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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권 위빠사나수행기 V 2023, 막히면 언제든지 물어 볼 수 있는 나의 멘토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1. 18. 12:41

110권 위빠사나수행기 V 2023, 막히면 언제든지 물어 볼 수 있는 나의 멘토
 
 
사띠라고 하여 꼭 ‘마음챙김’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띠는 기억하는 역할이 주된 것이다. 예전에 오래 된 것을 기억하는 것도 사띠에 해당된다.
 
요즘 마음챙김이라는 말이 대세이다. 명상지도로 잘 알려져 있는 미산스님도 마음챙김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그렇다면 예전에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하여 기억하여 사유하고 새기는 것에 대하여 ‘마음챙김한다’라고 말하면 타당할까?
 
오늘도 한시간 좌선을 했다. 오늘 좌선에서는 기억하고 사유하는 것을 주된 것으로 했다. 이것도 사띠일 것이다.
 
사띠에 대하여 기억하고 사유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경전적 근거가 있다. 칠각지에서 염각지에 대한 것을 보면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수행승이 멀리 떠나 그 가르침을 기억하고 사유하면, 그 때 새김의 깨달음의 고리가 시작된다.”(S46.3)라는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다.
 
기억하고 사유하면 새김의 깨달음 고리가 시작된다고 했다. 이렇게 본다면 사띠는 기억하고 사유하는 것이 틀림없는 사실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명상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들은 사띠에 대하여 마음챙김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사띠는 명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술어이다. 사띠가 확립되어야만 집중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마음을 대상에 묶어 놓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청정도론에서는 “마음을 호흡이라는 기둥에 사띠의 밧줄로 묶어 놓는다.”라고 설명해 놓았다.
 
부처님 가르침을 기억하여 사유하는 역할로서 마음챙김이라는 용어는 타당하지 않다. 어떻게 담마를 기억하고 사유하는 것에 대하여 ‘마음챙김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럴 때는 ‘새김’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 가르침을 기억하고 사유하여 새기는 것이다.
 
사띠를 새김으로 본다. 이는 한국빠알리성전협회 번역을 따르는 것이다. 우리말 새김은 사띠를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김은 수행의 용어로서도 적합하고 또한 일상에서 기억하고 사유하는 의미에서의 용어로서도 적합하다.
 
오늘 한시간 좌선은 새김하는 것으로 보냈다. 배의 부품과 꺼짐을 새기면서 동시에 담마를 기억하고 사유했기 때문이다.
 
사띠가 확립된 상태에서 담마를 기억하고 사유하는 것은 지혜의 영역에 속한다. 일종의 삼빠자나라고 볼 수 있다.
 
한시간 동안 어제 있었던 일을 새겼다. 그것은 조계사에서 김진태 선생을 만난 것이다. 점심식사와 차를 마시면서 두 시간 동안 얘기 나누었던 것을 새겼다.
 
눈을 감고 가만 앉아 있으면 오래 전에 일어났던 일도 떠오른다. 어제 김진태 선생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 올리고자 했다.
 
사오일전 김진태 선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할 일이 있어서 보자고 했다. 약속장소는 조계사 마당으로 정했다.
 
오랜만에 조계사에 갔다. 조계사는 국화전시회 중이었다. 슬로건을 보니 “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라는 말이 보인다. 11월 날씨가 쌀쌀함에도 국화는 만개해 있다. 가을꽃의 진수를 보여 주는 것 같다.
 

 
조계사 앞마당에서 김진태 선생을 만났다. 오랜만의 만남이다. 그 동안 몇 차례 전화로 통화 했을 뿐이다. 먼저 식사를 해야 했다.
 
조계사 아래쪽에 나주곰탕이 있다. 조계사에 갈 일이 있으면 식사하는 곳이다. 먼저 김진태 선생이 나주곰탕 이야기를 꺼냈다.
 
특곰탕으로 식사를 했다. 식사하면서 한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소를 옮겨서 카페로 갔다. 북인사마당이 보이는 넓직한 카페이다. 카페에서 거의 한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진태 선생은 나의 멘토와 같은 사람이다. 지난 2018년에는 함께 미얀마에도 갔었다. 그 때 김진태 선생은 인솔자였다. 약 열 명 가량 되는 수행자와 함께 양곤 근교에 있는 담마마마까 국제선원에서 집중수행한 바 있다.
 
김진태 선생에게 수행과 관련하여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점검받고자 한 것은 아니다. 수행과 관련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김진태 선생은 지난 여름에 해인사 암자에서 살았다고 한다. 어느 암자인지 물어 보았다. 해인사 수월암이라고 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스님과의 인연으로 살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진태 선생은 암자에 살면서 니까야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 보았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새로운 눈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수행은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김진태 선생에 따르면 가장 먼저 사성제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부처님이 초전법륜경을 가장 먼저 설한 것으로 알 수 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부처님은 다섯 명의 수행자에게 가장 먼저 사성제를 설했다. 모두 다 수다원이 되었을 때 그 다음에 설한 것이 무아상경이다.
 
무아상경은 무상, 고, 무아에 대한 가르침이다. 그런데 무아상경은 아라한이 되는 가르침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무상, 고, 무아를 말하면 수행의 순서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김진태 선생을 알게 된 것은 2007년의 일이다. 그때 능인선원 금강회에서 김진태 선생을 초청하여 한달에 한번 반야심경 강의를 맡겼다. 그때 처음으로 보았다. 이후 수련회 때도 함께 했다.
 
김진태 선생과의 인연은 16년 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선생은 나의 멘토나 다름 없다. 수행에 대하여 전혀 몰랐을 때 미얀마에 간 이야기를 했었다. 그 때 위빠사나라는 수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위빠사나 수행을 했다. 마침내 책도 만들었다.
 
매일 좌선을 하고 있다. 배의 부품과 꺼짐을 새기는 위빠사나 수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좌선을 하고 나면 수행기를 작성한다. 오늘은 다섯 번째 책을 만들었다. 이를 ‘110 위빠사나수행기 V 2023’이라고 이름 붙였다. 110번째 책으로 2023년 1월부터 7월까지 44편의 글 모음에 대한 것이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서문
 
1. 새김이 왜 최상의 사띠 번역어인가?
2. 왜 수행하느냐고 묻거든
3. 스케이트 타는 기분으로 행선을
4. 찰나삼매에 대하여
5. 삶은 사건의 연속
6. 수행도반들과 담마토크 했는데
7. 음식에 적당량을 안다는 것은
8. 손가락 튕기는 순간만이라도 무상을 지각할 수 있다면
9. 적멸은 자각될 수 있을까?
10. 명칭붙여 12단계 행선을 했는데
11. 어금니 악물어야 할 때는
12. 사나운 꿈을 꾸었을 때
13. 나마루빠를 이름-형태가 아닌 정신-물질로 보아야 하는 이유는?
14. 욕망 하자는 대로 하다 보면
15. 어떻게 해야 사과 맛을 볼 수 있을까?
16. MBSR이 종교성을 배제한 이유는?
17. 사고는 순간에, 허리 아픈 환자처럼 천천히
18. 싫어하는 사람의 이름이나 사진을 접했을 때
19. 케세라세라,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
20. 존재지속심의 근거가 되는 경을 발견하고
21. 동사형 명칭붙이기를 생활화하면
22. 없었던 것이 생겨난 것에 대하여
23. 나는 존재에서 경외를 보노라
24. 수행자가 알아야 할 것과 몰라도 되는 것
25. 갈 때는 간다고 분명히 안다
26. 마음이 근심걱정으로 가득하다면
27. 남들 보기에 무의미해 보이는 수행
28. 수행주제를 놓쳤을 때
29. 자애의 마음을 한량 없이
30. 오늘도 허리 아픈 환자처럼

31.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것은
32.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지 말아야

33. 위빠사나 지혜에 이르는 자는 만 명 중에 하나
34. 수행은 좀 더 젊었을 때 좀 더 건강할 때
35. 팔이 서서히 저절로 위로, 기공춤을 추다
36. 자석과 쇳가루 관계처럼
37. 마음이 황무지가 되었을 때
38. 명상공간용 매트를 구입하고
39. 명상공간이 갖추어져 있어서
40. 사무실에 경행대를 만들고
41. 오후에 좌선하기
42. 재가수행자의 밥값
43. 하루일과를 명상으로 시작
44. 생활의 달인처럼
 

110 위빠사나 수행기 V 2023_231111.pdf
3.35MB

 
수행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은 명상공간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열 평 되는 사무실을 반으로 갈라 칸막이를 친 것이다. 2020년 1월의 일이다. 이렇게 수행공간이 확보되자 자주 앉게 되었다.
 
수행을 하고 나면 수행기를 작성했다. 이제 다섯 번째 책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는 마치 올해 88일간의 재가우안거를 위한 디딤돌처럼 보인다.
 
이 책은 재가우안거가 시작되기 전 7월달까지 수행에 대한 기록이다. 명상공간을 확보하고 난 다음 3년간의 애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기도는 골방에서 하라고 했다. 여러 명 모여 있는 곳보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혼자 하는 것이다. 수행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삼국시대 폐사지에 가보면 강당터가 있다. 금당 뒤에 있는 것이 보통이다. 왜 강당이라고 했을까? 그것은 수행승들이 법문 듣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법당이나 강당에서는 함께 수행하는 공간이 아니라 법문 듣는 공간으로 보아야 한다.
 
금요니까야시간에 전재성 선생으로부터 들은 것이 있다. 부처님 당시 수행승들은 함께 수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함께 모여 있을 때는 법문을 들었다는 것이다. 부처님이 중각강당 등에서 설법했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될 것이다.
 
요즘 어느 수행처이든지 커다란 명상홀이 있다. 미얀마 국제선원에서도 커다란 명상홀이 있어서 모여서 함께 수행한다. 그러나 부처님 당시에는 개인 처소에서 개인수행을 했다.
 
백권당 사무실에 명상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부처님 당시 개념으로 본다면 꾸띠에 해당될 것이다. 마치 개인 수행처와 같다.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생업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수행처에서 3년을 보냈다. 이제 홀로 수행하는 것이 익숙하다. 홀로 행선을 하고 홀로 좌선을 한다. 홀로 경을 외우고 홀로 암송한다. 이렇게 홀로 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여러 명 모여서 수행하는 명상홀은 이제 어색할 것 같다.
 
어제 김진태 선생과 두 시간 만남을 가졌다. 점검 받으로 간 것은 아니다. 수행과 관련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진태 선생은 왜 서울나들이 했을까? 그것은 책과 관련이 있다. 선생의 역작 ‘초기불교로 이해하는 반야심경’이 거의 다 팔렸기 때문이다. 이에 개정증보판을 내기 위해서 민족사 사장을 만나기 위해 온 것이다.
 
김진태 선생은 일역도 계획하고 있다. 책을 일역하여 일본에서도 판매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목적으로 서울나들이 한 것이다.
 
나에게도 스승이 있을까? 수행지도를 해 줄 수 있는 스승은 아직 없다. 아니 질문을 하지 않아서 없는 것이다. 질문 하나 하는 것만 보아도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아직 점검 받을 수 있을 정도가 아니다.
 
나에게 스승은 없지만 멘토는 있다. 궁금하면 물어 볼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멘토는 나이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생업과 관련하여 막혔을 때 물어 볼 사람이 있다. 그는 나 보다 열 살이 더 어리다. 그럼에도 멘토라고 말한다. 인쇄회로기판(PCB) 설계를 하다가 막히면 전화로 물어 본다. 알려 주는 대로 하다 보면 해결된다.
 
김진태 선생은 나의 멘토나 다름 없다. 그러나 아직 수행에 대하여 질문할 정도가 아니다. 더 수행해서 물어 보아야 한다. 그 대신이 불교 전반에 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홀로 살 수 없다. 홀로 고립되어 살다 보면 외곬으로 빠질 수 있다. 어려운 문제 봉착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럴 때 멘토가 있어야 한다.
 
삶에 있어서 멘토는 든든한 것이다. 마치 든든한 뒷배경이 있는 것과 같다. 막힐 때 언제든지 물어 볼 수 있는 멘토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2023-11-1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