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물매니아
가성비라는 말이 있다. 가격대비 성능의 약어이다. 식물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본다. 어제 이마트에서 본 뱅갈고무나무와 떡갈고무나무가 그랬다.
요즘 대형마트에도 식물코너가 생겼다. 대체로 만족스러운 가격이다. 큰 식물보다는 만원 안팍의 작은 것이 주류를 이룬다. 그런데 어제 본 고무나무는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우선 키가 크다. 그리고 목대가 두텁다. 이 정도이면 4만원가량 될 것이다. 그런데 가격은 놀랍게도 32,900원이다. 식물을 오래동안 키워본 식물매니아의 입장에서 가성비가 좋은 것임에 틀림없다.
떡갈고무나무를 구입했다. 키가 목까지 닿는다. 목대는 가느다란 몸매의 팔목만 하다. 목대가 굵어야 오래 간다. 십년 이상 식물을 키워 보아서 목대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시무실에는 열대식물 천지이다. 행운목을 비롯하여 인도고무나무, 홍콩대엽야자 등 열 개 이상 열대식물이 있다. 열대식물을 선호하는 것은 잘 죽지 않기 때문이다. 물만 주어도 잘 자란다. 잎이 넓고 두꺼운 것이 특징이다. 또한 목대가 굵은 것이 특징이다.
떡갈고무나무를 공수했다. 차에 싣는 것을 말한다. 사람 키만 하므로 경차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조수석에 비스듬히 눕게 해서 공수했다. 이렇게 해서 식물식구가 또 하나 늘어났다.
2007년부터 식물 키우기를 시작했다. 10년이 넘는 동안 수많은 종류의 식물을 키웠다. 새로운 식물을 들여올 때는 꼭 기록을 남겼다.
식물키우기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지금 없는 것도 많다. 도중에 죽은 것이다. 기록을 남겨 놓았기 때문에 사진으로는 볼 수 있다. 쿠루시아도 그런 것 중의 하나이다.
쿠루시아가 최근 죽었다. 가면 갈수록 잎파리가 떨어져서 시들해지면서 수명을 다한 것이다. 6년 함께 한 것 같다. 그 화분에 이번에 산 떡갈고무나무를 옮겨 심고자 한다. 이런 식물은 나에게 있어서 동반자와 같다. 일종의 반려식물이 될 것이다.
어느 페이스북 친구가 개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다. 개의 새끼들이 어미 젖을 빠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올린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어쩌다가 축생으로 태어났을까?"라고 댓글을 달았다.
개의 새끼들을 보면 귀엽다. 그래서일까 옛날 어른들은 아이를 볼 때 "우리 강아지 왔는가?"라며 맞이해 주었다. 어린 아기이건 좀더 큰 아이이건 간에 할머니들은 강아지라고 불렀던 것이다.
강아지를 볼 때 마다 측은한 느낌이 든다. 귀엽기는 하지만 "어쩌다 축생으로 태어났을까?"라는 의문이 앞선다. 어쩌면 시작을 알 수 없는 윤회에서 나도 한번쯤 강아지로 태어났을지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면 우울해진다.
개는 강아지 시기가 지나 가면 그다지 대우받지 못한다. 강아지 시절 짧은 때가 지나가면 부담스러워진다. 특히 암케일 경우가 그렇다. 어쩌다가 임신이라도 하면 개천지가 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어느 페친은 수케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벽을 만들어 이중삼중으로 보안을 강화했다고 한다.
개나 고양이는 유정물이다. 정신기능이 있는 것들이다. 유정물이기 때문에 육도윤회의 대상이 된다. 이런 이유로 축생을 반려로 하기에 부담스럽다. 그러나 반려식물은 부담없다.
반려식물은 말라 죽었다고 해서 슬퍼하지 않는다. 유정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정물인 개는 강아지 시절이 가장 좋지만 노병사가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반려식물은 노병사에 대한 우울함이나 슬픔은 없다. 오히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번성한다. 이런 이유로 식물키우기를 더 선호한다.
사무실에 새로운 반려식물이 생겼다. 앞으로 매일 볼 것이다. 잊을만 하면 물도 줄 것이다. 한달 세 번 주면 된다. 목대가 굵고 잎사귀가 커서 오래 갈 것 같다. 새로운 반려식물이 생겼다.
2022-03-02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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