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도시락의 진화

담마다사 이병욱 2023. 9. 14. 13:39

도시락의 진화

 

 

오늘 점심은 푸짐하다. 탁자에 깔아 놓으니 반찬이 10개가 된다. 김과 국이 추가 되었다. 갈수록 밥상이 진화하는 것 같다.

 

 

점심 때 일터에서 밥을 먹는다. 밥은 싸 온다. 도시락을 가져 오는 것이다. 반찬은 미리 냉장고에 넣어 놓았다. 매일 밥만 가져 오면 된다.

 

오늘 아침 밥을 쌀 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된장국이다. 그렇다고 사무실에서 된장국을 끓여 먹을 수 없다. 그때 이전에 먹던 된장국이 생각났다. 간이된장국을 말한다.

 

일본은 자판기 천국이다. 된장도 자판기에서 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몇 달 전 된장국용 포장을 선물 받았다. 누군가 준 것이다. 마치 라면 스프봉지에 든 것처럼 된장과 양념재료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간이된장국 만들기는 간단하다. 뜨거운 물에 붓기만 하면 된다. 된장과 분말로 되어 있는 양념재료를 넣고 젖기만 하면 된다.

 

 

오늘 점심 때 된장국을 만들어 먹었다. 집에 있는 간이된장국 재료를 가져 온 것이다. 이제까지 국 없이 밥을 먹었으나 된장을 곁들이니 밥이 잘 넘어갔다. 여기에 김까지 곁들이니 더할 나위 없다.

 

내핍생활을 하고 있다. 수입은 줄어드는데 지출은 많아 진다면 파산할 것이다. 고정비를 줄여야 한다. 아끼고 절약해야 한다. 그 중에서 식비를 줄여야 한다.

 

오늘 식사를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그에 따라 식비를 줄였다. 8천원 절감 효과를 보았다. 그런데 도시락을 싸오다 보니 자꾸 발전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도시락의 진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 된장국이 등장한 것이 좋은 예이다.

 

수행자는 즐기려고 먹어서는 안된다. 미용을 위해서 먹어서도 안된다. 수행자는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먹어야 한다. 몸에 기름칠하는 정도로 먹어야 한다.

 

음식을 약으로 먹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이는 아픈 사람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 약으로 먹어야 한다면 잘 먹게 되는 것이다. 탐욕으로 먹을 수 있다. 해탈과 열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은 음식절제를 강조했다.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조건으로서 세 가지가 있다. 그것은 감각의 문을 단속하는 것, 음식절제, 늘 깨어 있는 것을 말한다. 이 세 가지 중에 음식절제가 들어가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음식절제가 왜 중요한가? 음식은 욕망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리뿟따 존자가 고귀한 제자가 자양분을 알고 자양분의 발생을 알고 자양분의 소멸을 알고 자양분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잘 알면, 그 만큼 올바른 견해를 지니고, 견해가 바르게 되어, 가르침에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갖고, 올바른 가르침을 성취합니다.”(M9)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여기서 자양분은 음식을 말한다.

 

어떤 수행승이 사리뿟따 존자에게 어떻게 하면 올바른 견해(정견)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하여 물었다. 이에 사리뿟따 존자는 뜬금없이 음식절제 이야기를 했다. 이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음식은 단지 먹는 음식으로 그치지 않는다. 음식은 먹는 음식을 포함하여, 접촉의 음식, 의도의 음식, 의식의 음식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히 먹는 음식은 오욕락과 관계 있다는 것이다.

 

요즘 먹방이 대유행이다. TV 어디를 돌려 보아도 먹는 것이 나온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욕망이 극대화 된 것이다. 먹방은 맛을 보여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 동원 된다. 오감으로 먹는 것이다.

 

오욕락은 악하고 불건전한 것의 뿌리가 된다. 수행자가 음식에 탐착하게 되면 오욕락에 탐착하게 되는 것과 같다. 당연히 정견이 성립되지 않는다. 깨달음도 이룰 수 없다.

 

부처님이 감각기관의 단속을 강조했다. 동시에 음식절제와 깨어있음에 철저하라고 했다. 이 세 가지는 깨달음의 기초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수행자의 밥상을 보면 음식절제가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올 가을 들어 도시락을 싸 온지 사흘 째가 되었다. 처음에는 국물 없이 밥을 먹었다. 지금은 국이 등장했다. 된장국이다. 그것도 인스턴트 된장국이다. 컵에 넣고 훌훌 마셔도 될 것 같다. 재가수행자의 점심도 갈수록 진화한다.

 

2023-09-1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