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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권 나에게 떠나는 여행 2016 II, 2016 나의 디카시와 디카수필

담마다사 이병욱 2022. 6. 24. 10:24

63권 나에게 떠나는 여행 2016 II, 2016 나의 디카시와 디카수필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근원적 질문을 던져 본다. 작가도 아닌 것이, 시인도 아닌 것이 블로그에 매일 글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쓴다고 말한다.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하루에 하나 쓰는 것이다.

 

나의 글쓰기는 의무적 글쓰기이다. 매일 숙제하듯이 하루 한편 이상 글을 올린다. 주로 아침에 쓴다. 정신이 맑을 때 쓰는 것이다.

 

글은 일하기 전에, 고객사가 출근하기 전에 올린다. 아침에 일터에 일찍 나와서 대개 아침 9시 이전에 마친다. 그리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글이 때로 길어질 수 있다. 오전 일과를 글쓰기로 보낼 때도 많다. 글에 열중하다 보면 점심시간이다. 때로 점심 너머 끝날 때도 있다. 하루종일 쓸 때도 있다. 그렇게 해서 모으고 모아진 것이 6,500개가 넘는다.

 

 

이 자리에서만 내리 15년 썼다. 오피스텔에 작은 사무실을 임대한 것이 2007년 말이니 올해로 15년 되었다. 그 동안 바로 이 자리에서 6천개가 넘는 글을 썼다. 거의 매일 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생활이 되었다. 밥 먹는 것이나 똑 같다. 매일 밥 먹듯이 매일 글을 쓴 것이다.

 

개인사업자가 되고 난 다음에 시간부자가 되었다. 일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더 많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 인터넷 가지고 노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럴 때 글을 쓴 것이다. 글을 쓰면 시간이 잘 갔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필을 썼었다. 엠에스워드(MS Word)로 한 페이지 채우기도 힘들었다. 블로그 초창기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글이 길어졌다. 경전과 주석을 근거로 하여 쓰다 보니 더 길어졌다. 그에 따라 글 쓰는 시간도 늘어 났다. 매일 오전은 글쓰기로 보냈다.

 

어느 해인가 시가 쓰고 싶었다. 나도 시인이 되고 싶었다. 시인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고상해 보일 것 같았다. 2014년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집에서 일터로 가걸어 가는 동안 시상이 떠으르면 그 자리에 멈추어서 스마트폰 메모앱을 엄지로 쳤다.

 

시만 쓰지 않았다. 수필도 썼다. 시나 수필은 글이 짧다. 긴 글만 쓰다가 짧은 글을 쓰다 보니 구분할 필요가 생겼다. 그래서 블로그에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었는데 이를 나에게 떠나는 여행이라고 이름 붙였다.

 

나에게 떠나는 여행, 나의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시나 수필과 같은 짤막한 글 모음이다. 쓰다 보니 2014년 이후 2022년 현재까지 473개가 되었다. 이를 책으로 엮고자 한다.

 

나에게 떠나는 여행 1권은 2014년과 2015년에 쓴 시와 수필에 대한 모음이다. 62번째 책으로 무려 122개의 글이 있다. 그러나 짤막한 글이기 때문에 321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다.

 

나에게 떠나는 여행 2권을 편집했다. 2권은 2016년에 쓴 시와 수필에 대한 것이다. 목차를 보니 64개의 글이다. 사진이 곁들여 있는데 210페이지에 달한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오늘도 생각에 놀아나지 않기 위하여

2. 돈 보다 글을 더 사랑한다

3. 소유한 자들의 고통을 보라

4. 건강의 교만으로 질병의 과보를 받았을 때

5. 이미 다 지난 일인데

6. 다들 바쁘다는데

7. 어쩌다 축생으로 태어났을까?

8.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던 봄인가!

9. 한번 떠난 님은

10. 모욕주고 내빼는 자전거 운전자를 보면

11. 웨딩드레스의 신부처럼 우아한 벚꽃구름

12. ‘나 여기 있소’화사한 겹벚꽃

13. 눈부시게 빛나는 아침에

14. 인생비육십(人生非六十)이라는데

15. 용서

16. 쪽동백나무꽃을 보잣더니

17. 세상에는 부처님의 법비가

18. 사회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

19. 언제 해도 할 일이면

20. 온통 초록의 세상이 되었을 때

21. 동트는 새벽에

22. 나는 잠을 잘 자는 사람입니다

23. 짧은 쾌락 긴 고통

24. 마음은 제멋대로이다

25. 두 갈래 길에서

26. 고요함과 부드러움으로

27. 내 나이가 십년만 젊다면

28. 그대는 멈추어라

29. 낮의 절정 하지(夏至)

30. 사람을 믿으면 실망하기 쉽다

31. 빛으로 소통되는 시대

32. 황홀한 저녁노을과 찬란한 슬픔

33. 행복론을 말하는 사람들은

34. 과거생에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35. 어떤 마음이 내마음인가

36. 불교의 윤회관을 믿으면

37. 수행자의 허물은

38. 생각대로 될 거야

39. 생각과 실제 사이에서

40. 장마철에 보는 모락산

41. 부처를 이루고자 한다면

42. 급시우와 함께 오늘을

43. 마음의 장애와 대자유

44. 자연의 무상설법

45. 슬픔은 집착의 대상에서

46. 마라(mara) 하자는 대로

47. 탐진치에서 무거운 물질이

48.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려거든

49. 비를 뿌리려거든

50. 무욕의 아침

51. 매일 부활하는 아침

52. 게으름과의 전쟁

53. 이 비 그치면

54. 종로3가에 가면

55. 첩첩산중 파노라마에

56. 우리 사이에 비밀은 없어요

57. 잘 먹은 점심 한끼는

58.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할 수 있어야

59. 낫에 잘려 시든 갈대처럼

60. 온풍기를 보내며

61. 동짓날 이브날에

62. 우병우 청문회를 보고

63. 누가 기득권자인가

64. 마음의 찌꺼기

63권 나에게 떠나는 여행 2016 II.pdf
4.41MB

디카시라는 말이 있다. 페이스북에서 본 것이다. 디카와 시를 합한 말이다. 사진이 있는 시를 말한다. 그러나 요즘은 디카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에 있는 카메라를 활용한다. 아마 스마트폰이 본격화 되기 이전에 유행한 시의 장르라고 본다.

 

나의 시는 디카시라고 볼 수 있다. 항상 디카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녔는데 대상만 포착되면 일단 찍고 보았다. 사진을 보고 시나 수필을 쓴 경우도 많다. 반대로 글을 완성하고 난 다음 배경화면으로서 사진을 활용한 경우도 있다.

 

2016년에 쓴 시와 수필을 하나의 책으로 만들기 위해 편집했다. 목차를 다는 것이 편집이다. 글은 거의 손대지 않는다. 글을 쓴 당시에 완성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성된 글을 모아 놓으면 하나의 책이 된다.

 

2016년에 쓴 글을 빠른 속도로 스캔했다. 배경화면도 함께 스캔했다. 내가 쓴 것이기 때문에 익숙하다. 사진도 내가 찍은 것이기 때문에 익숙하다. 모두 내 것이다. 글을 보니 순수하다. 마치 순수한 마음을 보는 것 같다.

 

목차 11번을 보면 웨딩드레스의 신부처럼 우아한 벚꽃구름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이 글은 해마다 아파트 단지 벚꽃 나무에서 벚꽃이 필 때 감흥을 노래한 것이다.

 

 

지난 수 년간

벚꽃이 필 때쯤이면

카메라를 들었다.

 

올해도 어김 없이

뭉게구름처럼

벚꽃이 띠를 둘렀다.

 

도심에서 벚꽃이

눈송이가 되어 휘날릴 때

여기서는 절정을 이룬다.

 

사월의 벚꽃나무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처럼 우아하다.

 

지난해 죽은 자들이

그토록 바라던

생명의 봄이 왔다.”

(2016-04-09)

 

 

시는 주로 새벽이나 아침에 쓴 것이다. 시는 대부분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찬탄한 것이다. 생명에 대한 찬탄이기도 하다. 집에서 일터로 가는 길에, 학의천 길에서 본 것들이다.

 

목차 27번에 내 나이가 십년만 젊다면이라는 수필이 있다. 이에 대하여 지금보다 십년만 젊다면 뭐든지 다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를 아쉬워한다면 잘못 살았음에 틀림 없습니다. 지나간 과거를 모두 부정하는 것과 같습니다.”(2016-06-19)라고 써 놓았다.

 

목차 53종로3가에 가면이라는 수필이 있다. 그때 당시 종로 3가 종로오피스텔에서 김도이 선생으로부터 위빠사나 수업을 들었을 때이다. 매주 한번 수행을 배웠었는데 종로3가 전철역에서 내려 걸어 갈 때 노인들을 보았다.

 

종로3가는 노인들 천국이었다. 그때 본 느낌에 대하여 종로3가를 지날 때 마다 기묘한 느낌을 갖습니다. 비틀거리며 힘없이 걷는 모습, 촛점을 잃은 듯한 쾡한 눈동자, 어느 것 하나 희망적인 것이 없습니다. 종로3가에 가면 절망을 봅니다.”(2016-10-25)라고 써 놓았다.

 

모든 것은 변한다. 종로3가도 변했다. 익선동 상권이 생겨남에 따라 노인들 보기가 힘들어졌다. 요즘 종로3가는 젊은이들의 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6년전에는 늙은이들의 거리였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시간부자가 되어서 의무적으로 쓰기도 했지만 요즘은 미래를 위해서 쓴다. 미래 누군가 내 글을 보아 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쓰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수많은 글을 남겼다. 신문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다산은 왜 그토록 많은 글을 남겼을까? 그것은 후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자신이 억울하게 유배된 것에 대하여 글을 남기지 않는다면 역적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산은 미래 사람들과 대화 하고자 했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글을 남겼을 때 미래 누군가는 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인터넷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블로그라는 히트상품이 생겨나서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생활화가 되었다. 매일 밥을 먹듯이 매일 글을 쓰게 되었다. 그에 따라 시도 쓰고 수필도 쓰게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63 나에게 떠나는 여행 2016 II’라는 책이 나오게 되었다.

 

책은 비매품이다. 출간도 되지 않는다. 다만 인터넷 블로그에 PDF로 만들어 올려진다. 누구든지 다운 받아 갈 수 있다. 글을 쓸 때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기도 했지만 동시에 미래 사람들을 위해서 쓴 것이기도 하다.

 

책은 PDF로 나오게 되었다. 블로그에 파일이 올려져 있으므로 누군가는 다운 받아 갈 것이다. 누군가 단 한사람이라도 나의 글을 읽어 준다면 그것으로 나의 역할은 다한 것이 된다.

 

 

2022-06-2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