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의 사진에 울컥, 이태원 할로윈 참사
한장의 사진에 울컥했다. 사체가 마치 시장바닥 생선처럼 널부러져 있다. 생명 기능이 사라진 사체는 나무토막 같다. 폴리스 라인 저편에는 산 자들이 있고 이편에는 죽은 자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대비가 극명하다.
꽃다은 청춘이다. 누구에겐가는 귀한 집 자식이다. 어쩌다가 저지경이 되었을까? 카톡방에 공유해 놓은 사진을 본 것이다. 페이스북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다. 뉴스에서도 이런 사진은 볼 수 없을 것이다. 유투브에서는 볼 수 있을까?
마치 1980년 오월 광주를 보는 것 같다. 학살된 시신들이 나열된 모습이다. 6.25때 양민학살 사진을 보는 것 같다. 이처럼 적나라한 사진을 본 적이 없다. 여러 구의 사체가 널부러져 나열되어 있는 것일 보니 과달카날에서 이치키 부대가 전멸한 사진을 보는 듯 하다. 남미 가이아나 존스타운 집단학살 사진을 보는 듯하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태원에 사는 도반이 있다. 해밀턴호텔 위쪽에 사는 도반이다. 카톡방에 올린 글에 따르면 "금요일 밤 부터 사고 골목에서 조짐을 보았습니다."라고 써 놓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상세히 적어 놓았다.
"예견하며 크게
염려하던 일이
벌어져 안타까웠
습니다
그제 부터 위험이
감지되었죠
너무 많은 인파들이
몰려와
휩쓸리듯 밀치고
밀리며 골목을
메웠고,
안전 요원 하나
없었지만 있다한들
이미 통제 불능
상황이었으니까요!
광란적으로
새벽 까지 어울려
다닌 애들 대부분이
10~20대
꽃다운 젊음을
이런 허망한 죽음으로 보게되
다니요!"
도반에 따르면 예견된 참사라고 했다. 인파가 너무 몰려서 사고가 날 것 같다고 했다. 사고나기 이틀전과 삼일전 동영상도 공개했다. 도반은 또한 이런 글을 남겼다.
"평소 금,토에도
거의 떠밀려 가듯
인파로 붐비는 골목
저도 매일 통행하는
곳이라 상황을
잘알죠!
금욜 밤 11시쯤
동네 시찰?
나섰을 때도
딱 이 지경이었는데
안전 요원 그
누구도 없이
이러다 누구하나
넘어지면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겠다
싶었지요~~"
도반의 글에 따르면 사고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 없다. 동네에 살기 때문에 마실 다니듯이 분위기를 파악한 것이다.
동영상을 보면 그야말로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가득하다. 한번 그 속에 갇히면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그저 휩쓸려 간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한사람이 넘어지면 마치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 같다. 결국 사고가 일어 났다. 사고가 나기 위한 조건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태원 참사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언젠가 일어날 일이 일어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인재에 가깝다는 것이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을 때, 그것도 발디딜 틈도 없이 빼곡히 몰렸을 때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아니 내버려 두었다. 거기에 공권력은 없었던 것이다.
사고는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다. 사고가 날만한 여건을 다 갖추었다. 그날이 어제 밤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수십만 인파가 몰렸을 때 공권력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을 연상케 한다.
세월호 때 공권력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침몰하게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세월호가 난지 8년만에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공권력이 손놓고 있었다.
아주 작은 집회에서도 경찰이 출동한다. 지난 8월 봉은사 앞에서 승려폭행에 항의하는 시위가 있었다. 시위 참가자는 십여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경찰버스가 무려 세 대가 출동했다. 현정부와 유착관계가 있는 전총무원장이자 봉은사 회주인 자승 승려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경찰은 정권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정권을 위해서라면 검찰을 동원해서 없는 죄도 만들어 낸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데 있어서는 손놓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 출퇴근 경호에는 경찰인력 700명이 동원되고 있는데 10만명이 몰린 이태원 할로윈 축제 때는 고작 200명에 지나지 않았다.
한장의 사진이 음울하게 했다. 도반은 이 사진에 대해서 "살아 움직일 때 사람이지 그냥 시신으로 이처럼 방기되버립니다~~그 누구도
원치 않았을 죽음."이라고 써 놓았다.
사진을 보자 광주가 생각났고 여순이 생각났고 6.25가 생각났다. 공통적으로 학살 당했다는 것이다. 이번 이태원 사건도 학살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공권력이 없었던 것이다. 안전사고를 대비하지 않은 것이다. 질서 유지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질서유지를 포기한 것이다. 이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기를 포기힌 것과 같다.
어느 국가이든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 준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 주지 못했을 때 더이상 국가라고 볼 수 없다. 자국 국민도 지켜 주지 못하는 국가는 국가도 아니다. 현 정부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선에서 젊은 층에서는 기호 2번을 밀어 주었다. 그 결과는 젊은 사람들 참사로 나타났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 주지 못한 것이다. 내각제라면 총사퇴할 것이다. 대통령제는 어떤가?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없으면 물러나는 것이 좋다. 대국민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지도 못하는 정부는 정부도 아니다. 오늘 한장의 사진을 보고서 마음이 착잡했다.
2022-10-3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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