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니까야모임

자타카 교정작업에 임하며

담마다사 이병욱 2022. 2. 12. 11:52

자타카 교정작업에 임하며

 

 

그동안 참으로 이상했다. 왜 한국에서는 제대로 번역된 자따까가 없을까에 대한 것이다. 니까야를 보다 보면 ‘Jat’라는 약어로 표현된 자따까 인용이 있는데 찾아볼 수 없었다.

 

자따까 번역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동국역경원에서 발간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본 남전대장경을 중역한 것이다. 빠일리 원문을 번역한 것은 아직까지 없었다.

 

어제 금요니까야 모임에 참석했다. 대선후보 토론이 있는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매달 둘째와 넷째 금요일에 모임이 있기 때문에 참석한 것이다. 기대를 가지고 갔었다. 어떤 기대인가? 자따까 교정본을 가져오는 기대감을 말한다.

 

그동안 오래 기다렸다. 자따까 번역이 완역되어서 이제 교정만 남겨 놓고 있다. 일차 교정은 끝났다. 같은 금요니까야모임 멤버인 장계영 선생이 한 것이다. 한달전 모임에 참석했더니 전재성 선생은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일차교정하기 위한 책을 주면 너무 고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마침내 어제 이차교정을 위한 책을 가져오게 되었다.

 

 

두 권을 가져왔다. 모두 여섯 권 중의 두 권이다. 실제로 출판될 때는 합본식으로 하여 단권으로 출간된다. 전재성 선생에 따르면 오류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차에서 많이 걸러 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계영 선생의 노고를 치하했다.

 

금요니까야모임 멤버들이 교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금요모임이 20172월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만 5년 동안 멤버들이 수많은 번역서 교정에 참여했다. 나의 경우는 테라가타, 테리가타, 앙굿따라니까야 합본, 청정도론, 율장 부기 교정작업에 참여했다. 이번 자따까 교정작업에 참여하게 되면 여섯 번째가 된다.

 

교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단순한 것은 오자와 탈자를 잡아내는 것이다. 일차교정을 하다 보면 빨간 표시가 수두룩하다. 이차교정을 하면 상당히 줄어 든다. 그럼에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나중에 인쇄되고 나서 발견되면 심적으로 고통받는다고 한다.

 

교정작업을 통해서 경전을 다 읽어 보게 된다. 본문은 물론 각주까지 꼼꼼하게 읽다 보면 경전공부는 자연스럽게 된다. 머리말에 교정자의 이름이 실리는 것은 덤으로 따른다.

 

 

책을 열어 보았다. 책 제목이 자타카라고 되어 있다. 본래 발음대로 하면 자따까가 될 것이다. 왜 이렇게 정했을까? 이에 대하여 사람들이 많이 그렇게 부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숫따니빠따를 수타니파타라고 한 것도 그렇다는 것이다.

 

자따까는 부처님의 전생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전생은 어떤 의미일까? 한자로 앞 전() 자를 써서 전생(前生)’이라고 하면 맞지 않다고 했다. 구를 전()자를 써서 전생(轉生)’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라고 한다. 실제로 독일어 번역 제목을 보면 부처님의 윤회이야기의 뜻이라고 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KPTS)에서 이번에 완역한 자타카는 부제가 있다. 그것은 깨달음을 향한 님의 전생이야기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전생은 한자어로 구를 전자를 쓴 전생(轉生)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의 서두에 발간사와 추천사와 머리말과 해제가 있다. 발간사는 경전을 발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사람에게 한페이지 할당하는 것이 관례인 것 같다. 발간사를 쓴 사람 이름을 보니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정인진 합장이라고 되어 있다.

 

추천사는 누가 썼을까? 익숙한 이름이다. 혜능스님이다. 울산에 주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청정도론과 율장 교정작업을 할 때 공동 교정자로 참여했다. 추천사 말미를 보니람림선원 무봉 혜능 합장이라고 되어 있다.

 

머리말은 전재성 선생이 쓴 것이다. 한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글이다. 그러나 자타카 번역의 핵심이 담겨 있다. 이는 서두에 쓰여진 경전 인용문구를 보면 알 수 있다.

 

전재성 선생은 머리말에서 상윳따니까야 15번째 상윳따에 있는 경을 인용했다. 이는이 윤회는 시작을 알 수 없다. 무명에 덮인 뭇삶들은 갈애에 속박되어 유전하고 윤회하므로 그 최초의 시작점을 알 수 없다.”(S15.11)로 시작되는 문구를 말한다.

 

부처님은 윤회의 시작점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유일신 종교의 경우 시작점이 있다. 시작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끝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바이블을 보면 창세기도 있고 종말론도 있다. 그러나 부처님은 윤회의 시작점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윤회에서 시작점이 없는 것은 무명과 갈애 때문이다. 무명과 갈애가 있는 한 세세생생 윤회할 수밖에 없다. 경에서는 이를 무명에 덮이고 갈애에 속박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모르기 때문에 윤회하는 것이고, 욕망 때문에 윤회하는 것이다.

 

무명과 갈애가 있는 한 윤회할 수밖에 없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무명과 갈애가 있는 한 윤회의 끝도 없음을 말한다. 무명과 갈애가 있는 한 윤회의 시작을 알 수 없듯이, 무명과 갈애가 있는 한 윤회의 끝도 알 수 없다. 반면 무명을 알고 갈애를 끊어 버리면 더 이상 윤회하지 않게 될 것이다.

 

전재성 선생은 머리말에서 윤회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상윳따니까야 시작을 알 수 없는 것의 모음’(S15)를 인용했다. 그 중에서불행의 경을 보면, “수행승들이여, 이 윤회는 시작을 알 수 없다. 무명에 덮인 뭇삶들은 갈애에 속박되어 유전하고 윤회하므로 그 최초의 시작점을 알 수 없다. 수행승들이여, 불행하고 가난한 사람을 보면 그대들은 이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우리도 한 때 저러한 사람이었다.’라고 관찰해야 한다.”(S15.11)라고 되어 있다.

 

전재성 선생은 불행의 경의 문구를 인용하여 자타카를 설명했다. 그래서 이 자타카야말로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부처님께서 보살로서 나도 한때 저런 사람이었다.’라고 하는 고백을 기록한 거룩한 성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여기서 키워드는 나도 한때 저와 같은 사람이었다.”가 된다. 부처님이 보살로 삶을 살 때 수많은 중생으로서 삶을 산 것을 말한다. 이렇게 본다면 상윳따니까야 시작을 알 수 없는 것의 모음’(S15)은 자타카의 오프닝테마와 같은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해제를 보았다. 전재성 선생 특유의 문체로 쓰여 있다. 긴 문장으로 서술된 것이 특징이다. 내용도 방대하다. 무려 40여페이지에 달한다. 해제를 읽어 보면 경전의 구성과 흐름을 대략 파악할 수 있다.

 

교정을 하지만 경전공부도 겸하고 있다. 중요부분은 노랑형광메모리로 칠을 하면서 읽는다. 새겨 두고 싶은 내용이 많다. 자타카에 대하여 부처님께서 궁극적인 깨달음을 이루기 전의 삶 가운데 전생에서 보살이었을 때에 구도생활을 서술한 이야기이다.”(해제, 9)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보살로서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놀랍게도 축생의 삶도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문을 보면 천신이나 국왕, 대신, 부호, 장자, 고행자, 심지어 도둑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코끼리, 원숭이, 승냥이, 백조, 공작새, 까마귀, 토끼, 물고기 등의 여러 동물의 생을 받아 윤회를 했다.”(해제, 9)라고 쓰여 있다.

 

부처님은 보살로서 삶을 살 때 왜 축생으로도 태어나는 삶을 살았을까? 이에 대하여 전재성 선생은 보살은 위대한 서원을 완성하기 위해라고 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러한 세계에 태어난 것은 악업을 저지른 대가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비로운 보살이 의도적으로 그곳에 태어나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었다.”(해제, 17)라고 설명해 놓았다.

 

부처님의 보살도를 보면 대승불교의 보살사상이 연상된다. 특히 지장보살이다. 지장보살은 지옥이 다할 때까지 지옥에 내려서라도 구제하겠다고 서원했다. 그렇다면 부처님이 보살로 살 때 지옥에 태어난 적이 있을까?

 

부처님도 지옥에 태어난 적이 있다. 이에 대하여 전재성 선생은 보살은 지옥에 태어난 것을 우리가 볼 수는 없지만, 보살이 스스로 지옥의 존재로 살았던 것을 회상하는 것(Jat.538)을 확인함으로서 보살이 지옥의 존재로까지 살았던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해제, 17)라고 했다.

 

보살이 지옥에도 태어났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보살은 삼계와 육도를 윤회한 것이다. 이렇게 윤회한 것은 서원을 완성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보살이 디빵까라 부처님의 두 발 아래 엎드린 이래 사아승지겁 하고도 십만겁 동안 십바라밀을 닦아 부처가 된 것이다.

 

 

앞으로 한달이내에 교정을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되지 않을 것 같다. 시간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청정도론 교정했을 때와 비교되는 것이다. 논서보다는 좀더 수월할 것 같다.

 

자타카는 오랫동안 고대했던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불교에서 제대로 된 자타카 번역이 없었는데 이번에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출간된다면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왜 그런가? 불교인들에게 신심을 고취시키게 하는 우화나 영웅담 등 교훈적 이야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자타카 번역 불사는 3년가량 걸렸다. 2018년 가을 청정도론이 완역되고 난 후 2019년에 번역작업에 들어 갔다. 최종 교정작업을 거쳐서 앞으로 한두달 후면 출간될 것이다. 자타카 번역불사는 한국불교 1700년 역사에 있어서 또 하나의 쾌거이고 또 하나의 금자탑이 될 것이다.

 

 

2022-02-1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