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식물은 잘라도 싹이 난다

담마다사 이병욱 2022. 4. 3. 20:46

식물은 잘라도 싹이 난다


"
놀면 뭐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 있을 때 하는 말이다. 노느니 쑥을 뜯었다. 염불사 한켠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쑥은 이맘때 나오는 것이다.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 해가 넘어 가려 할 때 쑥을 뜯었다.

 


쑥은 제철 음식이다. 이때가 지나면 먹을 수 없는 것이다. 제철에 나는 것은 모두 약이라고 했다. 약으로서 쑥을 뜯었다.

먹을 만큼만 뜯었다. 된장국 끓여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쑥 특유의 향내가 날 것이다. 제철에 나는 것이 쑥만 있을까?

 


언젠가 TV에서 잡초를 음식으로 먹는 사람을 보았다. 봄에 나는 갖가지 잡초를 채집하여 나물처럼 무쳐 먹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부처님 주치의 지바까가 "약이 되지 않는 푸성귀는 없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쑥은 뜯으면 또다시 자라난다. 동물과 달리 죽지 않는다. 그래서 식물은 살생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출가자에게는 금한다. 니까야에 따르면 "그는 종자와 식물을 해치는 것을 여읩니다. 이것도 또한 그 수행승의 계행입니다.”(D2.43)라고 했다.

출가자의 계율은 만들기 나름이다. 그때그때 만들어 졌다. 수범수제 형식이다. 죄를 범하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기 시작하면 한정 없을 것이다. 그래서 출가자의 계율을 무한청정계율이라고 한다. 번뇌의 숫자만큼 많은 계율을 말한다.

율장에는 드러난 것만 있다. 드러나지 않은 것도 많다. 만일 부처님이 지금 여기에 계시다면 담배피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만일 지금 부처님이 계시다면 스마트폰 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한가한 염불사의 오후이다. 노느니 쑥을 뜯었다. 식물을 해치는 것이긴 하지만 죽이는 것은 아니다. 식물은 잘라도 또 싹이 나기 때문이다. 쑥 된장국 해 먹으면 맛 있겠다.


2022-04-0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