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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권 위빠사나수행기 III 2021, 배의 부품과 꺼짐이 미세해졌을 때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1. 12. 12:24

108권 위빠사나수행기 III 2021, 배의 부품과 꺼짐이 미세해졌을 때

 

 

오늘 아침 기온이 영(0)도가 되었다. 올 가을 들어 가장 낮은 온도이다. 내복을 입었다. 위 내복은 물론 아래 내복도 입었다. 그리고 두꺼운 상의를 입고 오리털 조끼를 입고 그 위에 모자가 달린 점퍼를 입었다.

 

아침 6시 반에 길을 나섰다. 오늘이 일요임임에도 이렇게 일찍 나서는 것은 갈 곳이 있기 때문이다.

 

 

백권당은 세 가지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일터, 서재, 그리고 명상공간으로 활용된다. 요즘에는 명상공간으로서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 나이에 갈 데가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복이다. 대부분 은퇴자들은 갈 곳이 없다. 대부분 집에 머문다. 설령 갈 곳이 있더라도 스터디카페나 도서관 등으로 한정된다.

 

산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매일 산행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국토를 순례한다. 국도를 따라 걷기 하는 것이다. 동해안, 남해안, 서해안, 그리고 휴전선 길을 걷는다. 다 걷고 나면 내륙 길을 걷는다.

 

아직 현역이다. 일감이 있으면 일을 한다. 일감이 없으면 글을 쓴다. 요즘에는 과거에 써 놓은 글을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107권까지 만들었다.

 

오늘 일요일 오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한권의 책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 만들어야 할 책은 2021년 수행기에 대한 것이다.

 

오늘 아침 7시 이전에 백권당에 도착했다. 요즘 늘 하는 것은 좌선이다. 한시간 좌선을 생활화 하고자 했다. 올해 재가우안거를 자발적으로 한 것도 한시간 앉아있기를 생활화하기 위한 것이다.

 

아침 81분에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잘 집중이 되지 않았다. 배의 부품과 꺼짐을 새기고자 했으나 마음은 망념과 망상에 지배당했다.

 

좌선을 중단했다. 30분도 앉아 있지 못했다. 기분 전환이 필요 했다. 일을 하고자 했다. 책 만들기 일을 한 것이다. 목차부터 만들었다.

 

이번 재가우안거에 대한 글을 한권의 책으로 만들고자 한다.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주고자 한다. 블로그에 pdf를 올려 놓으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가져 갈 것이다.

 

재가우안거에 대한 책을 만들기 전에 먼저 만들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2021년과 202220233년 동안 수행기에 대한 책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2021년 수행기에 대한 목차를 만들었다. 모두 53개의 글이다. 이를 ‘108 위빠사나수행기 III 2021’이라고 이름 붙였다. 208번 째 책으로 20211월부터 12월까지 수행에 대한 기록이다. 모두 286페이지에 달한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팔정도는 십선행(十善行)에 대한 것

2. 스퀴트를 과도하게 했더니

3. 싫어하여 떠나 사라져라

4. 멍때리기도 명상이라는데

5. 새벽 고요하고 평온한 시간에

6. 나를 바꾸는 자가격리

7. 마음이 마음을 보는 수행은 어떤 것일까?

8. 빨려들어 갈 것 같았는데

9. 고요함을 즐기는 고독한 수행자

10. 자신과의 약속도 지켜야 

11. “그래, 괜찮아토닥토닥

12. 나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은

13. 나에게 분노에 매인 사유가 일어날 때

14.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새벽만 같아라

15. 자애의 마음을 어떻게 내어야 할까?

16. 희망은 절망의 늪에서 피는 한송이 꽃
17. 기쁨과 행복과 평온이 함께 하는 순간

18. 하루를 허무하게 보낼 수 없어서

19. 괴로움의 오종세트에서 벗어나고자

20. 생멸을 보지 못하고 백년을 사는 것보다

21. 나는 살아 있는 한 매일 좌선하리라

22. 소음에서도 법의 성품을 보아야
23.
태생의 자만, 배움의 자만, 부자의 자만
24.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일요일 아침에

25. 망상 속에서 한시간 보내고

26. K선생과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27. 수행은 절박함이 있어야

28. 엉덩이 닿음도 추가해야

29. 수행도반들과 함께 점심을

30. 욕을 하면 욕을 먹고

30. 자신의 단점은 드러내야

31. 다리저림으로 통증이 발생될 때

32. 왜 자신이 자신의 의지처가 되어야 하는가

33. 한호흡기에도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34. 긴 병치레를 하다가 서서히 죽어간다

35. 암송하는 행복

36. 사띠는 담마를 기억하는 것

37. 깜박깜박할 때가 있는데

38. 같은 동작을 무수히 반복하다 보면

39. 부부싸움 할 때들음들음한다면

40. 전자공학으로 본 부처님 가르침

41. 귀신은 있을까 없을까?

42. 수행자는 허리 아픈 환자처럼

43. 느낌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골로 간다

44. 마음 하자는 대로 하면 어떻게 될까?

45. 내가 잠 못이루는 것은

46. 찰나찰나 무상, , 무아에 사무치도록

47. 산행할 때 명칭붙이면

48. 마음을 호흡이라는 기둥에 꽁꽁 묶어 놓으면 

49.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명상해야

50. 나에게도 깨달음의 기연(機緣)은 있을까?

51. 나이 75세까지를 한계로 정해보지만

52. 빤냐완따 스님의 격려 글을 접하고

53. 경전은 달 그 자체

 

108권 위빠사나수행기 III 2021_231111.pdf
2.89MB

 

 

목차를 만들면서 빠른 속도로 글을 보았다. 새벽에 쓴 것이 많다. 새벽에 잠에서 깼을 때 더 자지 않고 그 시간에 엄지치기를 한 것이다.

 

새벽에 스마트폰에 글을 썼다. 데스크탑에서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것과는 달리 속도는 나지 않지만 하나하나 사유해 가면서 쓸 수 있다.

 

새벽에 쓰는 글이 진심일 수 있다. 검색이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에 머리 속에 있는 것이 나온다. 이런 글이 쌓이고 쌓이어 수십개가 되었다.

 

수행기는 좌선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백권당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백권당 명상공간은 3년 전에 만들었다. 그때 명상이 일상이 되도록’(2020-01-28)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겼다.

 

사무실에 명상공간을 만든 것은 13년만의 일이다. 2007년 말에 사무실에 입주했는데 사무실공유를 했었다. 오랫동안 사무실을 함께 썼던 사람이 독립해서 나가자 혼자 있게 되었다. 이를 명상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명상공간을 만들었을 때 다짐했다. 이는 글에서일단 앉아야 한다앉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하루에 한번은 앉아야 하고한번 앉으면 한시간은 앉아 있어야 한다가능하면 자세를 바꾸지 말고 그대로 있어야 한다그래야 현상에 대한 생멸을 관찰할 수 있다매일 밥먹듯이매일 앉아 있는 것이다명상이 일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오늘은 그 첫날이다나는 매일매일 쉬지 않고 할 수 있을까?”(2020-01-28)라고 표현한 것으로 알 수 있다.

 

현재 백권당 명상공간은 310개월 되었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매일 한시간 앉아있기를 다짐했다. 그러나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틈만 나면 앉아 있고자 했다. 그리고 기록을 남겼다.

 

매일 글을 쓴다. 일상에 대한 것도 쓰고 담마에 대한 것도 쓴다. 이제 글쓰기는 일상이 되었다. 글쓰기가 생활화 된 것이다.

 

명상도 생활화 하고자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명상공간이 필요했다. 가장 좋은 곳은 사무실에서 하는 것이다.

 

명상은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집에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파트에서는 명상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가장 좋은 곳은 수행처에 들어가서 집중수행하는 것이다.

 

생업이 있는 자가 수행처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언제 어떻게 전화가 걸려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1주일 이상 집중수행처에서 보내기 힘들다.

 

수행처에 주말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사무실에 명상공간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마침내 310개월 전에 그 꿈을 실현한 것이다.

 

모든 것은 준비되었다. 이제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매일 한시간 앉아 있겠다고 자신과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한 것이다.

 

올해 재가우안거를 했다. 매일 한시간 앉아 있다시피 했다. 오늘 아침에도 한시간 앉아 있었다. 이제야 서서히 생활화가 되는 것 같다.

 

오늘 처음 앉았을 때는 30분도 못 앉아 있었다. 책 목차 만들기가 끝나자 다시 앉았다. 알람은 한시간으로 설정해 놓았다.

 

두 번째 좌선은 첫 번째와 달랐다. 처음부터 집중이 잘 되었다. 목차 만들기 하는 과정에서 집중이 되었는데 이 집중을 그대로 좌선에 가져 온 것이 큰 이유라고 본다.

 

좌선 중에 배의 부품과 꺼짐이 미세해졌다. 그에 따라 기쁨이 일어났다. 이는 잔잔한 즐거움이다. 거친 감각적 즐거움과는 다르다.

 

몸은 가벼웠다. 닿는 부위를 느끼지만 무게를 느끼지 않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자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새김(사띠)이 확립되면 망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설령 망념이 치고 들어오더라도 새김이 강하기 때문에 금방 제압된다. 그 대신 사유가 일어나는데 이런 사유는 지혜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띠가 확립되어 기쁨과 고요와 평온이 계속되면 이대로 계속 있고 싶어 진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아늑한 상태가 되는 것 같다. 이럴 때 형성된 것은 괴로운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어느 스님이 강아지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강아지의 출산에서부터 분양에 이르기까지 한달 동안의 과정을 써 놓은 것이다. 그런데 어미 개가 불쌍해 보인다는 것이다.

 

어느 날 어미개는 임신을 했다. 그리고 출산을 하게 되었다. 네 마리의 강아지가 나왔다. 없던 것이 갑자기 생겨 난 것이다. 이럴 때 얘네들은 어디서 왔을까?”라고 생각한다.

 

 

어미개는 강아지에 대한 소유권이 없다. 강아지가 모두 분양되자 시름에 잠긴 듯하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생명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한번 생겨난 생명은 죽을 때까지 개로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어미개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사실이다.

 

이 세상의 어머니는 모두 위대하다. 누구도 어머니 배에서 나오지 않은 사람이 없다. 축생의 어미도 위대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냈기 때문이다.

 

강아지들은 모두 분양되었다. 스님과 친분 있는 신도들이 가져 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강아지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강아지는 강아지일 때가 귀엽다. 강아지 시기가 지나가면 개로서 일생을 살아 가야 한다. 이런 개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다.

 

강아지들을 보자 측은한 마음이 되었다. 너무나 뻔한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의 운명도 뻔하다는 것이다.

 

공원에서 늙고 병든 사람들을 본다. 근처 요양원에서 휠체어를 타고 나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죽지 못해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이것이 괴로움이다.”라고 하여 고성제를 설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부처님은 해법까지 제시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부처님이 말씀 하신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누구도 그것은 진리가 아닙니다.”라고 부정할 수 없다.

 

명상을 하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기쁨과 고요와 평온이 있을 때 계속 있고 싶어 진다. 그런데 마음 한켠에서는 형성된 것은 괴로움이다.”라는 생각이 일어났다. 태어남은 괴로운 것이라고 생각된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모든 형성된 것은 괴로움이라고 했다. 명상 중에 강아지의 운명을 생각했을 때 이 세상에 대하여 혐오가 일어났다.

 

초기경전에 닙비다 비라가 니로다(nibbida virāga nirodha)”라는 정형구가 있다. 이 말은 싫어하여 떠나그것이 사라져 소멸하도록”(S12.16)이라고 해석된다. 니까야 도처에서 볼 수 있다.

 

명상을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위하거나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MBSR로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불교 수행자가 명상을 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그것은 세상을 싫어하여 떠나서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닌 해탈이고 열반이다. 나에게는 언제나 가능할까?

 

 

오늘 일요일 오전에 한권의 책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108번째 책이 탄생되었다. 20211년 동안 백권당 명상공간에서 좌선 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그리고 새벽에 엄지치기 한 것 등을 기록한 것이다.

 

세월에 따라 글쓰기도 변하는 것 같다. 글을 처음 쓸 때는 일상에 대한 것 위주로 썼다. 글쓰기 생활화 되자 담마에 대한 것도 쓰게 되었다. 경전을 근거로 한 글쓰기를 말한다. 이제는 수행에 대한 글을 쓰기에 이르렀다.

 

 

2023-11-1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