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남산 감이당을 무작정 찾아 갔는데

담마다사 이병욱 2022. 4. 4. 16:25

남산 감이당을 무작정 찾아 갔는데

 

 

오늘 아침 세수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감이당을 한번 가보자고. 그 동안 한번 찾아 가고자 했으나 실행되지 못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다. 생각난 김에 찾아 가고자 했다.

 

아침 일찍 일터에 나와 식물에 물을 주었다. 그리고 식물과 관련된 글을 써서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렸다. 다음 일과는 남산에 있는 감이당에 가는 것이다. 빈손으로 갈 수 없다. 뭐라도 하나 들고 가야 한다. 과일만큼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안양농수산도매시장으로 차를 몰았다. 늘 자주 가는 단골 가게가 있다. 청과동에 있는 하나청과이다. 인연 있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고자 할 때 박스 단위로 사는 곳이다. 먼저 가게주인에게 요즘 무슨 철인지 물어보았다. 한라봉을 추천했다. 선물용 고급도 있지만 감이당의 경우 청년들이 많다고 들어서 양이 많은 것을 선택했다. 한라봉 38개가 들어 있는 큰 박스이다. 가격은 5만원이다. 단골이라서 할인해 준 것 같다.

 

 

한라봉 한박스만으로 부족할 것 같았다.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았다. 봉투에 넣어 전달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미우이 명상치유음악 씨디도 몇 장 준비했다. 이정도면 초행길에 최소한의 준비는 된 것 같다.

 

안양에서 남산 감이당까지는 28키로 거리에 한시간이 약간 더 걸린다. 과천 뒷길로 해서 양재IC에 이르러 경부고속도로를 탔다. 남산 1호 터널을 지나자 점점 가까워졌다. 네비가 가자는 대로 간 것이다.

 

감이당은 남산 거의 가까이 있다. 마치 막다른 골목에 이른 것처럼 남산과 경계지점에 있다. 사층짜리 건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깨봉이다. 건물이름인 것 같다. 작은 표지판에 감이당남산강학원이라는 명칭이 보였다. 이곳이 감이당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감이당에는 연락하지 않고 간 것이다. 연락을 하고가나 하지 않고 가나 가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연락을 하고 가는 것이 예의이기는 하지만 그냥 가고자 했다. 어쩌면 고미숙 선생과 만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간 것이다.

 

오늘 아침 감이당을 예고없이 방문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갖추고자 했다. 양복을 꺼내 입고 구두를 신었다. 방문할 때나 초대받았을 때 착용하는 것이다. 젠틀하게 보이고자 한 것이다. 혹시 잘 하면 고미숙 선생과 인사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갖춘 것이다.

 

감이당은 3층에 있다. 한라봉 박스를 들고서 들어 갔다. 여러 개의 방이 있는데 각 방에서는 공부도 하고 토론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쭈뼛쭈뼛 서 있으니 사람이 나왔다. 어떻게 오셨느냐고 묻자 감이당 후원하러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서서 이야기하다가 이야기가 길어지자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했다. 어디에 가든 빈손으로 가서는 안된다. 특히 절이 그렀다. 수행자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없다.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살아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감이당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감이당은 공부하는 곳이다. 주로 2030세대들이 공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미숙 선생의 유튜브강연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공부하는 사람들은 밥을 굶지 않는다고 했다. 누가 도와주든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나타남을 말한다. 수행자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행자는 굶지 않는다. 열심히 수행하는 사람을 누가 도와주든 도와주게 되어 있다. 산중에서 도를 닦고 있는 수행자가 있을 때 누군가 지게에 쌀을 지고 올라간다고 했다. 청년들이 공부할 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 가지를 준비했다. 한라봉 38개들이 한박스와 현금이 든 봉투와 이미우이 음악씨디 여러 장이다. 이중에서 현금봉투 전달은 불발되었다. 감이당에서는 후원금을 돈으로 받지 않는다고 했다. 계좌이체 해야 함을 말한다. 재정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야기한 사람은 이경아 선생이다. 성함을 물어서 안 것이다. 이경아 선생은 감이당 홈페이지를 알려 주었다. 그리고 후원하는 방법도 알려 주었다.

 

 

감이당 홈페이지(http://www.gamidang.com/ )를 찾아 가 보았다. 그리고 회원가입을 했다. 후원은 청년펀드에서 가능하다. 청년펀드 후원하기 공지글을 읽어 보았다. 아름다운 마음을 내 준 사람들에 의해서 운영이 되고 있다. 참여방법은 후원계좌로 돈을 입금하는 것이다.

 

감이당 청년펀드에 후원했다. 매달 일정 금액을 자동이체 한 것이다. 금액은 크지 않다. 형편에 맞게 능력껏 했다. 불로소득이 생겨서 큰 돈을 후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일인사업자가 이마의 땀과 팔의 힘으로 정당하게 번 돈을 보시한 것이다.

 

이경아 선생과 테이블에 앉아 30분가량 얘기 나누었다. 먼저 고미숙 선생 유튜브를 다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더 이상 볼 것이 없는 것 같다. 새로운 영상이 뜨면 관심 있게 지켜본다. 왜 그런가? 나의 삶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고미숙 선생의 유튜브 강연을 듣고 감명받아 수많은 글을 썼다. 일종의 강연 후기 같은 것이다. 청년백수에 대한 이야기, 중년백수, 정년백수 등 수많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글쓰기에 대한 강연이 강하게 남았다. 왜 그런가? 나는 오래 전부터 글을 써 왔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이다. 직장을 다니다가 40대 중반 중년에 퇴출되어 할 것이 없었을 때 글쓰기를 한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 16년 동안 써왔다. 그 결과 블로그에는 7천개가량이 축적되었다. 누적조회수가 786만명에 달해서 불교계 넘버원 블러그가 되었다. 이에 교계 신문기자들은 불교계 파워블로거라는 명칭을 붙여 주었다.

 

지금은 일인사업자로 살고 있다. 일감이 있으면 일을 하고, 일이 없으면 글을 쓴다. 글을 십년 이상 매일 쓰다 보니 이제 생활화가 되었다. 글쓰기가 일상이 된 것이다. 마치 밥 먹는 것과 똑같다.

 

요즘에는 과거 쓴 글을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13년까지 쓴 것에 대하여 책으로 만들었는데 현재 50권까지 만들었다. 이런 추세라면 일년후에는 100권이 될 것 같다.

 

고미숙 선생 유튜브 강연을 듣고서 공감한 것이 많다. 글을 늘 매일 쓰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지만 가장 공감한 것은 암송하는 것이다. 읽기와 쓰기를 넘어서 암송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마음 자세를 달리 가지게 되었다.

 

쓰기만 한 것은 아니다. 틈틈히 게송을 외우고 경을 암송했다. 십년도 넘는 일이다. 그러나 산발적이었다. 그런데 암송의 중요성에 대한 강연을 접하고 난 다음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암송하는 것도 글쓰기처럼 생활화하자는 것이다.

 

수많은 경을 외웠다. 주로 빠알리경을 외운 것이다. 주로 숫따니빠따에 실려 있는 경을 외웠다. 이른바 테라와다 삼경이라 부르는 라따나경(보배경, Sn.2.1), 멧따경(자애경, Sn.1.8), 망갈라경(축복경, Sn.2.4)을 비롯하여 초전법륜경(S56.11), 팔정도분석경(S45.8), 십이연기분석경(S12.2)을 등을 빠알리 원문으로 외었다. 현재는 숫따니빠따 파다나경(정진의 경, Sn.3.2)을 외우고 있다.

 

쓰기와 암송하기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읽기도 중요하다. 그래서 경전읽기에 착수했다. 사부니까야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고자 한 것이다. 맛지마니까야는 머리맡에 놓고 보고 있다. 디가니까야는 일터에서 틈틈이 보고 있다. 지난 십년 동안 본 것이지만 완전히 다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마치 소설 읽듯이 방대한 니까야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고자 결심한 것이다.

 

고미숙 선생은 만나지 못했다. 다른 건물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상관없다. 오늘 간 것은 감이당과 인연맺으로 갖기 때문이다. 언젠가 인사할 날이 있을 것이다. 아마 청년붓다 시간이 될 것 같다. 이경아 선생이 소개시켜 준 것이다. 청년붓다는 48일 개강이라고 한다.

 

강좌를 보다가 놀라운 것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새김 세미나: 초기불교와 영성탐구 시즌2’라는 강좌를 말한다. 교제를 보니 붓다 연대기이다. 이학종 선생이 지은 것이다. 이학종 선생과는 잘 아는 사이이다. 이학종 선생은 법보신문 사장을 역임한바도 있는데 무엇보다 수행도반이라는 사실이다. 20191월 미얀마로 함께 수행하러 떠났었다.

 

청년붓다 강연에 대하여 찾아보니 48일부터 63일까지 총8강이다. 전재성 선생 금요니까야 공부모임과 겹치는 주도 있다. 금요니까야 모임은 매달 둘째와 넷째주 금요일 7시부터 9시까지 열리기 때문이다. 현재 5년째 지속되고 있는 모임이다. 그럼에도 신청하고자 한다. 동시에 두 곳에서 공부할 수 없다. 전재성 선생 모임 있는 주는 한국빠알리성전협회로 가고, 모임이 없는 주는 고미숙 선생의 청년붓다 강좌를 들으면 될 것 같다.

 

오늘 세수하다가 갑자기 감이당에 갈 것을 결정했다. 네비에 감이당을 치자 안내되었다. 사전에 연락을 하지 않고 간 것은 실례일 것이다. 그러나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있었다. 그 중에 음악씨디도 전달했다. 늘 가지고 다니면서 인연 있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는 것이다.

 

 

보시를 실천하고자 한다. 다만 능력껏 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보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초기경전에 수없이 언급되어 있다. 맛지마니까야에서는 여법하게 얻은 것을 흔쾌히 보시한다.”(M142)라고 했다. 최근 교정본에서 읽은 자타카에서는 보시에 앞서 기분이 좋고, 보시할 때는 마음이 기쁘고, 보시한 뒤에는 만족한다. 이것이 희사의 구족이다.”(자타카 390)라고 했다. 감이당을 나서면서 흐믓한 마음으로 귀가했다.

 

 

2022-04-0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