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내가 16,000원짜리 식사를 하다니! 차제매식 49, 참광양불고기-왕갈비탕

담마다사 이병욱 2023. 8. 11. 13:21

내가 16,000원짜리 식사를 하다니! 차제매식 49, 참광양불고기-왕갈비탕

 

 

내가 16,000원짜리 식사를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은 벌어졌다. 뒤로 물릴 수 없다. 주문 들어 간지 오래 되었다.

 

오늘 점심을 밖에서 하고자 했다. 이왕이면 가보지 않은 식당에 가고자 했다. 차제매식, 즉 지역식당순례를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업소에 가 보아야 한다.

 

명학역 상권에서 아직 가보지 않은 식당이 많다. 코로나가 발생 했을 때부터 차제매식했는데 48곳 다녔다. 명학역 중심상권 어지간한 곳은 다 가 보았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은 ‘2인 이상딱지가 붙어 있는 식당이다.

 

중심상권은 임대료가 비쌀 것이다. 점심대목을 맞이하여 일인손님은 반갑지 않을 것임에 틀림 없다. 그래서일까 식당 문 앞에 ‘2인 이상이라고 붙여 놓은 곳이 종종 있다.

 

점심 때 나홀로 밥먹는 사람이 있다. 이를 혼밥이라고 말한다. 중심상권이지만 일인용 식탁을 마련해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혼자 일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일인식탁 식당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자형으로 하여 혼자 들어가도 먹을 수 있도록 해 놓은 집도 많다. 시대를 읽는 안목이 있는 식당이라 아니할 수 없다.

 

차제매식을 어디서 해야 할까? 며칠전에 눈 찍어 두었던 곳이 생각났다. 왕갈비탕이 있는 참광양불고기식당이다. 중심상권에서 약간 비켜 나긴 했지만 저녁장사 위주인 것 같다.

 

 

중심상권에는 점심 때가 되어도 문을 닫는 업소가 많다. 저녁장사하기 위한 것이다. 늦게 열어서 늦게까지 장사할 것이다. 그럼에도 낮부터 여는 식당도 있다. 왕갈비탕도 그런 집이다.

 

 

왕갈비탕을 주문했다. 메뉴를 보지 않고 주문했다. 만원정도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무려 16,000원이었던 것이다!

 

고가의 식사를 해 본적이 없다. 오피스텔 지하구내 식당에서는 한식부페가 6,400원이다. 8천원이상 식사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점심 한끼에 16,000원이라니!

 

지독히 아끼고 절약하는 삶을 살아간다. 요즘처럼 벌이가 시원찮을 때는 고가의 식사를 할 수 없다. 점심특가 4,500원짜리 햄버거로 때우거나 도시락을 싸온다. 그럼에도 밖에서 먹는 것은 차제매식하기 때문이다.

 

차제매식하면 반드시 기록을 남긴다. 왕갈비탕집에 간 것도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갔다. 그런데 차제매식하면 가격불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메뉴불문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한끼 먹어 주는 것이다.

 

왕갈비탕이 나왔다. 갈비가 두 대 있다. 그릇은 큰 편이다. 진국이다. 오랫동안 우려 낸 것 같다. 값어치가 있을 것 같았다.

 

 

갈비탕은 깊은 맛이 났다. 이제까지 먹어 본 것과는 질을 달리한다. 가격에 맞는 품질이다. 이것 하나 먹고 나면 기운이 날 것 같다.

 

 

갈비탕을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이 비웠다. 국물도 남기지 않았다. 반찬도 모두 비웠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 정도로 맛있었음을 말한다. 이렇게 잘 먹고 나니 16,000원이 아깝지 않다. 앞으로 손님 접대할 일이 있으면 이곳으로 데려 올까 한다.

 

 

식당에서 주문할 때 망설인다. 사무실 근처 한촌설령탕이 있는데 이 집에서는 늘 기본만 시킨다. 8천원짜리 설렁탕을 말한다. 그러나 진짜 메뉴는 11,000원하는 한촌설렁탕이다.

 

한촌설렁탕 다닌지 6-7년 되었다. 아직까지 한번도 11,000원짜리를 주문하지 못했다. 3천원 더 비싸서 그런 것이다. 그 결과 항상 8천원짜리를 먹었다. 그런데 오늘 16,000원짜리를 먹다니!

 

오늘 차제매식했다. 가보지 않은 식당에서 먹어 주는 것이다. 차제매식 원칙은 가격불문, 메뉴불문, 청결불문이다. 오늘 16000원짜리는 비싸긴 하지만 가격불문에 해당된다.

 

오늘 먹은 음식으로 몸에 기운이 솟는 것 같다. 잘 먹은 한끼는 삶의 활력을 주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가보지 않은 식당에서 한끼 먹었다는 것이다. 이런 것도 공덕 짓는 행위 아닐까?

 

 

2023-08-1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