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나는 휴양림 노마드

담마다사 이병욱 2023. 4. 21. 13:14

나는 휴양림 노마드


휴양림의 아침이다. 여기는 국립대관령자연휴양림이다. 국립자가 붙은 것으로 봐서 국가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정확하게 산림청 소속이다. 전국적으로 42개소가 있다.

 


휴양림 통나무집에 있다. 꿈에 그리던 통나무집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봤던 것이다. 자연다큐에서도 봤었다. 서민들도 통나무집을 이용할 수 있다. 누구나 예약만 하면 비싸지 않은 가격에 하루밤 통나무집 주인이 될 수 있다.

통나무집은 외관만 목재로 된 것이 아니다. 내부도 온통 나무로 되어 있다. 벽은 물론 천정도 목재로 도배되어 있다. 벽지로 된 아파트에서 살다가 통나무집에 있게 되니 별장 주인이 된 것 같다.

 


통나무집은 하루밤 머물다 떠날 집이다. 오전 11시까지는 비워 주어야 한다. 오후 3시부터 다음날 11시까지는 통나무집 주인이 될 수 있다. 도시 사람에게 이런 호사가 어디 있을까?

휴양림 이틀째이다. 첫날은 삼척에 있는 검봉산자연휴양림에서 보냈다. 대관령자연휴양림은 둘째날이다. 이렇게 이곳저곳에서 정처없이 머물다 보니 유목민이 된 것 같다.

 


노마드(Nomad), 유목민의 영어 표현이다. 현대인들은 노마드가 되기에 충분하다. 집 떠나면 누구든지 노마드가 될 수 있다.

해외여행을 가면 누구나 노마드가 된다. 패키지여행을 가면 하루 이상 머물기 힘들다. 매일 숙소가 바뀐다. 그런데 진정한 노마드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달살이 하는 것이다.

한달살이라는 말을 들은 것은 오래 되지 않았다. 이 말이 회자된 것은 몇 년 되지 않은 것 같다. 매스컴에서 '제주한달살이'라는 말이 회자되었다. 그런데 글로벌시대에 '치앙마이한달살이'라는 말이 강하게 와 닿았다. 해외에서 한달살이도 있었던 것이다!

치앙마이한달살이, 유튜브로도 보았고 페이스북친구 글로도 보았다. 태국 치앙마이에 가면 한달살이하는 한국인이 많다고 한다. 거리 어디를 가도 한국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유 있는 사람들이 인생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나도 한달살이할 수 있을까? 한달살이 꿈을 꾸어 본다. 내가 한달살이 하면 어디가 좋을까? 그곳은 아마도 스리랑카가 될 것 같다.

내가 한달살이 한다면 아누라다푸라가 될 것다. 스리랑카 고도로서 불교 유적지가 있다. 반구 모양의 거대한 스투파도 있고 이천년이 넘는 보리수도 있다. 무엇보다 흰옷 입은 순례자들을 볼 수 있다.

작년 12월 스리랑카 순례하면서 아누라다푸라 한달살이 꿈을 꾸었다. 나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꿈은 꿈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종자를 심어 놓으면 실현될 수 있다. 꿈을 꾸면 이루어질지 모른다.

휴양림에서 잠을 잘 잤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설치기 일쑤인데 이번은 예외이다. 휴양림의 아침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 산책하기로 했다.

 


어느 휴양림이든지 산책코스가 있다. 대관령자연휴양림 역시 예외가 아니다. 목표를 장터목이로 잡았다. 통나무집에서 20여분 걸리는 곳에 있다.

지금은 신록의 계절이다. 4월의 신록은 상큼하다. 이제 새잎이 나와 산하대지는 온통 연두빛 세상이 되었다. 녹음이 짙은 여름과 대조적이다.

 


아침햇살에 연두빛 잎이 빛난다. 계곡의 물소리는 청아하다. 하늘은 맑고 푸르다. 축복받은 계절이다. 이런 날이 일년중에 몇 날이나 될까?

 


노마드가 되기로 했다. 시간만 되면 노마드가 되고자 한다. 전국의 휴양림이 노마드가 머물다 갈 곳의 대상이다. 가진 것이 없는 자도 휴양림 통나무집에 있으면 부자가 된 것 같다. 마치 별장을 가진 것 같다. 단 하루 머물지라도 머물고 있는 한 내 것이다.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

노마드는 정처가 없다. 끊임없이 이동해야 한다. 휴양림을 찾아 이동하는 것도 노마드의 삶이다. 때로 팬션에서 머물기도 한다. 그렇다고 도심의 모텔이나 호텔에 머물지 않는다. 그러나 산속에 있는 콘도는 가능하다.


어떤 마을이든지 떠날 때는
어떤 것에라도 뒤돌아보지않습니다.
아무 미련 없이 떠납니다.”(Thig.282)

 


출가수행승은 탁발에 의존한다. 반드시 조리된 것만 받는다. 그래서 날 것이나 곡식을 받지 않는다. 저장해 두지 않기 때문이다.

출가수행승은 소유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떠날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련없이 떠난다. 이것이 노마드의 삶이다.

 


출가수행승은 집에서 집없는 곳으로 떠난 자이다. 거처가 있을 수 없다. 나무 밑이나 동굴 등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나 거처가 된다. 설령 거처가 있어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오래 머물면 애착이 생긴다. 소유에 대한 애착이다. 또한 거처가 있으면 쌓아 두게 된다. 소유에 소유가 되어서 떠날 수가 없게 된다. 소유에 묶이는 삶이다. 처와 자식도 소유로 본다면 묶이는 것으로 본다.

출가수행승은 노마드와 같다. 일정한 거처가 없다. 정들기 전에 떠나야 한다. 한달살이 하는 사람도 노마드와 같다. 살만큼 살다가 또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다. 세계를 떠도는 노마드가 이에 해당된다.

나도 노마드라 할 수 있을까? 이제 겨우 하루밤 머물다 가는 자도 노마드라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노마드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날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은 노마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방을 비워 주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11시까지이다. 다음 사람을 위해서 더럽히지 말아야 한다.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가는 것이다. 휴양림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 하루 별장의 주인이 되어 봤다. 누구나 꿈에 그리는 통나무집 주인이 되어 본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노마드가 되어 본 것이다. 비록 돌아갈 집이 있는 짝퉁 노마드에 지나지 않지만 이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휴양림 노마드이다.


2023-04-2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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