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새벽의 두 시간과 아침의 두 시간은 황금시간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0. 27. 08:24

새벽의 두 시간과 아침의 두 시간은 황금시간

 

 

오늘은 늦게 일어났다. 스마트폰을 보니 555분이다. 여섯 시가 되면 무조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눈만 뜨면 밥만 먹으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집에 있으면 게을러지는 것 같다. 집에 있으면 퇴보하고 폐인이 될 것 같다. 이럴 때 갈 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

 

아침 625분에 길을 나섰다. 빨리 일터 옥상에서 해를 보기 위함이다. 요즘 갈수록 해 뜨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일곱 시는 넘어야 해가 보인다. 해가 보이기 전에 동녘하늘의 동녘노을을 보아야 한다. 동쪽을 벌겋게 달군 새벽 노을을 보아야 하루의 승리자가 되는 것 같다.

 

630분에 이마트 앞을 지났다. 비산사거리에는 고급관광버스 세 대가 주차하고 있다. 기흥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캠퍼스라는 팻말도 보인다. 아마 반도체 회사로 가는 차일 것이다. 아침 630분이 되면 출발한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오늘은 걸어 가기로 했다. 차로 10여분 걸리지만 걸어서는 20여분 걸린다. 운동도 되고 생각도 정리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승리자가 되는 것 같다. 남들 잠 잘 시간에 일찍 일어나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것이 승리자의 조건이 되는 것이다.

 

 

일터에 도착했다. 먼저 18층 꼭대기층에 올라 갔다. 오늘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해는 뜨지 않았다. 벌겋게 달군 동녘 노을도 없다. 어느 정도 구름이 있고 청명해야 장면이 나온다. 그럼에도 일찍 일어나서 이렇게 도시를 바라보고 서 있는 것 자체가 승리자가 된 것 같다.

 

 

엘리베이터에서 미화원을 만났다. 인사하며 지내는 사이다. 미화원은 어떻게 이렇게 일찍 나왔어요?”라고 묻는다. “, 아침 해 뜨는 것을 찍으려구요. 오늘은 작품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라며 말해 주었다.

 

미화원은 일찍 나온다. 몇 시에 나오는지 물어 보았더니 5시 반에 나온다고 했다. 아마 오피스텔에서 가장 빨리 나오는 사람일 것이다. 퇴근시간은 3시 반이라고 했다. 계산해 보니 8시간이다. 일찍 나와서 일찍 가는 것이다.

 

복도를 중심으로 해서 작은 방이 여러 개 있다. 실평수가 십평이 약간 넘는다. 하루에 이만원 가량 비용이 들어가는 사무실이다. 요즘 옆 사무실에 활기가 넘친다. 아마 이십대 처럼 보인다. 청년들이 사업을 하는 것 같다. 어떤 종목인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아마 인터넷쇼핑몰을 하는 것 같다.

 

 

사무실에 입주한지 15년 되었다. 2007 12월에 입주했으니 그렇게 오래 된 것이다. 이렇게 오래 있을 줄 몰랐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있을지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직장생활 한 것 중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는 것이다.

 

직장생활은 1985년부터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마친 것은 2005년의 일이다. 무려 20년동안 월급생활자로 산 것이다. 그렇다고 한직장에서 내리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수령을 위한 자료를 보니 십여군데 옮겼다. 어떤 때는 일이년이 멀다 하고 옮겼다.

 

가장 오래 있었던 직장은 첫 직장이었다. 1985년부터 1992년까지 7년 있었다. 다음으로 오래 된 직장은 1995년부터 199년까지 4년 있었다. 나머지는 일이년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몇 개월 지나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개인사업자로서 살다 보니 무려 15년 같은 사무실에 있는 것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정년이 없다. 자신의 사업에 정년이 있을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직장생활 20년동안 열 군데 이상 옮겼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스트레스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쩔쩔 매는 꿈을 꾼다. 직장을 옮겼는데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무언가 보여 주어야 하는데 보여 주지 못한 것이다. 

 

옆사무실 청년사업가들의 웃음이 종종 크게 들려 온다. 이번에는 여성 사업가들이다. 바로 이전에는 남성 청년사업가가 인터넷쇼핑몰을 했었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은 것 같다. 일년도 안되어서 사업을 접었기 때문이다. 부가세를 내지 못한 것을 우편함에서 보고 알았다. 내 것 인줄 알고 보았더니 남의 우편함에서 가져 온 것을 본 것이다. 금액은 천만에 가까웠다.

 

옆사무실은 한동안 비어 있었다. 이제 또다시 청년 사업가가 들어와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최소한 두 명 이상 시작한 것 같다. 목소리가 쾌활해서 잘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에는 사업이 잘 되어서 성공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나에게 아침 시간은 황금시간이나 다름 없다. 아침 6시를 기준으로 하여 이전과 이후 시간은 온전히 내 시간이다. 새벽에 일어나면 6시까지 내 시간이고, 일터에 나와서 9시까지는 역시 온전히 내시간이다.

 

나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일찍 나와야 한다. 새벽에 4시에 일어나면 6시까지 두 시간이 확보 된다. 그 시간에 암송도 하고 행선도 하고 글도 친다. 아침에 일찍 일터에 나오면 나올수록 내 시간이 확보된다. 아침 7시에 자리에 앉으면 업체에서 일을 시작하는 9시까지 2시간이 확보된다. 이때 글을 쓴다.

 

평범한 일상이다. 어쩌면 평범한 일상이 가장 행복한 것인지 모른다. 특히 아침의 일상이 그렇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외부 정보와 차단해야 한다.

 

요즘 뉴스를 보지 않는다. 뉴스를 보면 번뇌가 일어난다. 불선심을 자극 하는 것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공중파 방송이나 뉴스채널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오죽 했으면 도올 김용옥 선생은 자신의 유투브 채널에서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을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니 죽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뜻일 것이다.

 

새벽과 아침에는 정보가 완벽하게 차단한다. 뉴스도 보지 않고 유튜브도 보지 않고 에스엔스도 보지 않으니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다. 아마 이런 것을 피함에 의해서 끊어지는 번뇌라고 해야 할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피하지 않으면 곤혹과 고뇌에 가득 찬 번뇌가 생겨날 것이지만, 피하면 곤혹과 고뇌에 가득 찬 번뇌가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이것들을 피함에 의해서 끊어져야 하는 번뇌라고 한다.”(M2)

 

 

뉴스를 보면 불선심이 자극된다. 뉴스로 인하여 마음이 불탄다. 어찌할 바를 몰라서 에스엔에스에 고함 지르듯이 커다란 글씨로 써 놓는 사람도 있다.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마치 화풀이 하는 것 같다. 조금은 분노가 풀릴 것이다.

 

뉴스로 인하여 번뇌가 일어나면 뉴스를 보지 말아야 한다. 이럴 때 뉴스는 악한 것과 같다. 그래서 부처님은 성찰하여 적당하지 않은 자리, 그러한 적당한 장소, 그러한 악한 친구를 피해야 한다.”(M2)라고 말했다.

 

번뇌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뉴스뿐만 아니라 유튜브도 보지 말아야 하고 에스엔에스도 하지 말아야 한다.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새벽과 아침 시간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번뇌가 없을 때 가장 행복하다. 새벽과 아침시간이다. 나에게 새벽의 두 시간과 아침의 두 시간은 황금시간대이다. 이 시간을 이용해서 무수한 글을 썼다. 그러나 유튜브를 접하고 에스엔에스를 접하면 무너진다.

 

 

전기히터가 따뜻하다. 절구커피 한잔에 여유를 갖는다. 오늘은 일상에 대해서 적어 보았다. 이런 이야기는 남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유튜브에서 이것 저것 보지만 대체 이것이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라며 패싱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하루에 하나 의무적으로 써야 하기에 이렇게 자판을 두드려 본다.

 

 

2022-10-2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