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식당에서 인내심이 필요로 할 때, 차제매식 51 - 분식집 오징어덮밥

담마다사 이병욱 2023. 8. 14. 13:25

식당에서 인내심이 필요로 할 때, 차제매식 51 - 분식집 오징어덮밥

 

 

식당순례를 하고 있다. 이런 행위에 대하여 어떤 이는 식도락가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식당순례는 차제매식 개념이다. 그렇다고 엄격하게 차례로 가는 것은 아니다. 안가 본 데를 가는 것이다.

 

오늘 점심은 밖에서 먹기로 했다. 더위가 좀 누그러지면 집에 가서 먹거나 도시락을 싸 오고자 한다. 이왕이면 안가 본 식당에 가기로 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먹는 데서만 먹는다. 단골이 있어서 단골집만 가는 것이다. 차제매식은 이런 행위를 배격한다. 단골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명학역 상권에 있는 식당에 모두 가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고자 한다면 간 데 또 가서는 안된다.

 

차제매식은 어떤 식당이든지 대상이 된다. 고급식당도 대상이고 중급식당도 대상이고 분식집도 대상이다. 그 동안 분식집을 가 보지 못했다. 이번에는 분식집에서 먹고자 했다. 마침 안양로를 걷다가 오징어덮밥이라는 메뉴가 보여서 들어갔다.

 

 

 

분식집은 점심시간이 대목인 것 같다. 크기가 5평도 안되는 작은 공간에서 젊은 남자는 열심히 김밥을 말고 있다.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 여인은 서빙을 한다. 식당에는 다행히도 혼밥용 테이블이 있다. 네 명이 일자로 앉을 수 있다.

 

 

일자형 테이블에 자리잡았다. 오징어볶음밥을 주문했다. 7,500원이다. 적당한 가격이다. 그런데 주문한지 시간이 꽤 되었는데 나오지 않는다. 김밥 마는데 전력을 쏟는 것 같다.

 

식당에서 인내심이 필요로 할 때가 있다. 주문 했는데 10분 이상 걸리면 슬슬 짜증이 난다. 20분이 넘어서면 일어나고자 한다. 20분이 넘었는데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 수행의 힘이 필요하다. 참고 인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예전에는 참지 못했다. 식당에서 늦게 나오면 일어서는 일도 있었다. 자꾸 재촉하면 분위기도 나빠진다. 20분이 지났는데 나오지 않자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 보았다. 곧 나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때부터 작업에 들어간 것 같다.

 

심리적으로 거의 30분이 되어서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한끼 먹는 것으로 만족한다. 차제매식이기 때문에 한번쯤 가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맛있게 남김없이 먹어야 한다. 그리고 나갈 때는 잘 먹었습니다.”라고 크게 말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도와 주는 것이다.

 

 

주문한 것은 양이 많아 보인다. 어떻게 다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남기면 안될 것 같았다.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조금 남기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 계산 할 때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저의 위가 작아서 다 못 먹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말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잘 먹은 점심 한끼는 힘을 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단골을 찾고 맛집을 찾는다. 그러나 매식하는데 있어서 의미를 부여하는 블로거는 도와 주는 것이다. 한끼 맛있게 먹어 주는 것이 도와 주는 것이다. 서민들이 분식집을 찾아 주지 않으면 누가 찾아 줄까?

 

 

2023-08-1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