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새이파리를 고대하며
여기저기 반려견을 볼 수 있다. 명학공원에 가면 꼭 만난다. 아파트에서도 거리에서도 본다. 대개 비슷비슷한 종이다. 털이 곱슬하고 머리가 둥근 모습이다. 아기를 안고 가는 것 같다.
애완견은 종종 오줌을 싼다. 특정한 지역에서 싸는 것 같다. 아마 영역 표시하는 것인지 모른다. 똥을 싸면 어떻게 될까? 주인은 비닐봉지를 가지고 다닌다. 아기 똥 치우듯 애완견 변을 치우는 것이다.
홀로 사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 나고 있다. 그에 따라 애완견도 늘어 나는 것 같다. 말 잘 듯는 애완견이 사람보다 더 좋은 것 같다.
반려견은 키우지 않는다. 축생에 정붙이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개의 인상 때문이다.
개와 가까이 하다 보면 개의 인상이 무의식에 남아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임종의 순간에 개의 니밋따(표상)가 떠 오르면 어떻게 될까? 그 니밋따를 대상으로 결생식이 생겨날지 모른다.
개나 고양이를 좋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식물을 좋아 한다. 나에게는 반려식물이 있다. 일터에는 20종 가까운 식물이 있다. 마치 반려견 돌보듯이 식물을 돌본다.
최근 보리수를 가져 왔다. 페이스북친구 박영빈 선생이 준 것이다. 반려식물 중에서 최고의 반려식물이다. 요즘 문만 열고 들어 가면 먼저 보리수 상태부터 살핀다.
보리수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파리 두 개에서 얼룩이 생겨났다. 시들 조짐이다. 이미 두 이파리는 시들어 떨어 졌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보리수가 잘 적응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다른 식물들과 거리를 띄어 놓았다. 다른 식물들의 영향을 받을까 염려 되었기 때문이다. 물은 9일 전에 주었다. 물을 자주 주면 뿌리가 썩을 수 있다. 물 주는 타이밍을 보고 있다.
보리수 새이파리가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새이파리가 나오면 안심 될 것 같다. 아직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언제나 새이파리를 볼 수 있을까?
보리수를 한번 실패한 바 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보시한 사람에게 대단히 미안할 것 같다. 하루 빨리 새이파리가 나오길 고대한다. 과연 바람대로 될까?
식물을 잘 키운 것은 아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수많은 식물이 죽었다. 살아 남은 것을 보면 이파리가 크고 두꺼운 것들이다. 행운목이나 인도고무나무 같은 열대식물이다. 상대적으로 이파리가 작고 얇은 것은 생존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면으로 봤을 때 보리수는 불안하다.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집착이 된다. 난 키우기도 쉽지 않다. 늘 상태를 살피고 노심초사한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나오는 난 이야기가 이를 잘 말해 준다. 보리수도 키우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보리수를 가진 것에 충만하다. 반려견 못지 않다.
보리수는 깨달음의 나무이다. 이 세상에 수많은 이파리가 있지만 보리수만한 것이 없다. 하트 모양에 긴 꼬리를 특징으로 하는 보리수를 보면 가슴이 뛴다. 보리수 새이파리를 고대한다.
2023-06-2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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