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작산 자연휴양림에서
주작산 자연휴양림에서 새벽을 맞는다. 현재시각 5시 14분, 강진만 쪽에서 여명이 밝아 온다. 동쪽하늘이 터져서 붉은 기운이 감돈다. 하늘과 구름과 산과 바다의 파노라마가 펼쳐 진다.
어제 저녁 휴양림에 도착했다. 비가 와서 그랬을까 목포에서 강진 휴양림에 이르는 남해 고속도로에는 차를 볼 수 없었다. 국도에는 더욱더 없었다. 텅 빈 도로에 내차만 달리는 것 같았다. 사막은 아니지만 차량 한대 볼 수 없는 도로를 보자 이 세상에 최후로 남겨진 사람들 같았다.
동이 튼다. 동녁 하늘은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한다. 이제 구름이 벌겋게 물들었다. 도시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이런 장면을 일년에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더구나 어제 밤에 비가 와서 그런지 6월6일의 이른 아침 산하대지는 깨끗하다.
갖가지 종류의 새소리가 들린다. 뻐꾸기 소리도 들린다 갑자기 까악까악 하는 소리도 들린다. 세상에 새가 이렇게 많았을까? 내가 사는 세상은 인간만 사는 세상이 아님을 알게 된다.
숲에는 새만 있을까? 저 숲에는 알 수 없는 생명으로 가득할 것이다. 땅을 한 샅 퍼도 생명으로 가득할 것이다. 이 몸 안에도 생명으로 가득할 것이다. 나의 몸을 우주로 하는 생명체가 세포 보다 많다고 한다.
이 세상은 인간만이 사는 세상은 아니다. 이 몸은 나만 사는 몸은 아니다. 이 세상은 보이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은 눈으로 볼 수 없고 귀로 들을 수 없는 존재들로 가득한 세상이기도 하다. 이 세상은 알 수 없는 생명으로 가득한 곳이다.
해가 떴나 보다. 해 뜨는 곳에서 엄청난 빛이 나고 있다. 갑자기 세상이 훤해진 것 같다.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휴양림의 동녁 하늘은 시시각각 모양을 달리한다.
아침햇살을 받아 초록의 산이 빛난다. 초록의 잎파리도 빛난다. 해가 떠오르자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는 것 같다. 산하대지가 일제히 소리를 내는 것 같다. 야니 음악을 듣는 것 같다.
찬란한 햇살에 반사되어서 산천초목이 빛난다. 장쾌한 타악기와 금관악기 소리와 함께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되었다. 오늘도 또 하루가 시작 되었다.
2022-06-0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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