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창 밖에는 눈이

지금 창 밖에는 눈이

 

 

오늘 눈이 내렸다. 첫 눈이다. 두 번째 눈과 세 번째 눈은 기억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글로 남기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첫 눈이 기억에 남는 것일 것? 그것은 오랜 기다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11월은 죽음의 계절이다. 대부분 나뭇가지는 앙상하다. 대개 11월 20일 전후해서 낙엽이 진다. 은행나무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보는 은행나무는 가지가 앙상하다. 여기에 추위까지 더해지면 마음도 쓸쓸하고 허전해진다. 비바람이라도 치면 절망적인 느낌이 될 것이다. 이런 때 창밖에 눈이 왔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자연은 때로 냉혹하지만 치유 능력도 있는 것 같다. 앙상한 계절에 흰 눈이 포그니 내렸을 때 마음도 풍성해지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첫 눈도 그랬다.

 

 

오늘 아침 일부로 걸어서 일터로 갔다. 날씨는 쌀쌀하다. 여기에 눈발까지 날린다. 우산을 쓰고 갔다. 귀와 머리가 시려워서 목도리를 머리를 둘러쌌다. 마치 여자들이 스카프를 두르는 모양이 되었다. 우산을 든 손은 시려웠다.

 

매일 7시 전후로 일찍 나서는데 오늘은 늦었다. 아침 8시대, 사람들은 활기찬 모습이다. 첫 눈이 와서 그럴까 사람들은 약간 들뜬 것 같다. 아파트 단지에 아이들이 학교 가는 모습도 활력이 있는 것 같다.

 

 

계절이 바뀌었다. 불과 이삼주전까지만 해도 세상은 노랑, 빨강의 단풍천지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찬바람에 비까지 내리자 벌거숭이가 되었다. 마음도 황량해지는 것 같았다. 이런 때 마침 눈이 내렸다.

 

 

지금 창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얼마나 쌓일지 알 수 없다. 도시에서 눈은 반가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첫 눈은 예외인 것 같다. 히터에는 열나는 소리가 들린다. 절구 커피 한잔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2022-12-0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