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물을 기억하라
등에 짐이 점점 무겁게 느껴진다. 쌀 3키로를 포함하여 물과 배낭 자체 무게 등 4키로는 넘는 것 같다. 오르막 길에 땀이 비오듯 하다.
지금 시각 7시 16분, 출발지에서 48분 지났다. 쉬지 않고 올라 왔다. 여기는 불성사 가는 계곡이다. 깊은 계곡을 따라 올라 가야 한다. 이른바 깔딱고개를 넘어야 불성사가 아래에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오르막만 있는 길이다. 이제 반 온 것 같다. 앞으로 몇 십분 "빡세게" 올라가야 한다.
계곡길은 오르막만 있는 너덜길이다. 탄탄대로만 다니다가 무거운 짐을 지고 너덜길을 오르다 보니 내 인생을 보는 것 같다.
큰 짐을 지고 있다. 내 등에 있는 짐이다. 죽을 때까지 짐을 지고 가야 한다. 어쩌면 내 등에 짐이 있기에 여기까지 왔는지 모른다.
좋아하는 시 중에 '내 등에 짐'이 있다. 시와 관련 몇 편의 글을 썼다. 정호승 시인이 쓴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인은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의 책에 소개한 것이 자신이 쓴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는 것이다.
정호승 시인과 메일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다. 글로 인연이 된 것이다. 시인을 찾아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시인은 사양했다. 나이가 70이 넘었고 아픈데도 있다고 했다.
누가 시를 지었을까? 이에 대하여 정호승 시인은 추측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추측되는 사람 이름을 알려 주었다. 시인은 왜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않는 것일까? 그 결과 수많은 버전이 나오게 되었다. 오리지널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내 등에 진 짐이 무겁다. 고작 4키로 가량 되는 짐도 무거운데 인생의 짐은 어떠할까?
인생의 짐을 짊어지고 있다. 시에 있는 것처럼 가족에 대한 짐이다. 더 나아가 국가에 대한 짐도 있다. 시의 버전이 여러 개라고 하는데 국가의 짐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나간 것 같다.
짐을 지면 힘들다.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졌을 때 좌절하거나 절망한다. 누구나 인생길에서 한번쯤 겪었을 것이다.
인생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어느 때 변곡점을 맞는다. 인생에서 파란이 일어나고 곡절이 발생하는 것이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눈물이 줄줄 나던 때가 있었다. 남자가 눈물을 흘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저항할 수 없는 운명과 맞닥뜨렸을 때 어찌할 수 없었다.
유행가 중에 시집 간 날 첫날밤에 한없이 울었다는 가사가 있다. 좋은 날에 왜 울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가혹한 운명을 예견한 것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아기가 태어나면 울음으로써 이 세상에 태어났음을 신고한다. 모두 탄생을 축하하는데 아기는 왜 우는 것일까? 아마도 험난한 인생길을 예견했기 때문 아닐까?
시간역행 영화가 있다. 영화 '박하사탕'이 그것이다. 영화가 시작될 때 주인공은 철교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미리 자신의 앞날을 본 것일까?
눈물을 흘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혹한 운명에 대한 것일지 모른다. 눈물대로 인생이 흘러 가는 것이다.
인생을 알고 싶었다. 이런 책 저런 책을 보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불교에 해법이 있을 것 같았다. 불교를 접하면 틀림없이 문제가 풀릴 것 같았다. 불교에 입문 하게 된 동기는 내 등에 진 무거운 짐 때문이다.
지금 시각 7시 56분이다. 다시 불성사를 향해 출발해야 한다. 너덜길을 가다 보면 고개가 나올 것이다. 안개 낀 저 고개만 넘으면 된다. 인생도 너덜길이다. 인생길에서 눈물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네 눈물을 기억하라!
골짜기가 깊어서인지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 터지는 곳에서 올려야 한다.
2022-06-2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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