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성지순례기 28, 내생의 선업종자를 만들어야, 아유르베다 스파이스가든에서
어제 유튜브에서 본 영상이 강하게 다가온다. 대기업 다니는 젊은이가 과감하게 사표를 쓰고 나온 것이다. 젊은이는 왜 나오게 되었을까? 그것은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관계가 있다고 했다.
젊은이의 할아버지는 재산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죽을 때는 아무짝에도 필요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회사 다니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을 찾고자 했다는 것이다.
젊은이의 생각이 대견하다. 요즘처럼 들어가기 힘든 직장을 그만 둔 것부터가 남다르다. 그것도 죽음과 관련된 것이다.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루어 놓아도 죽음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것을 발견하고서는 오늘을 가장 가치 있게 보내고자 한 것이다.
오늘을 가장 가치 있게 보내고자
젊은이에 따르면 생활비는 월 7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70만원 중에 40만원은 어디서 나오는 데가 있다고 한다. 나머지 30만원만 벌면 된다고 했다. 알바를 하든 노동을 하든 30만원 벌면 되는 것이다. 그대신 남는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는 것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오늘을 가장 가치 있게 보내자는 것이다.
젊은 유튜버의 영상을 보자 자타카의 내용이 떠올랐다. 자타카에는 젊은이가 생각한 것과 똑같은 내용이 있다. 그 중에서도 자타카 초입에 있는 수메다 존자의 서원을 보면 젊은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똑같다.
지금으로부터 사아승지 십만겁 전에 수메다라는 바라문이 살았다. 그가 학예를 배우는 소년이었을 때 양친이 돌아 가셨다. 재산관리인은 양친이 남겨 놓은 막대한 재산을 설명해 주었다. 소년은 설명을 듣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재산을 모아 두고서도, 나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등은 저세상으로 가면서 한 개의 까하빠나도 가지고 가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가지고 갈 수 있는 종자를 만들어야겠다.”(자타카, 먼 인연이야기, 쑤메다 바라문, KPTS본 자타카 756쪽)
수메다 존자는 재산을 가지고 갈 수 없음을 알았다. 아무리 많은 재산을 모아도 죽음 앞에서는 필요 없는 것이었다. 다만 한가지가 필요했다. 그것은 종자이다. 저세상에 태어나기 위한 씨앗을 말한다. 이를 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수메다 존자는 부처가 되기 위한 종자를 만들기 시작한다. 무려 사아승지겁하고도 십만겁전의 일이다.
알루위하라 가는 길에
스리랑카 성지순례기를 쓰고 있다. 순례를 다녀 온지 5개월 지났지만 여전히 성지순례중이다. 순례기를 완성해야 성지순례가 끝난다.
순례기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익과 명예와 칭송을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쓴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다녀 오면 의무적으로 쓴다.이번 순례기는 알루위하라에 대한 것이다.
담불라 석굴사원을 참배하고 나온 다음에 알루위하라로 향했다. 현지에서 시점은 2022년 12월 14일 수요일 오후의 일이다. 알루위하라로 향하기 전에 먼저 점심을 먹어야 했다.
점심은 아무 데서나 먹어도 된다. 승용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문제이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담불라 석굴사원 아래에 있는 주차장 휴게소에서 점심을 간단히 해결했다.
간이휴게소 이름은 ‘FRESH JUICE BAR’이다. 주로 과일 주스를 팔지만 간단한 먹거리도 판매한다. 마치 패스트푸드처럼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는 것을 선택했다.
먹거리는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겉에는 면이 있고 안에는 밥이 있다. 마치 햄버거를 먹듯이 간이휴게소 테이블에서 점심을 간단히 해결했다.
점심을 먹고 나자 새로운 기분이 되었다. 포만감에 여유로움에 상쾌한 여행이 되었다. 네 명이 탄 승용차는 다음 목적지 알루위하라를 향해 달렸다. 그런데 도중에 한 곳을 들렀다. 그곳은 혜월스님이 잘 알고 있는 아유르베다 농장이다.
구글 검색해 보니
성지순례를 할 때 성지에만 가는 것은 아니다.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식당에도 간다. 잠을 자야 하기 때문에 숙소에도 머문다. 물건을 사야 할 일이 있으면 쇼핑센터에도 가는 것이다. 이번에는 건강과 치유와 관련된 농장을 방문했다.
아유르베다 농장이름은 ‘SINGHE SPICE GARDEN’이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싱헤 향신료 농장’이 될 것이다.
향신료 농장은 어디쯤 있을까? 그때 받은 프린트를 보니 주소가 있다. 주소지는 ‘No.52, Kawdupelalla, Matale, Sri Lanka’로 되어 있다. 마탈레 지역에 있는 ‘Kawdupelalla 52번지’이다.
구글지도에서 ‘Kawdupelalla’를 키워드로 검색 해보았다. 나오지 않는다. 어디쯤 되는 것일까? 이번에는 ‘SINGHE SPICE GARDEN’를 키워드로 하여 구글검색해 보았다. 스리랑카 3대 스파이가든이라는 글이 떴다.
혜월스님이 안내한 아유르베다 농장은 스리랑카에서 3대 스파이스가든이라는 말을 들었다. 인터넷에서도 그렇게 소개하고 있다.
스리랑카 3대 스파이스가든은 어디일까? 인터넷 기사에 따르면 ‘Ranweli Spice Garden’, ‘New Ranweli Spice Garden’, ‘Kandy, Arunalu Spice Garden’을 소개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근접한 곳은 ‘Ranweli Spice Garden’이다. 주소는 ‘No. 99 Kaudupellella, Matale 21000, Sri Lanka’라고 되어 있다.
주소는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번지가 No90으로 No50과는 다르다. 그러고 보니 혜월스님이 안내한 아유르베다 농원은 주변에 여러 개 있는 것 같다. 마치 동일 업종의 가게가 모여 있듯이 아유르베다 농원이 한 지역에 여러 개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검색해 보았다. 이번에는 ‘Ranweli Spice Garden’를 키워드로 검색했더니 찾을 수 있었다. 담블라에서 캔디로 가는 A9번 도로에 있다. 알루위하라 가기 전이다. 담블라에서 남쪽으로 40키로 거리에 있는데 48분 가량 걸린다.
아유르베다 스파이스가든에서
혜월스님과 함께 찾은 스파이스가든은 넘버52번지이다. 입간판 명칭을 보니 ‘SINGHA SPICE GARDEN’이라고 되어 있다. 작은 글씨로 ‘SPICE, HERBS & TRADITIONAL MEDICINE’이라고 쓰여 있다. 향신료 뿐만 아니라 허브와 전통의약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스파이스가든은 아유르베다농장이라고도 불리운다. 그것은 약초를 직접 재배하는 농장이 있기 때문이다. 혜월스님에 따르면 이지역에 있는 스파이스가든은 정부에서 허가된 곳이라고 한다. 안심하고 사 갈 수 있는 곳이다.
스리랑카 순례를 하면서 향신료 농장도 들르게 되었다. 스리랑카 사람 혜월스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 모른다. 어쩌면 패키지 관광하는 사람들도 들를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패키지 여행하다 보면 쇼핑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대게 그 나라 특산품을 판매하는 곳에 들어가게 된다. 스리랑카에는 어떤 특산품이 있을까? 네 명이서 승용차로 여행하다 보니 알 수 없다. 아마도 스파이스가든에서 향신료 관련 상품을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스파이스 농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스파이농장을 안내하는 스리랑카 사람은 박학다식한 것 같다. 깡마른 체구에 지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영어로 이것저것 설명한다. 매장 뒤켠에는 농장이 있다. 갖가지 약재가 되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식물에서 추출된 것을 원료로 삼아 건강식품 또는 의약품을 만드는 것이다.
스파이스가든에서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스파이스티가 제공되었다. 간단한 맛사지도 받았다. 발마사지를 말한다. 이와 같은 스파이스가든에 대한 설명은 인터넷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넷에 따르면 스리랑카는 향신료의 나라이다. 이는 “스리랑카는 향신료 정원의 생산 및 호스팅으로 잘 알려져 있어 향신료의 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리랑카의 스파이스 가든에서는 15가지의 독특한 향신료가 재배됩니다. 이러한 향신료의 대부분은 세계 향신료 시장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라는 설명으로 알 수 있다. 구글번역기를 이용하여 번역한 것이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아유르베다농장, 즉 스파이농장에서 설명을 들었다. 건강과 힐링에 대한 것이다. 농장에서는 상품도 판매한다. 이와 관련하여 현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하여 다음날 아침에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아유르베다 허브농장에서
스리랑카 성지순례 4일차이다. 어제부로 왠만한 성지를 다 소하했다. 운전기사 가미니는 어제 석굴서원 담불라 순례를 마치자 70프로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순례 4일차는 아침부터 바빴다. 오전 일찍부터 시리기야 등정을 했다. 두 시간 이상 걸렸다. 다음 행선지는 담불라 석굴이다.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서 석굴사원 주차장 간이 매점에서 먹었다. 그리고 다음 행선지 알루위하라 사원과 캔디 불치사로 향했다.
순례팀은 세 명이다. 현지인 운전기사를 합하면 네 명이다. 승용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기동력이 있다. 아무 곳에나 세워 놓고 코코넛 주스를 마신다. 길을 가다가 식당을 만나면 식사를 한다. 이 날 예기치 않게 아유르베다 농장에 가게 되었다.
스리랑카에는 전통 약재가 있다. 모두 자연에서 나는 것들이다. 그 중에 아유르 농장이 있다. 정부에서 허가된 곳으로 각종 약재와 치료제를 판매하고 있다. 화학적 가공을 거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사용한 것이다. 혜월스님이 잘 아는 곳이다.
농장은 마딸레(matale)에 있다. 농장은 'Singhe spice garden'이다. 상품소개는 'AYUBOWAN'에 설명되어 있다. 오가닉 허브에 기반하여 향신료, 미용제품, 건강상품, 치료제를 파는 곳이다. 정부에서 공인 된 곳이라고 한다. 혜월스님은 스리랑카에 올 때 이곳을 지나갈 일이 있으면 들른다고 한다.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동력 있는 순례팀에서 막간을 이용해서 농장에 잠시 머물렀다. 설명도 듣고 차도 마시고 발 맛사지도 받았다. 허브향이 나는 발맛사지를 말한다. 젊은 남자가 무릎 아래쪽을 문질러 주었다.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2022-12-15, 담마다사 이병욱)
여행은 여행기를 작성해야 진정한 여행이 될 수 있다. 그때 그때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해 두면 나중에 여행기를 작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기록해 놓지 않으면 잊어 버린다. 사소한 것이라도 기록해 놓아야 한다.
여행을 가면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귀중한 시간과 귀중한 돈을 들여서 여행한 것이다. 단지 보고 듣는 것으로 보낼 수 없다. 이렇게 기록을 남기면 누군가는 보게 된다.
죽어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유튜브에서 어떤 젊은이는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했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보고 결단한 것이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일원 하나 가져 갈 수 없다. 수메다 존자도 그랬다.
유튜버가 자타카를 읽었는지 알 수 없다. 빠알리 원문 자타카는 올해 1월에 출간되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빠알리 원문을 번역한 것이다. 교정을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 보았다.
자타카에서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그것은 “나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등은 저세상으로 가면서 한 개의 까하빠나도 가지고 가지 못했다.”라는 말이다. 여기서 까하빠나는 금을 말한다. 고대인도에서 화폐단위에 해당된다. 이와 같은 정형구는 자타카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죽으면 가져 갈 수 없다. 가져 갈 수 없는 것을 모으는데 일생을 보낸다면 허망한 것이다. 그렇다면 죽었을 때 무엇을 가져 갈 수 있을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행위(業: kamma)밖에 없다.
재산이 많은 사람이 있다. 그는 재산과 오래 살고 싶을 것이다. 재산과 함께 천상의 행복을 누리고 싶을 것이다. 천년만년 살지는 못해도 기대수명까지는 살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수명은 알 수 없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오늘 죽을 수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재산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처와 자식은 또 어떻게 되는 것일까? 가지고 갈 수 없다. 죽음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다.
죽음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재산은 가져가지 못해도 재산을 형성하기 위해 애썼던 행위는 가져 가는 것이다. 그가 재산 형성과정에서 불법과 편법과 탈법을 저질렀다면 그 행위만 가져 가는 것이다. 재산이 많아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데 시간을 보냈다면 감각적 쾌락을 즐긴 업만 가져 가게 된다. 모두 불선업에 대한 것이다.
선업의 종자(種子)를 남기기 위해서
수메다 존자는 부모의 죽음에서 허망함을 보았다. 막대한 재산을 가져 가지 못한 것을 보자 재산을 가지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재산을 나누어주고 고행자의 길에 들어섰다. 그것은 죽어서도 가지고 갈 수 있는 ‘종자(種子)’를 남기기 위해서였다.
어제 젊은 유튜버의 나레이션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재산을 모으는 삶에 올 인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가치 있게 사는 것임을 말한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면 오늘을 가치 있게 살 수밖에 없다. 이렇게 여행기를 남기는 것도 가치 있는 것 아닐까?
“홀로 있으면서 앉아서
그때 나는 이와 같이 생각했다.
‘다시 태어나는 것도
몸이 무너지는 것도 괴로움이다.”(Jnk.17)
“태어나야 하고, 늙어야 하고,
또한 병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안온의 열반을 구하리라.” (Jnk.18)
“여러 종류의 사체로서 가득한
이 썩어 문드러지는 몸을 버리고
소망을 여의고 욕망을 여의고
내가 참으로 떠나가면 어떨까?”(Jnk.19)
“그 길은 있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을 수는 없는 것이다.
존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나는 바로 그 길을 찾아야겠다.”(Jnk.20)
2023-04-0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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