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곡사 순례법회의 날에
오늘 순례법회 가는 날이다. 행선지는 경북 의성 대곡사, 네비를 찍으니 228키로 거리에 2시간 36분으로 찍힌다. 오늘 개천절 휴일이라 막히지 않는 것 같다.
비가 오고 있는 아침이다. 어제 늦은 오후부터 시작하여 밤새도록 내렸다. 추수를 앞둔 농작물 피해가 우려된다. 오로지 하늘만 바라보고 사는 농부의 심정을 알 것 같다.
오랜만에 가는 순례법회이다. 코로나로 중단 되었으나 이제 재개 되었다. 코로나가 끝나가는 것 같다. 그러나 마스크는 착용해야 한다. 마스크는 신체기관의 일부가 된 듯하다.
다섯 대의 버스가 출발했다. 처움 순례 갔었을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그때는 이십대가량 출발했었던 같다. 2004년도의 일이다.
순례를 떠나기 전에 법당에 들렀다. 운동장처럼 너른 법당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세월만 훌쩍 지난 것 같다.
능인불교대학에 간 것은 2004년도의 일이다. 불교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이전에 절에 다닌 적은 없다. 그러나 마음으로는 불자였다. 종교란에는 불교라고 썼다. 이른바 정서적 불자라고 볼 수 있다.
그때 사십대 중반이었다.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었다. 생, 노, 병, 사와 같은 거대한 의문은 아니었다. 원증회고, 사랑하지 않는 것과 만남에 대한 것이었다. 그것은 사람일수도 있고 사건일수도 있다. 해법은 없을까?
불교에 해법이 있을것 같았다. 인생의 풀리지 않는 의문에 대한 해법이 불교에 틀림없이 있을것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 찾아 갔다. 직장일로 바빴지만 야간에 시간 내보기로 했다. 능인불교대학 야간 37기로 입교한 것이다. 지금은 74기 불교교양대학이 시작되었다. 일년에 두 번 있다.
불교교양대학을 삼개월 다녔다. 졸업할 때 법명도 받고 연비와 함께 수계도 받았다. 정식으로 불교인이 된 것이다. 이후 불교적 삶을 살았다. 스스로 공부하는 삶이다. 이렇게 본다면 능인불교교양대학은 나로 하여금 불교로 들어가게 한 통로 역할을 한 셈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엊그제 같은데 십팔년 되었다. 그때 사십대는 육십대가 되었다. 그때 육십대 회장이었던 분은 작고 했다. 그때 졸업할 때 사진을 보니 젊었다. 지금은 반백에서 올백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그때 머리는 검었다.
법당에 앉았다. 이른 아침 법당은 텅비어 있다. 그러나 그때는 법당이 꽉 찼다. 오백명 이상 앉았던 것 같다. 그때 느낌을 기록해 두었다. 블로그를 만든지 일년 후의 일이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1000명 가까운 인원은 앉는 자리가 있다. 가운데 불상을 바라보고 좌측의 지장보살 쪽은 강남 거주자이고 오른쪽의 관세음보살쪽은 강북과 수도권 거주자의 자리이다. 때문에 항상 앉던 자리에 앉다 보면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등과 안면이 익숙하게 마련이다. 능인선원 에서도 이점을 착안 한 것 이다. 그래서 별도의 시간을 내서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 모임을 주선 하는 시간을 갖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것은 나중에 졸업하게 되면 가정법회모임으로 발전 시키기위한 준비 단계이기 때문이다."(2006-09-21, https://bolee591.tistory.com/m/9978927)
기록해 놓지 않으면 잊혀진다. 블로그를 만들어 글쓰기 시작한 것은 2006년도의 일이다. 2년 전에 있었던 일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때 당시 인연 맺었던 법우들과 지금까지 친교를 유지하고 있다. 순례법회를 가면 모두 기록해 놓았다. 부처님오신날이나 연등축제, 송년회 등 각종 행사에 대하여 사진과 동영상을 곁들여 기록해 놓았다. 작년에는 그동안 찍은 사진을 토대로 입학에서 부터 현재까지 37기 역사동영상을 만들었다. 흥겨운 불교배경음악과 함께 '동기들이여 영원하라! 능인선원 금강회 37기 (2004)' 라는 제목과 함께 유튜브(https://youtu.be/rTJw7-YZSjw)에 올려 놓았다.
올해로 불교입문 십팔년이 되었다. 능인불교교양대학에 입교한 이래 줄기차게 달려 왔다. 모든 성과는 블로그에 있다. 그날그날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경전을 근거로 하여 쓴 것이다. 2006년 이후 거의 매일 쓰다시피 했다. 그 결과 글이 칠천개 가까이 엄청나게 축적 되었다. 지금은 과거에 쓴 글을 책으로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칠십권 만들었다.
오늘 순례법회 가는 날이다. 처음 순례법회 갔었을 때와 같은 마음이다. 원장스님도 그대로 있다. 다만 사람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때 불교와 인연 맺었던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엄지로 쳐 본다. 괴산휴게소에 도착했다. 아침에 비가 왔느나 지금은 날이 개었다. 오늘 상쾌한 순례가 될 것 같다.
2022-10-0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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