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믿음이 없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담마다사 이병욱 2022. 3. 30. 13:21

믿음이 없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지난 설 날 때 아들에게 용돈을 받았다. 두 번 있는 일이다. 엄마와 아빠에게 각각 봉투를 주었다. 열어보니 5만원권이 네 장이다. 갑자기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까지 먹거리 등을 타인들로부터 선물 받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 현금으로 받아 보니 돈이 좋다는 말이 실감난다.

 

아들은 공무원이다. 서울시 구청에서 일하고 있다. 공무원이 된 지는 5년이 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난 다음 혜택을 받았다고 본다. 그때 당시 공무원을 많이 뽑았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취업이 되지 않는다. 설령 들어 간다고 하더라도 오래 있지 못한다. 아들이 졸업하던 때 역시 취업이 안되던 시기였다. 할 것이라고는 공무원 밖에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노량진에 1년가량 다녔다.

 

취준생일 때 돈이 한달에 백만원가량 들어 갔던 것 같다. 학교 다닐 때도 만만치 았았다. 심지어 군대에 있을 때도 돈이 많이 들었다. 매주 금요일이면 집에 왔기 때문이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전철 타고 온 것이다.

 

아들은 삼수했다. 대학에 들어 갔으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반년만 다녔다. 재수를 했으나 잘못 찍었는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삼수생이 되었다.

 

재수는 필수라고 한다. 그러나 삼수는 선택이라고 한다. 삼수하면서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다음해 원하는 학교를 들어갔지만 반년만 다니다 군대에 가야 했다. 카투사로 간 것이다. 시험 보아서 간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카투사는 여러모로 한국군대와 다르다. 미국군대 소속이다 보니 모든 것이 미국식이다. 카투사 훈련소 졸업식때 갔었다. 그때 어느 어머니의 얘기를 우연히 들었다. 그녀는 이제 자대배치 받았으니 고참을 잘 만나야 될텐데.”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걱정은 끝이 없는 것 같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가 보았다. 자대 배치 받고 부모를 초청한 것이다. 이불을 가져다 주기 위해서 갔다. 캠프는 한마디로 미국의 축소판처럼 보였다. 땅은 한국이지만 미국 어느 지역을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아들은 노량진 생활 일년이 채 안되어서 성남시 공무원이 되었다. 한번 시험삼아 시험 본 것이 붙어 버린 것이다. 아마도 영어를 잘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성남시 공무원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서울시 공무원이 되고자 한 것이다. 일년 정도 다니다가 시험을 쳐서 서울시 공무원이 되었다.

 

아들은 공무원 5년차이다. 내년이면 7급 승진예정이라고 한다. 말단 9급부터 시작한 것이다. 승진하면 구청을 옮긴다고 한다. 현재 오십대 팀장 다음으로 부팀장이라고 한다.

 

아들은 대체로 늦은 나이에 공무원이 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들어온 사람도 있다고 한다. 대학을 가지 않고 곧바로 공무원이 된 것이다. 요즘 세태를 보는 것 같다.

 

아들에게 용돈을 받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늘 주기만 했었는데 돈으로 받으니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돈이 좋다고 하는 모양이다. 돈 싫어 하는 사람 없다는 말도 나왔을 것이다.

 

돈 싫어 하는 사람이 없다면 돈을 주면 좋다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장모님에게 돈을 드리기로 했다. 매달 십만원씩 드리자고 아내에게 얘기했다. 맞벌이하기 때문에 각자 오만원씩 해서 합한다음 매달 십만원을 자동이체 하기로 한 것이다.

 

장모님은 양가 부모 중에 유일하게 생존해 있다. 팔팔년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그것도 한 해에 여러 번 김치를 해 주고 있다. 지난달에도 김치를 큰 통에 가득 해 주었다.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노고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으로 매월 십만원 이체하자고 한 것이다.

 

종종 가족 제도(濟度)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아직까지 가족제도가 성공해 본적이 없다. 아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 가족 제도하기 위해서 법구경을 사 주었으나 한번도 열어 보지 않았다. 내 마음 같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양가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가족 제도의 어려움을 실감한다.

 

어떻게 해야 가족 제도를 잘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이 변했다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먹혀 들어갈 것이다. 먼저 부모의 은혜에 대하여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앙굿따라니까야에 이런 가르침이 있다.

 

 

“수행승들이여, 두 분에 대하여는 은혜를 갚기가 쉽지 않다. 두 분이란 어떠한 분인가? 어머니와 아버지이다. 수행승들이여, 한똑 어깨에 어머니를 이고 한쪽 어깨에 아버지를 이고 백년을 지내고 백년을 살면서, 향료를 바르고 안마를 해주고 목욕시키고 맛사지를 해드리며 간호하는데, 그들이 어깨 위에서 똥오줌을 싸더라도 수행승들이여, 어머니와 아버지의 은혜를 갚지 못한다. 수행승들이여, 어머니와 아버지로 하여금 이 칠보로 가득한 대륙의 지배자로서 왕위에 취임하도록 하여도 어머니와 아버지의 은혜를 갚지 못한다.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수행승들이여,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이들을 낳고 양육하며 세상에 내보내는 많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A2.32)

 

 

양가 부모가 살아 있을 때 효도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무심으로 일관한 것 같다. 그런데 니까야에서는 부모를 공양하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자타카에서는 출가했을지라도 나이 든 부모를 공양하라고 했다.

 

어떻게 해야 부모를 잘 공양할 수 있을까? 맛있는 것을 사 드리고 용돈을 드리는 것이 최상일까? 그러나 그것은 그때 뿐이다. 그런데 부처님은 부모공양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놀라운 말씀을 하신다.

 

 

“수행승들이여, 그러나 믿음이 없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믿음을 권하고, 믿음에 들게 하여 믿음을 확고하게 하고, 계행이 없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계행을 권하고, 계행에 들게 하여 계행을 확고하게 하고, 인색한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보시를 권하고, 보시에 들게 하여 보시를 확고하게 하고, 지혜가 없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지혜를 권하고, 지혜에 들게 하여 지혜를 확고하게 하면, 어머니와 아버지의 은혜를 넘치게 갚는 것이며, 넘치게 갚는 것이다.(A2.32)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최상의 효도는 부모를 부처님 가르침으로 이끄는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것을 사드리고 돈을 드리고 심지어 안마를 해 준다고 해도 부처님 가르침을 한마디 알려 주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부처님의 담마는 사람들로 하여금 천상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에서는 믿음이 없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믿음을 권하라.”라고 했다.

 

부모와 형제, 자식에게 믿음을 권해야 한다. 믿음뿐만 아니라 계행도 권해야 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믿음을 확립해야 하고 또한 자신의 계행을 확립해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 가족 제도를 해야 할 것이다.

 

가족 제도는 하지 못했다. 그러나 함께 사는 사람은 제도 했다고 본다. 처음에는 믿음이 없었으나 언젠가부터 믿음이 생겨났다. 종교가 본래 없었으나 불교를 종교로 가지게 된 것이다. 언젠가 성당에 가겠다는 것을 말린 적이 있다. 지금은 절에 가면 대웅전에서 삼배할 정도가 되었으니 아내 제도는 성공했다고 본다.

 

블로그에 가족 얘기는 쓰지 않는다. 아내가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쓰고 말았다. 가족제도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보니 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가족 제도에 관한 부처님 가르침이다. 부모에게 용돈을 드리는 것도 좋지만 최상의 부모공양은 부처님 가르침을 알려 주는 것이라고 했다.

 

부모가 부처님 가르침을 알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마 자식에게 주는 만큼 남들에게도 줄 것이다. 이른바 보시공덕을 쌓는 것이 된다. 여기에 지계의 생활까지 하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공덕의 총량은 늘어날 것이다.

 

부모에게 용돈을 주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더 좋은 것은 보시공덕과 지계공덕을 쌓게 만드는 것이다. 보시와 지계로 천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보다 더 좋은 효도가 어디 있을까?

 

불교인이라면 가족 제도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건너가야 할 것이다.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따라올 것이다. 먹을 것을 주는 것도 좋고 용돈을 주는 것도 좋지만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게 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효도가 될 것이다. 형제나 자식 제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먼저 그들에게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2022-03-3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