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 2세가 대를 이어, 지역식당차제매식 48, 소선(燒仙)에서 먹은 새우볶음밥
잘 먹은 점심 한끼는 삶의 활력을 주기에 충분하다. 오늘 점심이 그랬다. 생각지도 않게 횡재한 느낌이다. 점심값 8천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점심을 밖에서 먹는 일이 많아 졌다. 가장 무난한 것은 구내지하식당을 활용하는 것이다. 한끼에 7천원하는 한식부페이다. 10장을 현금주고 사면 11장 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6,400원대에 먹는다. 요즘 이런 식대는 보기 힘들다.
밥을 먹을 때 늘 생각하는 것이 있다. 지역에 있는 식당을 한번 다 가보자는 것이다. 이런 원력을 세운 것은 코로나 때이다. 식당업을 하는 자영업자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었다.
오늘은 나가서 먹기로 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 대상이다. 식당 차제매식(次第買食)을 40군데 했으므로 어지간한 곳은 다 가보았다. 그래도 가보지 않은 곳이 훨씬 많다.
식당을 차제걸이(次第乞已)식으로 하고자 한다. 그러나 무리가 있다. 순서대로 들어 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오늘 어떤 것이 몸에 맞는 것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국물 있는 것이 좋은지, 국물 없는 것이 좋은지가 기준이 된다.
오늘은 국물 없는 것을 먹기로 했다. 어느 것이 좋을까? 볶음밥이 좋을 것 같았다. 이번에 새로 생긴 88반점에서 먹은 볶은밥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시 찾아서는 안된다. 차제매식하는 것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오전에 일을 마치고 명학공원을 산책했다. 세 바퀴 돌았다. 햇볕이 있는 곳은 뜨겁고 나무 그늘이 있는 곳은 시원하다. 이렇게 돌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무엇을 먹어야 할까? 볶음밥이 좋을 것 같았다. 이왕이면 한번도 가보지 않은 중국집에서 먹고 싶었다. 명학역 중앙상권에 있는 중국집이 떠 올랐다.
중국집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서민형과 비서민형이다. 이는 짜장면 가격으로 판단된다. 짜장면이 7천원이면 비서민형이고, 7천원 이하이면 서민형이라고 나름대로 판단하는 것이다.
명학역 핵심 상권에 있는 중국집은 서민형으로 생각 되었다. 2층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건물이 허름하다. 이곳을 수없이 지나쳐 왔지만 서민형 이미지이어서 들어가지 않았다. 배달이 주업이 되는 중국집을 말한다. 배달전문점은 일반적으로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제매식하기로 했다. 명학역 상권에서 내가 파악하고 있는 중국집은 네 곳이다. 이 집만 먹어 보지 않았다. 차제매식 정신을 살린다면 당연히 가 보아야 하는 것이다.
중국집 이름은 소선(燒仙)이다.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보통 ‘반점’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마치 사람 이름인 듯한 이름을 가진 중국집이다.
소선에 대해서 검색해 보았다. 인터넷에 소선에 대한 것이 있다. 놀랍게도 ‘화교 2세가 대를 잇는 안양 중화요리 전문점 소선’이라고 소개 되어 있다. 화교라는 말에 신뢰가 같다. 쌀국수집을 베트남 사람이 하는 것처럼 신뢰가 가는 것이다.
글은 안양지역도시기록연구소에서 올린 것이다. 소선에 대해서 역사 등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 중에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주방은 남편이, 홀과 카운터는 부인이 맡아 운영하는 듯 보인다, 주인장인자 주방장인 양윤의 쉐프는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과 제주 롯데호텔 리조트 그리고 롯데 시그네엘호텔에서 30년간 조리장으로 연회 조리를 담당했었고 청와대 만찬까지 담당했던 이로 다양한 요리경연대회에서 수상을 했을 뿐 아니라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심사위원도 하고있는 중화요리계의 장인으로 알려져있다.”
(안양지역명소/동네맛집, [안양]화교 2세가 대를 잇는 안양 중화요리 전문점 소선, 2020.04.04)
2020년에 ‘안양똑딱이’라는 필명을 가진 이가 올려 놓은 글이다. 소선 주방장은 화교 2세로 큰호텔에서 조리장으로 일했고 더구나 청와대 만찬까지 담당했다고 한다.
이 글은 음식을 먹고 난 후에 후기를 쓰면서 발견한 것이다. 처음에는 허름한 건물 2층에 있어서 서민형 중국집으로 알고 있었으나 올라가 보니 전혀 달랐다. 짜장면 7천원이기 때문에 서민형은 아닌 것이다.
식당이름 소선(燒仙)은 무슨 뜻일까? 중국어로 샤유센(SHAO XIAN)이라 하는데 ‘불의 신선’이라는 뜻이다. 상호에서 품격이 느껴진다.
2층으로 들어가니 생각했던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 한마디로 깔끔하고 청결하고 품격 있어 보였다.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집을 예상 했으나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오늘은 볶음밥을 먹기로 했다. 메뉴를 보니 새우볶음밥이 눈에 띄었다. 오늘 구미에 딱 맞을 것 같았다. 8천원이다.
식당을 한번 둘러 보았다. 식당은 매우 전략적이다. 벽에 메뉴가 붙어 있지 않다. 대부분 중국집은 이벽저벽에 메뉴판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그 대신 이곳에서는 메뉴북에서만 볼 수 있다. 고급식당 분위기가 물씬 하다.
천정은 검정 칠로 되어 있다. 조명도 형광등이 아닌 둥근 등으로 되어 있다. 바닥은 목질이 단단한 목재로 되어 있다. 식탁도 목재인데 고급목재로 된 것이다. 무엇보다 시원하다. 넓고 쾌적한 분위기이다.
식당에는 두 명이 있다. 중년의 남자는 주방에 있고 중년의 여자는 서빙을 한다. 부부처럼 보인다. 다른 중국집에서는 종업원이 서빙을 하고 젊은 사람이 주방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소선에서는 배달은 없는 것 같다. 입구에 배달이라는 말은 보이지 않는다. 그대신 ‘포장’이라는 말은 보인다. 사람들이 찾아 와서 먹는 것 위주로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으로 보았을 때도 다른 중국집과 격을 달리한다.
주문한 새우볶음밥이 나왔다. 붉은 새우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마치 예술작품을 대하는 것 같다. 짜장면 소스도 있다. 짬뽕국물도 제공되었다. 단무지도 나왔다.
식당 분위기가 좋다. 청결해서 좋다. 무엇보다 맛이 있어서 좋다. 새우를 입에 물자 부드러운 식감이 부드럽다. 한입한입 먹자 계속 당긴다. 짜장면소스와 짬뽕국물을 곁들이자 더욱더 맛이 났다.
새우볶음밥을 남김없이 깨끗이 다 비웠다. 모처럼 유쾌한 식사를 했다. 기대를 하지 않고 왔는데 숨은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다.
이곳 명학역 상권을 십년 이상 다녔는데 그 동안 가보지 않았던 것은 선입견 때문이었다. 허름한 건물 2층에 있어서 배달전문 중국집으로 오해한 것이다.
이제 진면목을 발견했다. 그렇다고 하여 단골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아직도 가보지 않은 식당이 많다. 차제매식해야 할 식당을 다 가보고 난 다음 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2023-07-2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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