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의 밥상
“아직 그 업보에 맞닥뜨리지만 부채 없이 음식을 즐기네.” (M86) 이 말은 앙굴리말라 장로가 게송으로 읊은 것이다. 연쇄살인자로 잘 알려져 있는 앙굴리말라가 부처님에게 귀의 하여 부채 없이 음식을 수용하는 것에 대하여 노래한 것이다.
오늘도 도시락을 싸왔다. 아침과 점심을 일터에서 먹었다. 아침은 감자와 고구마와 식빵으로 먹었다. 점심은 밥을 싸왔다. 국도 가져 왔다. 미역국을 가져 왔다.
재가수행자의 점심은 진화하고 있다. 이제 국이 등장했다. 이전에는 분말용 스프 같은 것이었다. 된장과 양념을 작은 비닐 쌀 것에 담은 것이다. 이번에는 집에서 먹던 미역국을 가져 왔다.
오늘 아침 식사는 만족했다. 고구마 반쪽과 감자 반쪽과 계란 하나, 그리고 샌드위치 한쪽에 치즈를 첨가했다. 마실 것은 인삼 갈은 물로 준비 했다.
인삼 갈은 것은 아내가 준비해 주었다. 냉장고에 보관 했다가 먹을 것이다. 아침에 뜨거운 물에 일부를 타 마셨다. 잘 녹지는 않았다. 맛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인삼 특유의 맛과 향이 났다. 나중에 남은 분말을 씹어 먹으니 몸이 청정해지는 것 같았다.
제철음식이 보약이라 한다. 첨가제가 없는 것도 보약과 같다. 감자와 고구마도 제철음식과 같다. 그리고 천연 식재료이다. 그런데 감자와 고구마는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난다는 것이다. 라면과 같은 인스턴트 식품과 비할 바가 아니다.
점심 때는 냉장고 있는 것을 다 꺼내 놓는다. 된장과 고추장도 꺼내 놓는다. 이렇게 펼쳐 놓으면 반찬이 거의 10가지가 된다. 그런데 가장 맛있게 먹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밥에 된장을 비벼 먹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는다. 그러나 된장에 밥을 비벼 먹으면 어쩐지 속이 깨끗해지는 것 같다. 어떤 경우에서든지 된장국을 먹으면 속이 편한다. 마찬가지로 된장에 밥을 비벼 먹으면 힘이 솟는 것 같다.
오늘 아침과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돈 주고 사먹을 수도 있으나 굳이 도시락을 싸가지고 오는 것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비용절감이다. 특히 점심값을 아끼는 것이다. 둘째는 청정한 먹거리이다. 사먹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맵고 짜고 자극이 심한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다. 셋째는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만들어 먹기 때문에 밥상을 받지 않는 것이다.
밥상을 받지 않고자 한다. 밥상을 차려 주고자 한다. 내것은 내가 챙겨 먹는다. 밥 챙겨 먹는 것도 수행이다. 부채없이 밥 먹는 것이다.
아직 공양 받을 때가 아니다. 도둑으로 먹지 않고, 유산으로 먹지 않아야 한다. 밥은 빚 진 것 없이 먹어야 한다. 밥은 내가 해 먹어야 한다. 마치 탁발하여 밥 먹듯이, 밥은 내가 지어 먹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수행자의 밥상일 것이다.
2023-09-1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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