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밥상에 초대받고
“밥을 함께 먹으면 식구이지요.”신대승네트워크 박재현 선생이 한 말이다. 오늘 점심 때 말한 것이다 .
수요밥상이 있다. 재가불교단체 사람들이 매주 수요일 점심 때 모여서 식사하는 모임을 말한다. 박재현 선생의 초대를 받고 전철을 탔다.
명학역에서 종로3가역까지는 1시간가량 걸린다. 걷는 시간과 기다리는 시간을 합하면 최소한 1시간 반 잡아야 한다.
박재현 선생이 수요밥상에 대해서 글을 올렸다. 몇 달 되었다. 누구든지 와서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백프로 채식이다. 공양장소는 종로구 서울경운학교 부근에 있는 불교환경연대 사무실이다.
공양시간은 12시이다. 10분 늦게 도착했다. 구로역 부근에서 전철사고가 있어서 두 번 갈아 타느라 늦었다.
식사는 이미 진행 중에 있었다. 한사람을 위해 기다려 주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일인분 볶음밥이 남았다. 식판에 이것저것 담았다.
수요밥상은 채식 위주이다. 육류는 보이지 않는다. 불고기처럼 보이는 것은 콩으로 만든 것이다. 콩고기인 것이다. 깊은 맛이 나는 장아찌도 있고 깻잎도 있고 버섯도 있다. 된장국도 있다.
이번주 수요밥상 인원은 12명이다. 네 명을 빼고 모두 낯선 사람들이다. 신대승네트워크의 박재현 선생, 불교환경연대 한혜원 선생, 숲 해설가 김항일 선생, 그리고 일문스님은 아는 사람이다.
고귀한 공양이다. 한끼를 먹기 위해서 안양 명학역에서 달려 왔다. 생명의 밥상이다. 우정의 밥상이다. 어떤 마음으로 먹어야 할까?
이 세상에 수행 아닌 것이 없다. 밥 먹는 것도 수행이다. 식사하는 것이 어떻게 수행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계율로 먹고, 사마타로 먹고, 위빳사나로 먹기 때문이다.
수행자는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 먹어서는 안된다. 어떤 마음으로 먹어야 하는가? 몸에 기름칠하는 정도로 먹어야 한다. 아들고기를 대하는 심정으로 먹어야 한다. 음식을 혐오하며 먹어야 한다. 이것이 계율로 먹는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는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 한다. 이 음식이 입으로 들어오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해야 한다. 음식을 생산한 농부의 노고, 음식을 운송한 사람의 노고, 그리고 음식을 만든 봉사자의 노고를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자비의 마음으로 음식을 대하는 것이 사마타로 먹는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는 알아차림하며 먹어야 한다. 음식을 집는 것도 알아차려야 하고, 음식을 입에 넣는 것도 알아차려야 하고, 음식을 목구멍에 넘기는 것도 알아차려야 한다. 음식을 위빳사나로 먹는 것이다.
음식을 깨끗이 비웠다. 쌀 한톨 남기지 않고 반찬도 하나 남기지 않았다. 먹을 만큼만 퍼 온 것이다. 음식물 찌꺼기를 남기지 않았다. 이런 것도 환경에 도움을 줄 것이다.
커피 타임이 있었다. 원두커피가 제공되었다. 처음 본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도 있었다. 밥을 먹었으니 수요밥상에 대한 기사가 나올까?
빈손으로 갈 수 없었다. 밤호박을 준비했다. 마침 사무실에는 해남 황토농장에서 택배로 받은 밤호박이 있었다. 수요밥상에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다음주 수요밥상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늘 가방에 가지고 다니는 것이 있다. 이미우이 음악씨디를 말한다. 처음 본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일문스님에게도 주었다. 모두 7장 나갔다.
수요밥상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박재현 선생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그때는 화요밥상이었다고 한다. 수요밥상은 작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백번 문자로 소통하는 것보다 한번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만 못하다. 백번 커피 마시는 것보다 한번 식사하는 것만 못하다. 그렇다면 식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박재현 선생 말대로 식구가 되는 것이다.
밥을 함께 먹으면 식구가 된다. 오늘 함께 밥 먹은 사람들은 식구가 되었다. 박재현 선생은 이런 모임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각 단체마다 점심을 만들어 먹는 것을 말한다.
오늘 불교환경연대 사무실에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청정한 식사를 했다. 채식 위주의 청정한 식사를 하니 몸도 마음도 청정해진 것 같다. 이런 모임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2023-07-2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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