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천장사 반철법회에 참석하고자

담마다사 이병욱 2022. 6. 26. 05:46

천장사 반철법회에 참석하고자


오늘 불성사 다녀 왔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한시간 반가량 산행 했다. 쌀과 김 등 먹거리를 배낭에 넣어 짊어 지고 갔다.

보리똥 수확철이 되어서 2키로 가량 따 왔다. 등도 하나 달았다. 이런 행위에 대해서 어떤 이가 페이스북에 "올라가서 무엇을 얻으셨나요. 그 자리가 그 자리인 것을"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 이에 따르면 나는 헛된 짓을 한 것이다. 무거운 짐을 지고 애써 올라간 것도 헛된 짓이고, 등을 단 것도 헛된 짓이다. 올라 갔다 내려 올 것을 뭐하러 올라 갔냐는 말과 같다. 등을 단다고 하여 소원성취 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는 헛된 짓을 한 것인가?

요즘 맛지마니까야를 읽고 있다. 머리맡에 있어서 언제든지 열어 볼 수 있다. 경전을 읽다 보면 외도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부처님 당시 육사외도에 대한 것이다.

불교경전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불교의 역사는 외도와 싸워서 이긴 역사가 아닌가?"라고. 왜 그런가? 경전에서는 부처님이 외도와 대론을 해서 이긴 장면이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연기법에 따르면 어떤 외도의 견해도 논파된다. 부처님은 연기법으로 사상통일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역사가 고스란히 경전에 기록되어 있다.

외도들은 연기법을 모른다. 조건 발생하는 사실을 모를 때 보시를 해도 공덕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나타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어리석은 자는 보시하고 현명한 자는 취한다."라고 말한다.

보시에 공덕이 없다면 보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전에서는 큰 공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수행자에게 보시 했을 때 일반사람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체로 불자들은 보시에 인색한 것 같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데 돈을 써도 남을 위해서 보시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보시에 공덕이 있다는 것을 알면 보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보시는 무엇보다 자기자신에게 하는 것이다. 보시를 해서 공덕이 된다면 결국 자신에게 보시하는 것이 된다. 이렇게 본다면 "어리석은 자는 보시하고 현명한 자는 취한다."라는 말은 바꾸어야 한다.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현명한 자는 보시하고 어리석은 자는 보시하지 않는다."라고.

틈만 나면 보시해야 한다. 보시해야 친구도 생겨난다. 이는 숫따니빠따에서도 보시함으로써 친교를 맺습니다.”(Stn.187)이라는 게송으로도 알 수 있다. 베풀어야 친구가 생기는 것이다.

보시할 찬스가 생기면 놓치지 않아야 한다. 대표적으로 밥값을 들 수 있다. 함께 식사할 때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하물며 공부하는 사람, 수행하는 사람은 어떠할까?

공부하는 사람은 굶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학인은 누가 도와 줘도 도와 주게 되어 있다. 학인이 이 다음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대가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도와 주는 것이다.

미래 훌륭한 사람을 위해 보시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마치 고귀한 자가 되려면 고귀한 행위를 하는 것과 같다.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훌륭한 행위를 해야 한다. 보시도 그런 것 중의 하나이다.

보시할 기회가 생겼다. 내일 천장사에서 반철법회가 열린다. 하안거에 들어간 염궁선원 선방스님들의 특별법회가 열리는 날이다. 이런 때 대중공양하기 딱 좋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찬스이다. 이런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그래서 내일 6 26일 새벽같이 서산 천장사에 가기로 했다.

천장사에 가면 법우들이 있다. 천장사 일요법회 멤버들을 볼 수 있다. 거의 십년지기가 되어 간다. 카톡방에 참석의사를 밝혔더니 수월거사님이 환영한다. 내일 보자는 것이다.

내일 반철 특별법회를 앞두고 공양물을 준비 했다.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 쌀로 정했다. 수행자들이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시한 쌀로 밥을 지어 먹었을 때 공덕이 될 것이다. 그래서 마트에서 쌀 10키로짜리를 준비했다.

 


반철 특별법회는 안거가 반쯤 되었을 때 열린다. 수덕사에서는 월요일에 승공법회가 열린다고 한다. 안거 중인 스님들께 공양청 하는 날이다. 천장사 반철 특별법회를 놓칠 수 없다.

공부하는 사람은 누가 도와 주어도 도와 준다. 그래서 공부하는 사람은 굶지 않는다. 수행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용맹정진하는 사람은 누가 도와 주어도 도와 주게 되어 있다.

불자 중에는 안거에 들어간 스님들을 주로 공양하는 불자들이 있다. 전국에 있는 선원을 찾아 다니며 공양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작은 절 선방에서 정진하는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다. 천장사와 같이 가난한 절이 좋은 케이스에 해당된다. 안거 스님들에게 공양하면 큰 공덕이 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이익되게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더 좋은 것은 타인도 이익되게 하는 삶이다. 공부하는 사람, 정진하는 사람에게 공양하는 것도 타인을 이익되게 하는 삶이다. 그런데 타인을 이익되게 하면 자신도 이익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보시는 현명한 자가 하는 것이다. 내일은 천장사 가는 날이다. 내일은 법우들 보러 가는 날이다.


2022-06-2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