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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권 진흙속의연꽃 2018, 백권의 산실 백권당(百卷堂)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0. 31. 10:14

105권 진흙속의연꽃 2018, 백권의 산실 백권당(百卷堂)에서

 

 

커피 중에 최상은 무엇일까? 아마 그것은 절구커피 아닐까 한다. 손수 절구질해서 만든 커피를 말한다. 시월의 마지막 날 아침에 절구커피를 마시며 자판을 친다.

 

방금 한시간 좌선을 마쳤다. 안거는 끝났지만 좌선은 계속 된다. 그렇게 하기로 스스로 약속했다. 언제까지 계속될까? 아마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할 것 같다.

 

무엇이든지 한번 결심하면 하고 만다. 그러나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좌선이 그랬다.

 

한시간 앉아있기는 쉽지 않다. 평좌한 상태에서 꼼짝도 않고 한시간 앉아 있는다는 것은 형벌과도 같다. 그러나 이런 것도 습관을 들이면 하게 된다. 테라와다 안거라 하여 이번에 88일동안 앉아 있어 보니 습관이 된 것 같다.

 

한시간 앉아있기가 가능한 것은 명상공간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사무실을 반으로 나누어서 한쪽을 명상공간으로 활용한 것이다.

 

 

오늘 페이스북에 어느 여성 노작가는 양평에서 한달살기를 시작한다고 글을 남겼다. 이에 자신만의 공간은 남자나 여자나 모든 사람들의 꿈입니다. 특히 남자의 로망은 자신의 사무실을 갖는 것입니다. 저의 백권당은 16년 되었습니다.”라고 글을 남겨 놓았다.

 

퇴임하면 어디로 갈까? 정년이 되었거나 은퇴한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 특별히 갈 곳이 없을 것 같다. 근처 도서관이나 산에 다니는 정도일 것이다. 이럴 때 자신만의 사무실이 있다면 마치 직장에 다니는 것과 같을 것이다.

 

사무실은 16년 되었다. 2007년 말에 입주한 이래 내리 16년 같은 장소에 있다. 개인사업자로 살다 보니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사무실은 다용도로 사용된다. 일하면 일터로 사용되고, 글을 쓰면 서재가 되고, 명상을 하면 명상공간이 된다.

 

 

사무실 명칭은 백권당이다. 정찬주 선생이 지어준 것이다. 책을 백권 낸 것을 축하하기 위해 백권당(百卷堂)이라고 한 것이다.

 

백권당에서 수많은 글을 썼다. 그 동안 쓴 글은 7,200개 넘는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이제 과거에 써놓은 글에 대하여 시기별로 카테고리별로 책을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제까지 모두 104권 만들었다.

 

책은 계속 만든다. 과거에 쓴 글을 시기별로 카테고리별로 분류하여 글을 모아 목차를 만들고 서문을 쓰면 책이 된다.

 

오늘도 책을 한권 만든다. 지금 자판을 치고 있는 것은 105번째 책을 만들기 위한 서문이다. 이번에 만든 책은 2018년 일상에 대한 글을 모은 것이다. 이를 ‘105 진흙속의연꽃 2018’이라고 이름 붙였다. 20181월부터 12월까지 12달 동안 84개의 글모음에 대한 것이다. 사진을 곁들여 총 428페이지에 달한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어리석은 자와 우정은 없으니

2. 여성을 가족처럼,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수컷들 세상에서

3. 키치(kitch)불교에 대하여

4. 소프트파워(Soft Power)시대

5. 국민간식 꿀고구마

6. 진주선원 인도성지순례앨범

7. 어리석은 자에게 지식이 생겼을 때

8. 세상 졸업장도 있을까?

9. 제주감귤 한박스를 택배로 받았는데

10. 유튜브로 본 리우카니발

11. 수행자의 밥값

12. 남자는 세 가지 부리를 조심해야

13. 전쟁불사(戰爭不辭)를 외치는 그들

14. 윤회를 부정해야만 하는 자의 비극

15. 중국인들은 왜 출신지를 물어볼까?  

16. 커피가 좋은가 차()가 좋은가?

17. 터줏대감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비산2동 재개발

18. 스님은 공인이기에

19. 아내를 위한 발원문

20. 역질문(逆質問) 당했을 때

21. 범부는 미친 자와 같아서

22. 부처님의 출신지는 히말라야 가까이에

23. 컵밥 대신 따뜻한 밥 한끼를

24. 국민을 화나게 하는 문화재관람료

25. 역촌시장 열린선원

26. 교학 잘하는 자가 수행도 잘한다

27. 내 나이는 열두 살

28.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는 죽음

29. 불로소득으로 쌓은 성()

30. 지나고 나면 추억, 작은 법회모임 총무회향

31. 부처님 가르침을 부정하는 스님

32. 부처님 가르침 끈으로 맺어진 형제들

33. 사업보국(事業報國)과 기술보국(技術報國)

34. 2018 서울국제 불교박람회

35. 인간백년은 천상의 하루

36. 절정은 파국을 부르리

37. 법보시하기 좋은 책, 파아옥 사야도의 ‘업과 윤회의 법칙’

38. 가르침의 상속자가 되어야

39. 카페 필진 16, 불교판 허핑턴포스트가 되고자

40. 오늘은 좋은 날, 전쟁 끝나는 날

41. 불교팟방 

42. 버러지 같은 삶을 살순 없다

43. 시류에 편승한 불자대상 유감

44. 자기과시와 자기성찰의 경계선상에서

45. 김동수열사 이야기

46. 실수했을 때는 잘못을 시인해야 

47. 늘 얻어먹기만 하는 친구

48. 불교지식인들은 대단히 인색한 것 같아

49. 정평카페지기가 하는 일

50. 보통불자의 일상

51. 내가 십년만 젊다면

52. 사는게 지겹다는 노인

53. 권승들의 행태를 보면

54. 바쁘다는 핑계로

55. 제철에 나는 모든 것들은 약이다

56. 글로 지은 구업(口業)을 참회하며

57. 스승은 아무나 하나?

58. 홧김에 술김에 저지른 범죄

59. 당신은 안식처가 되어준 적이 있는가?

60. 영혼장사하는 사람들

61. 열대식물 기르기

62. 파근파근해서 밤호박

63. 칠월 성하(盛夏) 툇마루에 앉으니

64. 블로그 누적조회 6백만명을 맞이하여

65. 현묘재(玄妙齋)를 방문하고

66. 고욤나무잎차 만드는 방법

67. (蓮의) 바다 관곡지에서

68. 청정한 삶은 청정한 먹거리에서

69. 출가자의 감소는 승가의 질적저하 

70. 블로그 개설 13주년을 맞이하여

71. 블로그 생일 케이크를 받고

72. 빚 없는 행복

73. 꽃이 피면 열매를 맺듯이 삶의 결실을

74. 심우장에서 통일아리랑

75. 보통불자가 인터넷 잡문을 쓰는 이유

76. 2018 안양시민축제

77. 중관사상 극복을 위하여

78. 이 행복이 깨질 것 같아

79. 망해암 낙조를 바라보며

80. 너무 긴 추석연휴

81. 최상의 모임이란?

82. 정진의 모임이 되어야

83. 평화의 길 창립총회

84. 국화차는 차맛보다 향()

 

105권 진흙속의연꽃 2018_231031.pdf
7.68MB

 

수많은 제목의 글이 있다. 그날 그날 가장 인상 깊었던 일에 대하여 쓴 것이다. 책 전체에 대한 주제가 있을 수 없다. 삶의 과정에서 일어난 일, 정치적 사건, 좋은 생각, 여행 등 갖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다.

 

목차에 실려 있는 제목을 본다. 제목만 봐도 어떤 글인지 알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마치 자식 같은 글이다. 시간 투자해서 쓴 글을 버리지 않고 모아 놓으니 이렇게 책이 되었다.

 

 

글은 역사책과도 같다. 지역의 역사도 기록해 놓은 것이다. 목차에서 17터줏대감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비산2동 재개발’(2018-03-04)라는 제목의 글이 그것이다. 이 글은 비산2동 재개발 들어가기 전에 느낌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2018 비산2동)

 

오늘날 안양 비산동은 스카이라인이 크게 변했다. 비산 1, 2, 3동 모두가 재개발 또는 재건축 되었거나 진행중에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타워형 또는 고층형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되었다.

 

(2023 비산2동)

 

비산2동은 연립과 단독주택과 시장이 있던 지역이었다. 언젠가부터 재배발 열풍이 불어 이곳도 피해가지 못한 것 같다. 그 결과 어느 때 거리는 텅 비었다. 마치 유령의 도시처럼 된 것이다.

 

비산동에 오래 살았다. 1995년부터 살았으니 30년 가까이 산 것이다. 이렇게 오래 살다 보니 모든 것이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철거된다고 하니 아쉬웠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이제 봄이 왔으니 파괴가 시작될 것입니다.

유치원도, 미용실도, 약국도, 마트도

태권도장도 추억속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에게는

고향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유년기의 추억도 함께 사라집니다.

 

이 자리에 오래 전부터

수 많은 사람들이 살았습니다.

지었다 허물기를 수 없이 반복했을 겁니다.

그때마다 땅의 신은 지켜 보았을 겁니다.

 

이 땅의 터줏대감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부수기전에 먼저 땅의 신에게

신고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 포크레인 들어갑니다!”라고.”(2018-03-04)

 

  (2018 비산2동)

 

 

어느 것이든지 인상 깊은 것은 글로서 남긴다. 매일 하나씩 의무적으로 쓰다 보니 엄청나게 축적되었다. 하루 일과 중에 오전은 글쓰기로 보냈다. 이런 나날이 17년 되었다. 특히 백권당에서 16년 보냈다.

 

사무실은 남자의 로망과도 같다. 물론 여자의 로망도 자신만의 사무실을 갖는 것이라 본다. 그런데 이미 오래 전에 로망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개인사무실을 갖게 된 것은 직장을 잃었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계속 했다면 사무실 가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회사를 전전하다 보니 어느 때 직장을 잃게 되었다. 이럴 때 홀로서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다. 여러 회사를 전전하다 마지막 직장에서 퇴출당한 것이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홀로서기를 할 수 있었고 또한 글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오늘날 백권의 책을 만들게 되었다.

 

 

오늘 105번째 서문을 이렇게 쓰고 있다. 이제 2018년 것까지 만들었다. 앞으로 더 만들어야 한다. 얼마나 만들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아마 목숨이 다할 때까지 갈 것 같다.

 

요즘 백권당은 명상공간으로도 활용하고도 있다. 일터와 서재로 사용되던 것이 이제는 명상공간으로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도 발전이라면 발전일 것이다.

 

 

자신만의 공간은 모든 사람들의 로망이다. 사십대 중반에 직장에서 퇴출된 것이 로망을 실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로 인하여 백권의 책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105번째 책이다. 그런데 앞으로 백권당은 명상공간으로 더 활용될 것 같다.

 

백권당은 일터이자 서재이자 명상공간이다. 이렇게 아침에 한시간 명상을 하고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친다. 절구커피와 함께 하는 하루일과의 시작이다. 이런 것도 행복이라면 행복일 것이다.

 

 

2023-10-3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