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식사독립을 하고자

담마다사 이병욱 2023. 9. 11. 13:20

식사독립을 하고자
 
 
오늘 도시락을 싸왔다. 봄에 시행했으나 여름에 그만 두었다. 날씨 탓도 있다. 이제 선선해졌으니 다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닐까 한다. 이를 하심(下心)의 청정도시락이라 해야 할 것이다.
 
왜 청정도시락인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도시락을 싸는 첫째 이유는 점심값을 절약하는 것이다. 요즘 밖에 나가서 사먹으면 8,000원에서 9,000원 든다. 이 보다 적게 들기도 하고 더 많이 들기도 하다. 평균 8,000원 잡으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요즘 일감이 많이 줄었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다. 나이 탓도 있을 것이다. 나이가 먹음에 따라 일감도 줄어드는 것 같다. 키워드광고를 해도 효과가 없다. 전화 한통 걸려 오지 않는다.
 
오로지 기존 업체 한 곳이 먹여 살리고 있다. 그러나 사정이 어려운 것 같다. 결재가 두 달 밀리는 것으로 보아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 이 업체가 어려워지면 사무실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다.
 
도시락을 싸는 둘째 이유는 하심 하는 것이다. 왜 하심인가? 이는 남에게 시켜 먹지 않기 때문이다. 내 돈 내고 먹는다고 하지만 시켜 먹는 것은 역시 시켜 먹는 것이다. 밥상을 받는 것이다. 과연 나는 밥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 시켜 먹을 일이 없다. 내가 차려 먹는 것이다. 차려 먹는 것 자체가 하심하는 것이다. 도시락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하심이다. 모든 것을 혼자서 준비한다. 하심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도시락을 싸는 셋째 이유는 청정이다. 왜 청정인가? 이는 청정한 먹거리를 먹기 때문이다. 집에서 가져 온 것은 모두 청정한 것이다. 반찬이 그렇다. 김치에서부터 나물, 장아찌, 밑반찬 등 모든 것은 청정하다.
 
반찬은 집에서 만든 것은 하나도 없다. 집에서는 밥만 한다. 반찬은 장모가 해 준다. 김치를 비롯해서 장아찌, 밑반찬 등 100% 장모표 반찬이다. 그런데 갖은 정성을 다해서 반찬을 만든다는 것이다. 때 되면 김치 가지러 오라고 한다. 팔팔년 이후 변함 없다.
 
오늘 반찬은 9가지가 되었다. 김치, 된장, 고추장, 버터, 미역무침, 멸치고추볶음, 오징어무침, 오이무침이다. 밥까지 합하면 10가지 음식이 된다.
 

 
9가지 반찬에 대하여 어떤 이는 많다고 한다. 그러나 매일 가지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사무실 냉장고에 넣어 두고 먹을 것이다. 밥은 집에서 가져 온다. 사무실에 전자레인지가 있어서 데워 먹는다.
 
식사독립을 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사먹을 수 없다.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가능하다. 더구나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있어서 보관이 가능하고 데워 먹을 수 있다.
 
식사독립을 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올 봄에 처음 시도해 보았다. 이전까지는 사먹었다. 당근마켓에서 냉장고를 5만원에, 전자레인지를 1만원에 구입했다. 아나바다한 것이다. 아껴 쓰고, 나누어 쓰고, 바꾸어 쓰고, 다시 쓰는 것이다.
 

 
국이 없어서 맨밥을 먹었다. 버터와 고추장을 넣고 버무렸다. 된장을 곁들여 먹었다. 된장을 먹으면 몸이 청정해지는 것 같다.
 
지난 17년동안 건강검진 한번 받지 않았다. 이런 것은 자랑이 아니라 비난 받을 일이다. 이가 아파서 치과에 가는 것과 감기에 걸려서 내과에 가는 것 빼놓고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병원과 친하지 않은 것이다. 아마도 된장을 잘 먹어서 그런 것 같다.
 
국이 없는 식사를 했다. 그러다 보니 입이 텁텁했다. 무언가 마셔야 한다. 오전에 커피를 연달아 마셨다. 오후에는 차가 좋다. 여러 가지 종류의 차가 있지만 식사가 끝난 후에 끌리는 것은 실론티이다.
 

 
실론티에 반했다. 작년 12월 스리랑카에 갔었을 때 실론티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식사를 하고 난 다음 마시면 소화가 잘 되는 것 같다. 특유의 텁텁하고 쌉싸름한 맛에 끌린다. 불교박람회 때 구매한 루후나 차를 마셨다.
 
오늘 하심의 식사를 했다. 남에게 대접 받지 않는 식사이다. 또한 청정한 식사를 했다. 오염되지 않은 식재료를 먹은 것이다. 무엇보다 친환경 식사이다. 사먹지 않아서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이렇게 식사하면 점심비용이 절감된다. 일석사조의 식사를 하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내핍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식사해야겠다. 식사독립을 하는 것이다.
 
 
2023-09-1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