이 늘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오후가 되면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할까? 상태전환 해야 한다. 경을 암송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경을 암송함으로 얻는 이익은 많다. 경을 암송하고 나면 상쾌하다. 이는 성취와 관계된 것이다. 마음 속으로 "또 해냈다!"라며 스스로 대견해 하는 것이다. 어렵게 애써 암송한 기쁨을 혼자서만 누릴 수 없다. 나누어 가져야 하는 것이다. 공덕회향을 말한다. 그래서 선망부모, 그리고 모든 존재들에게 돌려 준다.

경을 암송함으로 인하여 얻는 이익은 많다. 무어니 무어니해도 집중의 힘을 본수행에 이용하는 것이다. 먼저 행선에 적용한다. 행선을 하면 행선함으로 인한 집중이 생기는데 그 집중의 힘을 좌선에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경을 암송하는 것은 매우 훌륭한 예비수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22-01-1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