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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권 나에게 떠나는 여행 2017 III, 삼각김밥과 함께 하루 일과를

담마다사 이병욱 2022. 7. 2. 08:58

64권 나에게 떠나는 여행 2017 III, 삼각김밥과 함께 하루 일과를

 

 

나에게 아침시간은 귀중하다.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 무언가 하나라도 해야 한다. 일터로 달려 가서 글을 써야 한다. 일단 글을 하나 올리고 나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 오늘도 할 일이 있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토요일이라고 해서 집에 있지 않는다. 눈만 뜨면 밥만 먹으면 나가야 한다. 집에 있으면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그저 누워 있는 것 밖에 할 것이 없다. 누워 있기 싫어서라도 집을 나선다.

 

그제 폭우가 내렸다. 늘 그렇듯이 비 온 다음날은 맑다. 하늘은 쾌청하고 흰구름이 떠 있다. 여름이라 햇살은 강렬하다. 아침에 선선해서 걷기에는 딱 좋은 날씨이다.

 

일터까지 이십여분 가량 걸린다. 비산사거리 이마트에서 만안구청 가까이에 있는 일터까지는 걸어서 거리로 따지면 약 2.5키로 된다. 도중에 안양천을 건너야 한다. 학의천과 만나는 쌍개울 안양천을 말한다.

 

 

평소 징검다리를 이용하여 저언덕으로 건너 간다. 징검다리가 물에 잠겼다. 그제 폭우가 내린 것이 아직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우회하여 무지개다리를 이용하여 건넜다.

 

기분 좋은 아침이다. 낮의 날씨는 찌는 듯 하겠지만 아침은 선선하여 걸을만하다. 아마 습도가 낮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아침 일찍부터 하천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날 도심의 하천은 생태하천으로서 훌륭한 공원이 되었다.

 

일터로 가려면 메가트리아 아파트단지를 지나가야 한다. 우회해서 갈 수도 있으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가로질러 간다. 무려 5천세대 가까이 되는 대단지이다. 공원처럼 잘 꾸며 놓았다. 주민들은 다른 곳에 가지 않고 공원과도 같은 아파트에서 노니는 것 같다. 단지가 크다 보니 아이들도 많다. 요즘 농촌에서는 아이들 보기 힘들다고 하는데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예외인 것 같다.

 

 

메가트리아 단지 안에 편의점이 하나 있다. 오늘 아침 먹을 것을 사야 한다. 삼각김밥이기 쉽다. 가장 싼 것이 천원이다. 그 이상도 있지만 천원짜리를 고수한다. 참치마요를 가장 많이 먹는다. 오늘은 비빔참치를 선택했다. 나에게 있어서 천원은 어떤 의미일까?

 

어제 점심 때 무얼 먹을까 고민했다. 가장 무난한 것은 카페테리아에서 6천원짜리 부페를 먹는 것이다. 일반식당에 가면 부담스럽다. 점심대목에 테이블만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한 것이다. 여럿이 먹는 식당에서는 혼밥해도 부담이 없다.

 

평소 잘 가는 카페테리아에 들어 갔다. 당연히 6천원줄 알았다. 천원 인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빠져 나왔다. 점심값 7천원이면 선택의 폭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천원 때문에 발길을 돌렸다.

 

아침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먹지 않을 수 없다. 고구마를 에어프라이로 해서 먹기도 한다. 요즘에는 계란 프라이 두 개를 먹는다. 계란 세 개를 쪄서 먹기도 한다. 간단히 때우는 것이다. 이마저도 귀찮으면 편의점을 활용한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주로 사먹는다. 천원짜리 김밥이다. 아주 가끔 2,400원짜리 샌드위치를 사먹기도 한다. 가장 선호하는 것은 천원짜리 삼각김밥이다. 가격도 싸서 좋을 뿐만 아니라 아침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절약된다.

 

아침을 먹지 않을 수 없다. 항상 아침 일찍 일터로 달려가기 때문에 아침을 먹어야 한다. 무엇보다 오전일과를 소화하려면 힘이 필요 하다. 공복에서는 힘을 쓸 수 없다.

 

나에게 천원짜리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 걸어서 일터로 가면 버스비용이나 자동차 연료비가 절감되는데 천원의 가치가 있다. 아내도 왠만한 거리는 걸어 다닌다. 요즘 운동하러 다니는데 동안구 여성회관까지 걸어 다닌다. 마을버스를 탈 수도 있을 것이다.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서 걸어다닌다고 했다. 이런 말을 듣고서 아끼지 않을 수 없다.

 

천원 때문에 식당을 나오는 사람이다. 이런 것에 대하여 쫌스럽다거나 쫌팽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화폐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에게 천원은 큰 것이다. 내 손으로 직접 돈을 버는 사람들은 천원의 가치를 안다. 그럼에도 보시는 한다. 그것도 여러 군데 보시하고 때로 큰 보시도 한다.

 

화폐의 가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화폐의 절대적 가치로 따진다면 오만원 보시하는 것은 적은 것이다. 그러나 오만원이 오십만원처럼 크게 보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어떤 이에게 천원짜리 한장의 가치는 만원이 될 수도 있다.

 

미얀마 불자들은 보시하는 낙으로 산다고 한다. 사업을 해도 보시하기 위해서 사업을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세게에서 가장 많이 보시하는 나라가 미얀마라고 한다. 나는 어떤가? 십여년전까지만 해도 나누고 베풀고 보시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 그저 자신과 가족 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부처님 가르침을 알고 마음이 바뀌었다. 특히 최근에 많이 바뀌었다. 어떻게 하든 보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보시하는 것을 모른다. 아내에게 알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통장을 내가 관리하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입출금통장이 있기 마련인데 통장관리를 내가 한다. 만역 아내에게 맡겨 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결코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보시는 능력껏 보시한다. 많이 가졌으면 많이 보시해야 하고 조금 가졌으면 조금 보시하면 된다. 보시할 것이 없으면 보시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천원 때문에 식당을 나오기는 하지만 꼭 보시하고 싶은 곳에 대해서는 통 큰 결단을 내린다.

 

수십억 아파트를 가졌어도 보시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원금에다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면 천원도 보시 하지 못할 것이다. 이를 하우스푸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수십억 재산가라도 보시하지 못하는 삶을 산다면 가난한 자이다.

 

메가트리아 아파트 단지는 환경이 좋다. 남의 아파트 단지를 가로 질러 가면서 그냥 갈 수 없다. 빠다나경을 암송하기로 했다. 암송하며 걷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철길 굴다리를 지나 어느덧 오피스텔에 이른다.

 

 

작은 임대사무실은 나만의 공간이다.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이다. 임대료와 관리비를 생각한다면 놀려 둘 수 없다. 밤낮없이 주말없이 가동해야 한다. 집보다 더 편한 곳이다.

 

 

아지트에 도착하면 식물이 반겨 준다. 작은 사무실에는 수십개 화분이 있는데 책상 주변 사방으로 식물이 둘러 싸고 있다. 어찌 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요즘 인도고무나무가 기세가 좋다. 흰 대가 삐죽 튀어 나온 것에서 생명의 신비를 본다. 고향에서 퍼 온 양애깐(양하)도 잘 적응하는 것 같다. 새순이 나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돈나무이다. 어느 날 보니 쑤욱 대가 나온 것이 기세가 좋다.

 

 

식물에서 생명력을 본다. 식물에서 활력을 본다. 사무실에 녹색이 있다는 것은 생명이 있는 것과 같다. 동물은 키우지 않는다. 개나 고양이는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 아직까지 한번도 키워 본적이 없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하다 축생으로 태어났을까?”라며 측은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지트에 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절구커피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상 절구질을 하면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오전 9시부터는 일을 해야 한다. 중작 정도 되는 일감이 있다. 모니터 앞에 앉아서 수천, 수만번 클릭하면 된다.

 

일을 손에 잡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된다. 일도 하고 글도 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일은 없고 글만 쓴다면 왜 일감이 없을까?”라며 불안한 느낌이 든다. 일감이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된다. 글 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비가 와도 적당히 와야 좋듯이 일도 적당히 있어야 한다.

 

 

삼각김밥을 먹고 난 다음 절구커피를 마신다. 삼각김밥과 함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이런 삶이 십년이상 지속되고 있다. 그것도 지금 이 자리에서 그렇다. 2007년부터 내리 15년동안 지금 이 자리에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느는 것은 글밖에 없는 것 같다.

 

그 동안 벌어 놓은 돈은 온데간데 없다. 그러나 한번 써 놓은 글은 남아 있다. 내가 글을 사랑하는 이유에 해당된다. 이 글로 나의 64번째 책 ‘64권 나에게 떠나는 여행 2017 III’의 서문을 대신하고자 한다. 2017년에 쓴 것으로 나의 세 번째 시와 수필집이다.

64권 나에게 떠나는 여행 2017 III.pdf
4.15MB

 

2022-07-0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