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꽃에 향기가 없으면, 군포 철쭉동산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3. 4. 18. 08:57

꽃에 향기가 없으면, 군포 철쭉동산에서


언제 어느 해엔가 지리산 바래봉에 갔었다. 아마 2000년대 초반 갔다. 그곳에서는 철쭉제가 열리고 있었다. 거대한 산 능선 전체가 울긋불긋 철쭉의 바다였다. 산악회를 따라 갔었다.

철쭉을 도시에서도 볼 수 있다. 거리마다 공원마다 영산홍, 자산홍, 백철쭉으로 울긋불긋하다. 요즘 명학공원에서도 철쭉의 향연이 펼쳐졌다.

자주 명학공원으로 산책 나간다. 일터에서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 바람 쐬러 나가는데 발길은 명학공원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지금 환상적인 울긋불긋 철쭉이 절정이다.

꽃을 바라보면 마음이 환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지는 꽃에는 눈길을 두지 않는다. 꽃이 필 때 자신을 봐달라고 아우성치는 것 같다. 더구나 군락을 이루어 피었을 때 나는 제왕이 된 것 같다.

명학공원으로는 양이 차지 않는다. 지리산 바래봉 철쭉을 생각하면 당장 달려가야 한다. 그러나 너무 멀다. 더구나 오월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가까이에 바래봉 못지않은 쩔쭉 군락이 있다는 것이다. 군포에 가면 대형 철쭉군락지를 볼 수 있다.

 


군포시는 안양권에 속한다. 시간에 경계가 없는 것이 큰 이유이다. 이렇게 본다면 의왕시도 해당된다. 좀 더 확장하면 과천시도 안양권에 속한다. 안양, 군포, 의왕, 과천을 안양생활권이라 하는데 인구가 120만명에 달한다.

안양권에 명소가 있다. 의왕시에 청계사가 있는데 부처님오신날만 되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군포시에는 철쭉제가 시작되면 역시 인산인해를 이룬다. 어제 군포 철쭉동산에 다녀 왔다.

 


군포철쭉제는 4 21일부터 시작된다. 본래 5월에 했던 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당겨지고 있다. 1999년 철쭉동산을 처음으로 조성한 이래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초창기때는 5월에 열렸다.

 

 

군포철쭉축제는 공식적으로 2011년에 열렸다. 2011년에는 5.4-5.13일에 열리고, 2012년에는 5.1-5.8에 열렸다. 이런 기조는 2015년까지 유지 되었다.

 


군포 철쭉축제는 2016년이 되자 앞으로 당겨졌다. 2016년에는 4.29-5.3일에 열렸고, 2017년에는 4.28-4.30, 2018년에는 4.27-4.29, 2019년에는 4.24-4.28에 열렸다. 날자가 점점 당겨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올해 군포철쭉제는 언제 열릴까? 본래 4.28-4.30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시의 홍보 포스터도 그렇게 되어 있다. 그러나 급히 수정된 것 같다. 올해 군포철쭉제는 4.21()부터 무려 10일간 열린다. 코로나 이후 3년만에 열리는 큰 축제가 될 것 같다.

어제 4 17() 군포 철쭉동산에 다녀 왔다. 철쭉축제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몰리면 축제가 되는 것이다. 공식행사는 며칠 후가 되지만 사람들은 철쭉을 즐기고 있었다.

 


본래 철쭉은 오월이 절정이다. 그러나 사월 중순에 벌써 절정이 된 것 같다. 군포시 산본동 17천평에 달하는 야산 전체가 철쭉의 세상이 되었다. 거의 90프로 핀 것 같다.

 


철쭉제 가는 길에 김연아 동상을 보았다.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안겨준 스포츠영웅이자 국민영웅이다.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날렵한 모습이 탑처럼 높은 곳에 세워져 있다.

 


김연아 동상이 왜 이곳에 있을까? 그것은 김연아가 군포출신이기 때문이다. 설명문을 보니 철쭉동산 맞은 편에 있는 신흥초등학교와 도장중학교를 나왔다. 고등학교는 철쭉 동산 뒤에 있는 수리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에 대해 설명문에서는 군포의 자랑이라고 써 놓았다.

안양생활권인 안양, 군포, 의왕, 과천 이 네 도시는 전통이 별로 없다. 신흥도시이다 보니 내세울만한 지역축제를 보기 힘들다. 안양의 경우 평촌 중앙공원에서 열리는 먹거리축제가 이를 증명한다. 군포에는 철쭉축제가 있다.

 


안양에 산지 28년 되었다. 어제 처음으로 군포 철쭉동산에 갔었다. 공식행사가 열리기 5일전이긴 하지만 이미 철쭉은 만개한 상태가 되었다. 산 전체는 울긋불긋 철쭉으로 가득했다. 세상에 이렇게 큰 철쭉단지도 있었던 것이다!

군포철쭉축제는 이제 명소가 되었다. 지리산 바래봉과 함께 이제 대표적인 철쭉축제가 되었다. 비록 인위적으로 조성된 것이긴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이 찾는 가슴 설레는 장소가 되었다.

 

군포철쭉축제 현장에서 노래를 들었다. 경쾌한 멜로디와 함께 수리산 역에 내려서 나 그곳에 가리라.”라는 노래 소리가 들렸다. 놀랍게도 철쭉가도 있었던 것이다. 검색하니 다음과 같은 가사이다.

 

 

바람의 향기 불어와 철쭉 꽃비가 내리면

잊혀져 가는 추억이 있네

빨간 우체통 그곳에 감춰 놓았던

그 옛날의 사랑이 그리워지네

니 그곳에 가리라

철쭉꽃이 곱게 물드는 산본가는 전철을 타고

옛사랑의 추억을 찾아서

이렇게 그리운 밤에는 철쭉꽃비가 내린다

수리산역 모퉁이 돌아서 나 그곳에 가리라

 

 

노래는 신나가 부른 것이다. 유튜브를 검색해 보니 180427 신나-철쭉 꽃비가 내리면 [군포철쭉축제]’라는 제목이 있다. 주소는 https://youtu.be/Yvcmd7UwahQ이다.

 


철쭉의 바다 한 가운데에 섰다. 사방이 울긋불긋하다. 천상이 따로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꽃이 많은데 향내가 없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향기 없는 꽃도 있을까? 분명히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모란이 대표적이다. 모란 그림에 벌과 나비가 없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철쭉에도 향기가 없다는 것이다.

 

 

철쭉의 바다에는 오로지 꽃들 뿐이다. 향기는 나지 않는다. 꽃에 코를 가까이 대고 흡입했으나 향내를 맡을 수 없었다. 철쭉에는 향기가 없었던 것이다!

꽃이 피면 벌과 나비가 찾는다. 열매를 맺는 꽃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열매가 없는 꽃에는 향기도 없어서 벌과 나비가 찾지 않는다.

 


동산에는 울긋불긋 철쭉으로 가득하다.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향기가 없어서 후각적 즐거움은 포기해야 한다. 단지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마치 불임의 성형미인을 보는 것 같다.

종종 버스에서 성형광고를 본다. 한결같이 인형처럼 예쁘다. 그런데 성형미인을 보면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마치 인조인간을 보는 것 같다. 마치 영화속에서 에이아이(A.I) 미인을 보는 것 같다. 향기 없는 꽃을 보는 것 같다.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어떠한 꽃의 향이 있든지
그들 가운데 재스민 향을 최상이라 한다.”(S22.102)


요즘 라일락철이다. 아파트 화단에 라일락이 있어서 지나치면 특유의 향기가 난다. 그런데 경에 따르면 최상의 향기는 재스민이라고 한다.

향기는 꽃에서만 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경에 따르면, 뿌리의 향 가운데는 흑단향(kālānusārī) 이 최상이고, 나무심의 향 가운데는 적단향(lohitacandana)이 최상이라 하였다. 그리고 꽃 중에는 제일의 향은 재스민(vassika)이라고 했다.

꽃이 피면 향기가 나는 것도 있다. 시각적 즐거움과 후각적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향기가 있으면 벌과 나비가 찾는다는 사실이다. 사과꽃이나 복숭아꽃도 이에 해당된다.

 


군포철쭉동산에는 철쭉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산을 넘어가면 수리산으로 연결되는 산책로가 있다. 5백미터쯤 가다 보면 수리산생태공원이 있다. 그곳에서 향기 있는 꽃을 발견했다. 분홍빛깔의 겹벚꽃나무와 흰빛깔의 사과나무 군락이 있었던 것이다.

 


향기없는 철쭉을 보면 성형미인을 보는 것 같다. 반대로 향기 있는 사과나무를 보면 자연미인을 보는 것 같다. 향기가 있어야 벌과 나비가 찾는다. 벌과 나비가 찾으면 결실이 있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는다. 꽃은 피지만 열매가 없으면 향기 없는 것과 같다. 향기가 없어서 벌과 나비가 찾지 않는다. 당연히 결실도 없을 것이다. 가르침도 그럴 것이다.


어떤 꽃은 찬란하고 아름답더라도
향기가 없듯,
말이 잘 설해져도 실천이 없으면,
열매가 없다.” (Dhp51)


향기가 없는 꽃은 결실이 없다. 부처님 가르침이 아무리 잘 설해져 있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향기 없는 꽃과 같다. 당연히 도(: magga)와 과(: phala)도 이룰 수 없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는 것이 상식이다. 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열매를 맺으면 해야 할 바를 다하는 것이다. 들에 핀 아주 작은 꽃도 열매를 맺기 때문에 퍼져 나간다. 더구나 향기가 있어서 벌과 나비가 찾는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세 가지 향기는 바람을 쫓아 향기가 날아가지 바람을 거슬러 향기가 날아가지는 못합니다. 세 가지란 무엇입니까? 뿌리의 향기, 나무심의 향기, 꽃의 향기입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세 가지 향기는 바람을 쫒아 향기가 날아가지 바람을 거슬러 향기가 날아가지는 못합니다.”(A3.79)


꽃이 피면 꽃도 아름답지만 그것 못지않게 향기도 매혹적이다. 라일락꽃 향기가 코 끝에 스치면 꽃보다 향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갈 수 없다는 것이다.

향기에는 꽃향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화장을 해도 향기가 난다. 향수를 뿌리면 향내가 난다. 그러나 일시적이다. 잠시 코를 마비시킬 수 있으나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바람에 약하다.

얼굴을 자아와 동일시하는 사람이 있다. 얼굴에 뾰로지 하나라도 생기면 큰 일 나는 줄 안다. 가진 것이 얼굴 밖에 없고, 내 세울 것이 얼굴 밖에 없는 사람은 불임의 향기 없는 성형미인과도 같다.

성형미인은 대체로 화장이 진하다. 얼굴에 떡칠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다 값비싼 향수를 뿌리면 어떻게 될까? 반경 몇 미터에 향내가 날지 모른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바람을 거스를 수 없다.


아난다여, 이 세상에 마을이나 도시에서나 여인이나 남자가 부처님에게 귀의하고, 가르침에 귀의하고, 참모임에 귀의하고,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삼가고,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것을 삼가고, 사랑을 나눔에 잘못을 범하는 것을 삼가고, 거짓말 하는 것을 삼가고, 곡주나 과일주 등의 취기가 있는 것을 마시는 것을 삼가고, 계행으로 착한 성품을 지니고, 마음속에 인색의 때를 제거하여, 관대하게 주고, 아낌없이 주고, 기부를 즐기고, 구걸에 응하고, 베풀고 나누는 것을 좋아하며 집에서 지낸다.”(A3.79)


여기 향내가 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화장도 하지 않았고 향수도 뿌리지 않았다. 물론 성형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향내가 난다. 계행의 향기이다.

계를 지키면 계의 향기가 난다. 오계를 지키면 향기가 나는 사람같다. 그것은 계의 향기, 계향(戒香)이다.

향기 중에서 최상을 재스민향이라고 한다. 그러나 반경 1-2미터가 고작일 것이다. 결정적으로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계의 형기는 천리, 만리를 간다. 더구나 바람도 문제되지 않는다. 결국 계향은 천상에 이르게 한다.

흔히 보시하고 지계하면 천상에 태어난다고 한다. 이런 가르침은 어느 종교에나 있다. 이는 향기나는 사람만이 천상에 이를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이와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크게 믿음, 오계, 보시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열세 가지로 세분된다.



1. 삼보에 귀의(믿음, )

1) 부처님에게 귀의

buddha
saraa


2) 가르침에 귀의
dhamma
saraa


3) 참모임에 귀의
sa
gha saraa


2. 오계준수(지계, ))

4)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삼가함

p
āātipātā paivirato

5)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것을 삼가함
adinn
ādānā paivirato

6) 사랑을 나눔에 잘못을 범하는 것을 삼가함
k
āmesu micchācārā paivirato

7) 거짓말 하는 것을 삼감
mus
āvādā paivirato

8) 곡주나 과일주 등의 취기가 있는 것을 마시는 것을 삼가함
sur
āmerayamajjapamādaṭṭhānā paivirato

3. 베푸는 삶(보시, )

9) 계행으로 착한 성품을 지님

S
īlavā hoti, kalyāadhammo

10) 마음속에 인색의 때를 제거함
Vigatamalamaccherena cetas
ā agāra


11) 기부를 즐김
vossaggarato

12) 구걸에 응함

y
ācayogo

13) 베풀고 나누는 것을 좋아함
d
ānasavibhāgarato


이와 같이 열세 가지 덕목을 실천하는 사람은 향내 나는 사람이다. 계의 향기이다. 계향은 바람을 거슬러 가기 때문에 천리, 만리로 퍼진다. 궁극적으로 하늘나라에 이른다

삼보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 오계준수, 그리고 베푸는 삶을 살면 천상에 태어난다. 이것이 재가불자의 삶의 결실이다.

어제 군포 철쭉동산에 갔었다. 17천평 드넓은 야산이 온통 철쭉천지였다. 철쭉은 축제가 시작되기도 전에 만발했다. 평일임에도 사람들은 기쁨과 환희로 가득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향기가 없었다.

 


꽃에 향기가 없으면 벌과 나비가 찾지 않는다. 따라서 결실도 없다. 마찬가지로 향기 없는 사람이 있다. 말만 번지르할 뿐 실천이 없는 사람이다. 당연히 삶의 결실도 없을 것이다.

나는 향기로운 사람일까? 삼보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 오계준수, 그리고 베푸는 삶을 산다면 향내 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만의 비린내가 있다. 그것을 나만의 개성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나는 언제나 향내 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꽃향기도 바람을 거스르지 못하고
전단향이나 다라수향이나 말리까향도 못하지만
참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니
참사람은 모든 방향으로 향기를 품네.”(A3.79)


2023-04-1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