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에서 공유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도로에 차가 넘친다. 차종도 다양하다. 소형경차에서부터 대형고급차에 이르기까지 차종 전시장 같다. 그러나 남으로 내려갈수록 차를 보기 힘들다.
한국은 국토면적이 10만 제곱미터 이하이다. 그러다 보니 하루 생활권이다. 이는 도로가 잘 발달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국토 어디를 가든 고속도로 같은 국도를 볼 수 있다. 차가 있는 사람들은 이런 혜택을 누린다.
경차를 가지고 있다. 차는 작지만 전국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도로만 있으면 남쪽 끝까지 깊은 산속에 이르기까지 거침이 없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도 국가 인프라를 이용하면 내 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 세상은 가진자들만의 세상일까? 확실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도로망이 강남과 분당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강남은 사통팔달이 되었다. 고속도로가 상하좌우 그리고 그 사이에 연결되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티엑스(GTX)라 불리는 철도도 연결되어 있다. 마치 강남부자들을 위해서 건설해 놓은 것 같다.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 때 마다 강남 아파트 값을 잡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구호에 불과한 것 같다. 강남 사람들을 위해서 사통팔달 고속도로를 교차하게 하고 철도까지 놓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강남에 사는 것을 편하게 해 놓았을 때 과연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강남 아파트 값을 내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남에 사는 것이 불편하게 해 놓아야 한다. 더이상 강남 사람들을 위한 사통팔달 고속도로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당연히 지티엑스도 건설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거꾸러 갔으니 강남불패 신화를 깨뜨릴 수 없는 것이다.
이 세상은 잘 사는 자들의 나라나 다름 없다. 이 세상은 잘난자들의 세상이나 다름없다. 이 세상은 권력자들의 세상이나 다름없다. 모든 인프라가 기득권층이 사는 곳, 기득권층이 다니는 학교 등을 위주로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은 집에서 갇혀서만 살아야 할까?
도로에서 외제차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벤츠를 보았을 때 착잡한 생각이 든다. 마치 그들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듯 하다.
부자들은 자신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감추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거리에서는 마음껏 과시하려는 것 같다. 벤츠마크를 보면,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며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것 같다.
거리에서는 빈부격차가 분명히 드러난다. 차종을 보면 알 수 있다. 부자가 어디에서 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차를 보면 알 수 있다. 길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차야말로 자신을 과시하기에 차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부자들은 별장도 가지고 있다. 풍광 좋은 곳에 그림 같은 별장을 보면 천상락을 누리는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부를 공유하지 않는다. 자신의 차와 집을 공유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소형아파트에 살고 경차를 몰고 다닌다. 다행이 빚은 없다. 재산으로 따지면 중산층은 아니다. 재산으로 등급을 나눈다면 하층이 될 것이다.
사람을 재산이나 지위로 등급을 매길 수 없다. 사람을 가진 것 기준으로 분류하려 한다면 자존감 낮은 삶을 살게 된다.
가진 것이 없는 자도 재벌 못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 국가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여행만큼 좋은 것이 없다.
어제 갑작스럽게 공주 금강자연휴양림에 오게 되었다. 휴양림 매니아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 내릴 수 있었다. 휴양림 노마드이기도 한다.
나는 왜 휴양림 매니아가 되었는가? 그것은 국가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함이다. 도로가 부자들만을 위해서 건설된 것은 아니다. 휴양림 또한 부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이용할 수 있다.
어제는 평일이었다. 평일 임에도 떠났다.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났다. 휴양림 숲속의 집이나 휴양관에는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기본 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예약하기 힘들지만 평일에는 가능하다.
휴양림에서 아침을 맞았다. 아침에 산책을 나갔다. 드넓은 휴양림이 내 정원 같았다. 가진 것이 없는 자도 재벌못지 않은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이 모두가 시설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황토메타세콰이어 길을 걸었다. 아침 햇살에 싱그러운 공기와 함께 걸었다. 어느 재벌이 이런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소유가 아니 공유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2023-04-2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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