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진정한 낙수효과는

담마다사 이병욱 2022. 3. 24. 07:56
진정한 낙수효과는

낙수효과는 있을까? 여유 있는 자들이 소비할 때 그 효과가 노점에 까지 갈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관찰해 본 바에 따르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고액 연금 생활자나 고액 연봉자 그리고 고액 임대소득자가 있다. 그들이 소비했을 때 어디까지 돈이 흘러 갈까? 아마 고급 식당이나 백화점 등에서 멈출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이전에는 해외에서 소비했을 것이다. 낙수효과를 해외 사람들이 차지 한 것이다.

오늘 저녁 비산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다 땅콩 판매 차량을 보았다. 땅콩을 비롯하여 각종 콩류가 있다. 안양이마트 목 좋은 곳에 자리잡고 트럭 영업을 하는 것이다.

트럭 좌판에 바구니에 담겨 있는 것을 보았다. 붉은 색이 눈에 띄었다. 강낭콩이라고 쓰여 있다. 이에 시선이 머물렀다. 강낭콩 밥을 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결정해야 한다. 파란 불이 들어 오면 지나쳐야 한다.

강낭콩 한봉지에 5천원이다. 사도 그만 안사도 그만이다. 그러나 팔아주고 싶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팔아 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게 일었다. 그래서 "이거 밥 지을 때 넣어서 먹는 거에요?"라며 말을 걸었다.

판매자는 나이가 젊은 아가씨이다. 아마 이십대 후반 정도 되는 것 같다. 말투가 똑똑 떨어지는 것을 보니 신세대 청년 스타일이다. 부모를 대신해서 장사하는 것인지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목소리가 무척 쾌활하다는 사실이다.

아가씨는 쾌활한 목소리로 "그럼요, 밥 해 먹으면 맛 있어요."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 해서 "이거 몽땅 쓸어서 9천원에 해 드릴께요."라고 말했다.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5초를 넘기지 않았다. 마침내 "이거 다 주세요."라고 말했다.

만원을 내고 천원을 거스름돈으로 받았다. 9천원에 강낭콩 두 봉지를 산 것이다. 무게가 묵직했다. 왠지 마음도 뿌듯한 것 같다. 대형마트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대체 이런 잔잔한 기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무언가 보람 있는 일을 했다고 느꼈을 때 만족한 상태가 된다. 누군가를 도와 주었다고 생각 했을 때 뿌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봉사활동을 하고 난 다음 귀가할 때 느끼는 잔잔한 행복 같은 것이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노점 물건을 팔아 주었을 때도 그런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종종 노점에서 먹거리를 산다. 어떤 이들은 불량식품으로 간주하여 쳐다 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장사하는 것이다. 이것 아니면 해먹고 살 길이 없기에 좌판을 펼치는 것이다.

노점 것을 팔아 주어서 기분 좋다. 노점상은 팔아서 기분 좋다. 서로가 좋은 것이다. 이는 오가는 대화로 알 수 있다.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로 확인할 수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고급식당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노점을 지나친다. 물건은 마트에서만 사야 되는 줄 아는 것 같다. 그러나 노점에서 물건을 사면 오가는 정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낙수효과이다. 노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야말로 이시대의 진정한 낙수효과 아닐까? 강낭콩 밥이 기대된다.

2022-03-2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