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이빨 빠진 노장구가 되어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0. 22. 07:33

이빨 빠진 노장구가 되어


어제 임플란트 수술을 했다. 아래쪽 어금니 세 번째 것을 빼냈다. 마취를 했는데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잘 빠지지 않아 절단을 해서 뺐다. 아래턱 뼈에 기계가 닿는 느낌을 받았다. 뼈가 직접 타격을 받는 것 같았다.

씌운 것이 부러진 채 일주일 살았다. 이빨 하나 사라졌을 뿐인데 공백이 너무 큰 것 같다. 마치 새끼 손가락 하나 정도 빈 공간이 생겼다. 있을 때는 몰랐으나 사라지고 나니 존재의 공허함을 실감한다. 보기에도 흉했다.

 


유년기 동요가 생각난다. 그때 시골에서 아이들은 "이빨 빠진 노장구"라는 노래를 불렀다. 아마 그 시기에 이빨 빠진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새 이빨이 나기 위한 헌 이빨이 빠진 것이다. 이빨 빠진 모습이 노인의 그것과 연상되었을지 모른다. 그때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은 이빨 한두개는 빠진 채로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이빨빠진 노장구가 되었다. 씌운 것이 없었다면 아래 이의 반은 빠졌을 것이다. 이빨은 먹는 것과 관계가 있는데 옛날이라면 오래 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잇몸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공부모임에 있는 A선생이 그렇다.

A
선생은 이빨이 여러 개 빠져 있다. 웃을 때 보면 심하게 드러난다. 임플란트 얘기 했더니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플란트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다는 것이다.

이빨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갈까? 무엇을 먹고 사는 것일까? A선생은 밥만 먹고 산다고 했다. 밥과 같은 부드러운 음식은 잇몸으로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흔히 하는 말 중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말이 있다. 잇몸으로 먹는 것을 보고서 속담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맛 있는 것도 많은데 어떻게 밥만 먹고 살 수 있을까?

언젠가 A선생과 함께 단체로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그날 소고기 스테이크가 나왔다. 누구나 즐겨 먹는 고급 요리를 말한다. 그러나 A선생은 손도 대지 않았다. 오로지 밥만 먹었다. 그것도 많이 먹었다. 남들 먹는 것을 먹지 못하니 얼마나 답답할까? 먹는 것은 인생의 커다란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이 세상에 먹는 즐거움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노년이 되면 신체기관이 하나 둘 망가져 간다. 신체기관 노화에 따라 기능이 정지한 것도 있다. 이럴 때 사람들은 비애를 느낀다.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이다.

신체기관이 기능하지 못했을 때 더 이상 즐기는 삶을 살지 못할 것이다. 음악 좋아하는 사람이 청각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살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먹는 것을 즐기는 자에게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겼다면 삶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

얼굴이 예쁜 사람이 있다. 얼굴에 흉터가 생기면 안절부절할 것이다. 왜 그런가? 얼굴을 자아와 동일시 하기 때문이다. 얼굴을 생명처럼 여기는 것이다. 얼굴 그것 하나 바라보고 살았는데 얼굴이 망가졌다면 살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이빨빠진 노장구가 되었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거울을 볼 때 마다 흉측하다. 이제 임플란트 수술을 받았으니 새 이빨이 생길 것이다. 앞으로 2-3개월 사용할 가짜 이빨을 받았다. 수시로 넣다 뺐다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빨 하나 빠진 것 가지고 호들갑떤다고 말할지 모른다. 아마 이빨을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하나 둘 내어 줄 때가 된 것 같다.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때 가서 두고 볼 일이다.

오늘은 오늘의 해가 떠오르고 내일은 내일의 해가 떠 오를 것이다. 미리 걱정할 필요 없다. 하나 둘 포기하며 살면 된다. 무엇보다 내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오온에 대해서 내 것이라고 꽉 움켜 쥐고 있을 때 비애가 생겨난다.


"
일겁의 세월만 윤회하더라도
한 사람이 남겨놓는 유골의 양은
그 더미가 큰 산과 같이 되리라고
위대한 선인께서는 말씀 하셨네."(S15.10)


2022-10-2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