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디지털 유목민?
일은 사무실에서만 하는 것일까? 이런 상식이 깼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휴양림에 가서 일 했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이 근무중에 돌아 다녀도 되는 것일까? 자영업하는 사람이라면 가능하다.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근무개념이 없다. 월화수목금금금이 일하는 시간이다. 하물며 평일에 근무지 이탈하는 것쯤이야 용서될 수 있을 것이다.
연두빛 세상이다. 아침햇살은 신록은 눈부시다. 연두빛 신록이다. 산에는 생명으로 가득하다. 여기는 검봉산 자연휴양림이다.
검봉산 자연휴양림은 산림청 소속이다. 안내문을 보니 전국에 42개소가 있다. 강원도가 13곳으로 가장 많다. 검봉산 자연휴양림은 강원도 삼척에 있다.
검봉산 자연휴양림에서 하루밤 보냈다. 오늘 이른 아침에 작업을 했다. 어제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확인한 결과 주문이 한건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먹여 살리는 주고객사이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히 처리하고자 했다.
내가 하는 일은 대면 없이도 가능하다. 직접 만나는 일없이 이메일 송수신과 전화통화만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메일을 확인했으니 파일을 다운 받아야 한다. 데이터를 어디서 다운 받아야 할까? 고속도로 휴게소가 생각났다. 인포메이션 코너에 가면 PC가 있다. 미리 준비해 놓은 유에스비를 이용해서 다운 받았다. 디지털유목민으로서 첫출발이다.
메일은 메일나라 것을 사용한다. 주소창에 mail.xxxxxx.co.kr을 치면 메일이 뜬다. 인터넷이 연결 되는 어느 곳에나 가능하다.
메일나라는 누구나 쓰는 네이버나 지메일이 아니다. 사업자 전용메일이다. 도메인이 있어서 'mail.'뒤에 도메인 주소를 쳐 넣으면 된다. 이렇게 해서 2단계가 실현되었다.
1단계는 스마트폰으로 메일확인하기이다. 2단계는 휴게소 PC에서 데이터를 다운 받은 것이다. 3단계는 휴양림에서 작업하기이다.
오늘 아침 휴양림에서 설계작업했다. 내가 벌어 먹고 사는 인쇄회로기판(PCB) 설계업을 말한다. 고객사가 주문을 주었을 때 도면이 첨부 되는데 도면대로 그려주면 되는 것이다. PCB전용 설계 툴을 이용해서 디자인한다.
일 할 때 속도전했다. 일하는 도중에 노트북 밧데리가 방전되는 것을 염려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 마침내 한시간 반만에 설계를 끝낼 수 있었다.
휴양림으로 떠날 때 노트북을 준비했다. 일터에 있는 것을 떼어 온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전에는 이렇게 하지 않았다.
노트북을 구입한 것은 해외여행 때문이었다. 여차하면 현지에서 작업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여의치 않았다. 여러모로 우리와 환경이 맞지 않았다.
일터에는 컴퓨터가 두 대 있다. 하나는 데스크탑이고 또 하나는 노트북이다. 작업할 때는 노트북으로 한다. 노트북에 대형모니터를 연결하고 데스크탑용 자판을 연결한다. 이때 노트북은 마치 데스크탑처럼 사용된다.
컴퓨터를 두 개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한 이유가 크다. 영세사업자이다 보니 크랙버전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인터넷이 연결되면 추적된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만불에 달하는 라이센스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트북을 휴대하면 언제 어느 곳에서나 작업할 수 있다. 노트북은 잘 활용하면 움직이는 사무실이 될 수 있다. 대면하는 것 없이 이메일과 전화통화로만 작업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해외는 인터넷 환경이 열악해서 어려움이 있지만 인터넷 선진국인 한국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속도전을 해서 작업을 완료 했다. 이제 고객사 담당에게 파일을 보내야 한다. 검도파일을 말한다. 그런데 이곳 검봉산 자연휴양림에서는 와이파이가 안된다. 아마도 싶은 산속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파일을 발송하는데 여러 가능성이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가능하다. 주민센터나 시청에 가도 가능하다. 휴양림 관리사무소에 부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카페만한 곳이 없다고 본다.
나는 옛날 사람인 것 같다. 인터넷 할 수 있는 곳은 피시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5G시대이다. 카페에 가면 5G를 접할 수 있다. 커피 하나 시켜 놓고 노트북을 펼 수 있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았다. 나도 그렇게 해 보기로 했다.
휴양림에서 임원항으로 차를 몰았다. 휴양림과 가장 가까이 있는 곳이다. 10여키로 10여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곳에 무인운영 카페가 있다.
카페에 도착했다. 아메리카노 하나를 뽑았다. 1500원으로 가장 저렴한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노트북을 펼쳤다. 와이파이를 연결 시켰다. 그리고 고객사 담당에게 파일과 함께 메일을 보냈다.
메일을 보내고 나면 문자를 보낸다. 이런 일로 전화를 걸면 불편해할 것이다. 꼰대 소리 들을지 모른다. 아들이나 딸 뻘 되는 담당들이다. 이것으로 디지털유목민 4단계 작업이 끝났다.
담당에게 검도파일을 보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담당이 검도해서 오류가 발견되면 수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일이 복잡해진다. 작업할 때 꼼꼼히 챙겨 실수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담당으로부터 오케이(OK)문자를 받으면 설계가 완료 된다. 이제 한단계가 더 남았다. PCB제조업체에 파일을 발송해서 제작을 하게 해야 한다. 한번 더 카페에 가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디지털유목민 5단계에 해당된다.
오늘 휴양림에서 성공적으로 작업을 마쳤다. 처음으로 사무실을 벗어나서 외부에서 작업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무실에서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곳에서나 작업이 가능하다. 마치 유목민 같다. 나도 디지털 유목민이라 할 수 있을까?
2023-04-2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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