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기

1402가 의미하는 것은?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1. 14. 15:23

1402가 의미하는 것은?



1987, 1917, 1492, 1402,
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영화제목이 많다. 1987은 6.10항쟁에 대한 영화 제목이다. 1917은 제1차 세계대전 영화제목이다. 1492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을 기념하는 영화제목이다. 그럼 1402는?

며칠전 김선흥 선생으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그것은 '1402 강리도' 출간에 대한 것이다. 1402는 강리도가 세상에 나온 해를 말한다. 조선이 건국되고 난지 불과 10년만이다.

김선흥 선생과 인연이 있다. 페이스북에서 만났다. 김선흥 선생은 페이스북 친구, 페친인 것이다. 어느날 선생이 주도한 모임에 참여 했다. 남산걷기모임이었다.

모임에는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비밀의 계곡에서 빈속에 막걸리 한잔씩 마시는 의식을 치루었다. 이에 대하여 '목적없는 모임에 참석하고'(2021-10-15,https://bolee591.tistory.com/m/16160977)
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겼다.

남산걷기 모임은 목적이 없었다. 특별한 목적 없이 만나서 막걸리 한컵씩 마시고 남산 둘레길을 걸었다. 식당에서 식사하고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헤어졌다. 아무 목적 없는, 목적 없는 모임이었다. 그러나 느낌은 강렬했다. 이런 모임이야말로 진짜 모임 같았다.

김선흥 선생이 어느날 페이스북에서 사라졌다. 아마 작별인사를 남기고 떠났을 것이다. 일년이 넘은 것 같다. 몹시 아쉬웠다. 매일 수시로 익살스런 글을 올려서 웃게 만들었는데 웃을 일이 별로 없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한달전쯤 카톡으로 소식을 알려 왔다. 강리도 출간을 예고한 것이다.

김선홍 선생이 사라진 것은 명백하다. 강리도 저술 작업을 위해서 자리를 뜬 것이라고 생각된다. 책 쓰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마침내 2022년 11월 '1402 강리도'가 세상에 나왔다.

강리도 출간 소식을 접하자 즉각 구매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책 값은 40,500원이다. 가격이 꽤 된다. 책 값이 있어 보이는 것은 이유가 있다. 컬러 화보가 있기 때문이다. 책의 3분의 1은 지도 화보로 되어 있다. 종이 질도 좋다. 책 값이 있어 보일 수밖에 없다.


인터넷 주문한지 이틀 만에 택배가 도착했다. 마치 한권의 귀중한 경전을 열어 보는 것 같다. 고급 종이에 컬러풀한 지도로 가득하다. 읽는 재미도 있지만 보는 재미도 있다.

어렸을 적부터 지도보기를 좋아했다. 초등학교시절 사회과부도 책을 받으면 지도부터 보았다. 세계 각국 나라 이름을 다 외웠다. 수도 이름도 다 외웠다. 지도보기는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계속되었다. 직장생활 할 때도 지도를 보았다. 90년대 큰 마음 먹고 '아틀라스' 지도책을 구입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소년은 지도만 보면 가슴이 설레였다. 그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다. 중학교 때는 도서관에서 강찬삼의 세계여행을 보았다. 대학 다닐 때는 세계사 전집을 샀다. 복학해서 잔디밭에 앉아 있었는데 책장사가 권유해서 20권가량 되는 세계사 전집을 산 것이다.

세계사 전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역사가 있다. 그것은 서역의 역사에 대한 것이다. 마침 그때 실크로드 기행이 방송을 타고 있었다. 수많은 민족이 흥망성쇠한 서역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서역을 꿈꾼지 수십년만에 가게 되었다. 2013년 실크로드 성지순례가 그것이다. 그때 당시 능인선원 법우들과 울산 망해사 스님과 함께 했다. 돈황, 선선, 하미, 투루판, 우르무치에 이르는 여정이었다. 책에서만 보았던 서역 여행을 체험했다.

지금도 지도만 보면 가슴이 뛴다. 언젠가 90년대 초반 유럽출장을 갔었다. 독일이 통일 되기 전이었던 같다. 개발한 위성방송수신기(SVR)를 독일에 처음 수출 했었는데 품질사고가 발생 했다. 디코더, 즉 암호해독기를 연결하면 화면이 먹통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를 필드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담당자를 파견한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해결해야 한다. 독일 로젠하임 시에 있는 A/S 센터에서 문제를 해결 했다. 이후 느긋한 마음으로 프랑크푸르트 대형마트에서 쇼핑했다. 그때 고지도를 발견했다. 어려서부터 지도를 좋아했기 때문에 양팔 간격 되는 세계 고지도를 여러 개 샀다.

고지도는 대항해시대 때 만들어진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도 보였다. 한국은 뭉개져 있는 듯해서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프리카도 오늘날 지도에서 보는 것과 다르지 않아 비슷했다. 그러나 극동은 부실했다. 대항해 전후의 지도를 보면 유럽 위주로 되어 있고 극동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반하여 강리도는 한국과 중국이 매우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강리도를 보면 인도와 중동, 유럽이 비교적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놀랍게도 아프리카가 원형대로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발견하기 훨씬 이전인 1402년에 작성된 것이다.


대항해 시대 때 만들어진 지도를 액자에 담았다. 커다란 지도를 거실에 걸어 놓았다. 꽤 오랫동안 거실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이사 다니면서 버린 것이다.

세계 고지도와 다시 인연이 되었다. 김선흥 선생이 페이스북에 강리도를 소개한 것이다.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이다.

강리도를 구해서 벽에 걸어 놓고 싶었다. 김선흥 선생에게 어떻게 구입할 수 있는지 문의 했다.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서울대 규장각 사이트에 들어가면 구할 수 있다고 했다.

강리도 사진 파일을 구했다. 규장각에서 다운 받은 것이다. 누구나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한다. 실사로 출력하고자 했다. 전지 한장 크기로 출력하는 것이다.

사무실 근처에 지도 인쇄 업체가 하나 있다. 사장 말에 따르면, 인구 백만명에 하나 있는 지도인쇄 전문업체라고 한다. 그만큼 희귀한 업체인 것이다. 이에 '강리도를 벽에 붙여 놓으니'(2021-02-16,https://bolee591.tistory.com/m/16160415)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일터 한쪽 벽면에 강리도가 있다. 전지 사이즈로 실사 출력한 것이다. 1402년에 만든 고지도이다. 이전에는 이런 지도가 있는 줄도 몰랐다. 김선흥 선생이 강리도에 대한 책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강리도는 우리나라가 자랑할만한 자랑스러운 세계적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 존재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오래 전에 실종 되었기 때문이다. 강리도가 나온지 200년 후인 16세기 말에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라진 강리도는 일본에 있었다. 일본에 소장되어 있다가 1910년에 세상에 알려졌다. 현재 강리도는 류코쿠 대학에 소장 되어 있다.

강리도가 다시 한번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는 책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선흥 선생의 역작 '1402 강리도'가 그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7년전 2005년에 강리도의 존재를 알고 나서부터 추적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마침내 17년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김선흥 선생은 유머러스하다. 평생 화 한번 내지 않을 것 같은 캐릭터이다. 지금은 백수이지만 왕년에는 세계를 무대로 활약했다. 30년 동안 외교관으로 일한 것이다.


김선흥 선생과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만난 사이도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언젠가 목적 없는 모임을 가졌으면 한다. 비밀의 계곡에서 막걸리 마시는 의식도 치루었으면 한다. 그런데 하나 기대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1402 강리도’ 출간회를 말한다.

김선흥 선생에게 출간회를 언제 할 것인지 물어 보았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계속 졸라대면 할 것 같다. 출간회에서 뵙기를 희망한다.



2022-11-1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