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어떻게 해야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1. 8. 14:40

어떻게 해야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요즘은 선물로 받은 책들이 많다. 작가가 보내 준 것이다. 방문했을 때 선물로 받은 것도 있다. 이렇게 몇 년 쌓이다 보니 꽤  있다. 받기만 하고 쌓아 두기만 하고 있다. 이는 선물 준 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책을 받았다고 다 읽어 볼 필요가 있을까? 필요한 부분만 읽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관심 있는 분야만 읽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은 관심이 덜 간다. 생소한 것이나 모르는 것에 손이 간다. 그럼에도 다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오늘 문득 생각난 것은 조금씩 읽기이다. 하루 한페이지라도 좋으니 조금씩 읽는 것이다. 난해한 책이라면 반페이지로 그칠 수 있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동차는 시동을 걸면 달리게 되어 있다. 책읽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단 책을 펼치는 것이다. 하루 한페이지라도 좋다. 하루에 한페이지만 읽어도 반년이면 다 읽게 된다.

 

경전읽기를 하고 있다. 집에서는 머리맡에 두고 있고 사무실에서는 책상 가까이에 두고 있다. 언제든지 틈만 나면 펼쳐 본다. 읽다가 난해하거나 졸리우면 중단 한다. 내일 읽으면 된다. 내일은 좀 더 맑은 정신으로 읽을 수 있다.

 

사무실에서 수타니파타를 읽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읽던 것이다. 그러나 필요한 부분만 읽었다. 이것은 바른 태도가 아니다. 아마 학자들이 이렇게 할지 모른다. 필요한 부분만 읽고서 내용을 가져 가는 것이다.

 

경전읽기 하는 것은 논문을 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수행적 측면에서 읽는다. 그래서 소설 읽듯이 처음부터 읽어 나간다. 진도는 고려 하지 않는다. 컨디션이 좋으면 더 많이 읽는다. 수타니파타는 난해 해서 하루 한두게송이 고작이다. 각주에 있는 주석까지 읽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 위빳사나수행방법론은 더욱더 난해하다. 그렇다고 방치해 두면 책을 준 스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반페이지라도 좋으니 시동을 걸어야 한다.

 

누적의 법칙이 있다. 매일 일정 금액을 저축했을 때 일년이 지나면 엄청나게 축적될 것이다. 하루 만원씩만 저축해도 일년이면 365만원이다.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금액이다. 그러나 아예 저축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일년후에 누적의 법칙에 대한 결실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통장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주택부금은 이십년이 넘은 것 같다. 그때 당시 이자가 높았을 때 매월 십만원씩 들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을 모조리 적금으로 들고 있다. 이 밖에도 정기예금도 몇 개 된다. 그렇다고 큰 부자가 아니다. 억다위는 아니기 때문이다.

 

주식을 하지 않는다. 지금으로부터 15년전 주식을 손절했다. 주식시장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주식채널은 무조건 패스한다. 만일 그때 주식을 계속 했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가지고 있는 여유돈은 모조리 털렸을 것이다.

 

로또를 하지 않는다. 아주 오래 전 초창기 때 호기심으로 한두번 사본 것 외에 한적이 없다.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았다. 그럼에도 로또사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아마 큰 것 한방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식이나 로또, 경마 등 돈 놓고 돈 먹는 것을 하지 않는다. 큰 것 한방 노리고 베팅해 보지만 매번 헛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갈애의 노예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돈에 대한 갈애 때문에 돈의 노예가 되었을 때 아까운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큰 것 한방이나 대박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향상시키는 삶을 살기 힘들다. 왜 그런가? 자신을 향상시키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욕망을 줄여 나가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주식이나 로또, 경마는 욕망을 추구하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욕망으로 가득찬 삶에 인격의 성장이나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주식에 눈 먼 자들은 앉으나 서나 주식생각뿐일 것이다. 머리에 주식이 떠나가지 않을 때 돈도 되지 않는 책읽기나 글쓰기, 명상하기는 낭비라고 볼 것이다.

 

주식도 하지 않고 로또도 하지 않는다. 욕망을 추구하는 삶에서 멀리하고자 한다. 그러나 저축하는 것은 욕망과 무관하다고 본다. 왜 그런가? 은행에 넣어 놓고 잊어 버리는 것이다. 소유로 인한 번뇌가 없는 삶이다. 은행이 망하지 않는 한 적금이나 예금은 그대로 있다. 축적하는 삶이다.

 

 

축적하는 삶은 마치 정기적금 드는 것과 같다. 또한 정기예금 하는 것과 같다. 정기적금하면 기간이 되었을 때 엄청나게 축적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정기예금이라면 이자가 붙었기 때문에 역시 축적하는 것이 된다.

 

피로가 누적되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매일 운동하면 근육이 붙는다. 매일 책을 읽으면 지식과 지혜가 축적될 것이다. 지식과 지혜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오로지 눈앞에 이익에 눈먼 자들은 책읽기를 게을리 할 수밖에 없다.

 

책을 읽는 사람은 성장가능성이 있다.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은 정체되었거나 퇴보될 가능성이 높다. 주식 등 욕망에 눈 먼 자들은 돈도 되지 않는 책보기에 시간을 낭비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돈이 되는 일을 하고자 한다. 돈이 되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은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다.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상쾌하다. 이를 잔잔한 기쁨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런 기쁨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하지만 천문학적 금액보다도 더 가치 있는 일이 된다. 일부러 시간 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경을 외우거나, 외운 경을 암송하는 것도 해당될 것이다. 공덕을 쌓는 행위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이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다.

 

오늘 새마을금고에 돈을 맡겼다. 7개월에 5%짜리 이자를 주는 한시적 금융상품이다. 1,300만원을 맡겼다. 은행에 넣어 두면 이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갈아 탄 것이다. 7개월 후에 이자는 36만원에 달한다. 고소득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푼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축적의 효과를 알기 때문에 갈아 탄 것이다. 정신적으로 축적되는 삶을 살기 위한 것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자가 붙듯이, 정신적으로 축적된 삶을 살면 향상이 있을 것이다.

 

축적된 삶을 살아야 한다. 매일 운동을 하면 근육이 붙듯이, 매일 책을 읽으면 향상되는 삶을 살게 된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만은 알고 있다. 책 본 것을 글로 표현하면 눈으로 결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책을 조금씩 보기로 했다. 책을 산 것이거나 선물 받은 것이거나 하루에 한페이지 보는 습관을 들이고자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책을 볼 수 없다. 책은 책장에 있는 장식용 물건이 아니다. 

 

짬이 날 때마다 책을 보아야 한다. 책을 여러 권 쌓아 두고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페이지만 보는 것이다. 한권을 보고 나면 재빠르게 다음 책을 펼친다. 이렇게 하루 한페이지씩 동시에 보게 된다면 어느 시점에서 다 보게 될 것이다.

 

책을 선물한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그것은 책을 보는 것이다. 하루 한페이지라도 좋으니 꾸준히 보는 것이다. 책을 아예 안보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지만 하루밤만에 다 읽어 버리는 것도 예의에 어긋난다. 하루 밤만에 읽고서 깨끗이 잊어버린다면 작가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작가가 심혈 기울여 쓴 책을 가볍게 볼 수 없다. 한장 한장 천천히 보는 것이다. 형광메모리 칠하면서 보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건지는 것이 있을 것이다. 새겨 둔 구절은 좋은 글쓰기 소재가 된다. 오늘부터 책을 쌓아 두고서 하루에 한 페이지씩 만 보고자 한다. 축적의 법칙을 믿는다. 이것이 나의 독서방법이다.

 

 

2022-11-0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