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불교연대

일보다 공부보다 우정을 택했다

담마다사 이병욱 2024. 1. 22. 09:05

일보다 공부보다 우정을 택했다
 
 
어제 12시간 동안 떨었다. 어제 일요일 오전 8시 이전에 백권당에서 출발해서 저녁 8시 이전에 집에 돌아 왔다. 정평불 1월 정기 정진산행모임을 간 것이다.
 
겨울산행은 위험하다. 날씨가 추울뿐더러 눈이 쌓여 있기 때문에 미끄러지기 쉽다. 겨울산행에서 아이젠 착용은 필수이다. 무엇보다 추워와 싸워야 한다. 이런 이유로 높은 산에 오를 수 없다.
 
어제 일요일 정진산행모임에서는 고양시에 있는 ‘봉산’에 갔다.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모여서 갔다. 일종의 가벼운 트래킹이라고 볼 수 있다. 목표로 하는 봉산은 높이가 불과 해발 208미터에 불과하다.
 

 
산행을 앞두고 산행을 망설였다. 겨울산행인 것이 크다.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다. 춥다는 생각이 앞섰다. 무엇보다 해야 할 일이 있다.
 
모처럼 일감이 생겼다. 새해 들어 일감 없는 나날이 지속되었다. 보름 째 이어지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키워드 광고를 재개 했다.
 
다음에 5만원을 충전했다. 하루도 안되어서 모두 소진되었다. 클릭당 70원이다. 한도를 정해 놓지 않아 벌어진 참사이다. 하루만에 402번 클릭한 것으로 되어 있다. 아마 누군가 부정클릭 한 것 같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다.
 
5만원이 허무하게 사라졌다. 이번에는 시험삼아 만원을 넣어 보았다. 한도를 하루에 천원으로 정했다. 이렇게 해도 노출되자마자 소진되었다. 키워드광고 효고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네이버에 키워드 광고한 것은 살아 있다. 키워드광고 관리에 있어서 다음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고객은 늘 급하다. 주말작업을 해서 월요일 출근하기 전까지 파일을 메일로 발송해 주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산행을 망설였다.
 
산행을 앞두고 망설인 것 중에 또 하나는 일상적 루틴에 대한 것이다. 이는 수행과 공부를 말한다.
 
작년 7월 31일 이후 매일 오전에 한시간씩 좌선을 하고 있다. 산행을 간다면 좌선을 할 수 없다. 매일 밥 먹듯이 하는 루틴이 중단되는 것이다. 또 하나 루틴은 빠알리어 공부하는 것이다. 매일 한과씩 진도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산행을 하게 되면 역시 공부하는 루틴이 중단된다.
 
유행가 중에 ‘사랑보다 우정’이라는 말이 있다. 정평불 정진산행을 앞두고 ‘일보다 공부보다 우정’라는 말이 떠올랐다. 일도 좋고 공부도 좋지만 그것 못지 않게 우정이 더 중요함을 말한다.
 
산행을 가기로 했다. 일은 다음 날 아침 일찍 하면 된다. 좌선은 한번 빼먹을 수도 있다. 빠알리공부도 하루 하지 않는다고 하여 큰일 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산행은 매일 있는 것은 아니다. 한달에 한번 있기 때문에 결심했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 5번출구에 일곱 명 모였다. 정평불 공동대표 김광수 선생과 최연선생을 비롯하여 박태동, 정재호, 임정미 선생, 그리고 새로 온 사람이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이다.
 
산행은 오랜만에 하게 되었다. 작년 초여름에 산행하고 난 다음 반년만이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 산행을 결심하게 된 것은 일보다 공부보다 우정이라고 했다. 왜 우정인가?
 
작년 9월에 정평불북콘선트가 백권당에서 있었다. 그때 정평불활동한 것에 대하여 한권의 책을 만들었는데 이를 기념하는 북토크를 개최한 것이다. 그때 온 사람들이 있었다. 이번 산행모임에서는 두 사람이다.
 
누군가를 찾아 가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시간이다. 한번 이동하면 하루가 다 지나간다. 시간이 돈인 세상에서 누군가를 찾아 간다는 것은 시간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사람들은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자리에 가만 있으려 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간이다. 이동하면 최소한 반나절 깨지는데 가만 있으면 시간을 버는 것인지 모른다.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는 것은 시간과 돈과 정력을 필요로 한다. 만날만한 가치가 있을 때 기꺼이 찾아 갈 것이다.
 
손님이 찾아 오면 반갑다. 금쪽 같은 시간을 내서 찾아 왔을 때 반갑게 맞이하지 않을 수 없다. 전화로 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문자로 소통하는 것과 비교되지 않는다. 백권당에서 북콘서트할 때 찾아 온 사람들도 그랬다.
 
이번 산행모임에서는 작년 9월 북콘서트할 때 온 사람이 두 명 있었다. 귀중한 시간을 내준 사람들이다. 더구나 봉투도 주고 선물도 주었다. 이런 것을 생각했을 때 산행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보다 공부보다 우정을 택한 것이다.
 
산행은 우정의 산행이 되었다. 길을 걷다 보면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어떤 이익이나 어떤 목적에 대한 것이 아니다. 꽉 막힌 공간에서 은밀하게 나누는 대화는 아니다. 툭 터진 공간에서 숨을 헐떡이며 나누는 대화에는 진실이 담겨 있다.
 

 
공기는 차가웠다. 낮 기온이 영상 3도 가량 되었다. 가만 있으면 추워서 견딜 수 없다. 그러나 움직이다 보니 땀이 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전망대에 이르렀다. 최연선생에 따르면 최고의 풍광이라고 했다. 그 말이 빈 말이 아니었다. 봉산에서 바라 본 인왕산과 그 너머에 있는 북한산이 연이어 보였다. 산이 중첩되어 첩첩산중이 된 것이다. 그 산 아래 도시가 펼쳐져 있는데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장관을 이루었다.
 

 

 

 
저 멀리 북한산 첩첩산중은 장관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풍광은 보기 힘들 것 같다. 외국의 스펙터클한 자연환경을 보면 압도 되는데 이곳 봉산에서 바라 본 북한산 연봉 역시 스펙터클하다.
 
인왕산에서 북한한으로 이어지는 연봉에는 눈이 쌓여 있다. 마치 히말라야 설산을 보는 듯하다. 전세계적으로 수도가 있는 곳에 국립공원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눈 쌓인 첩첩 북한산 연봉의 장쾌한 연봉을 보니 국뽕이 된 것 같다.
 

 
 
봉산 꼭대기에 있는 봉수대 정자에서 간식을 먹었다. 각자 준비 해온 음식을 꺼내 놓았다. 늘 그렇듯이 임정미 선생이 가져온 떡은 최상의 간식이다. 어떤 이는 커피를 내놓고 어떤 이는 차도 내 놓았다.
 

 
겨울산행은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세 시간 가량 짧게 산행했다. 산행이 끝나면 뒤풀이 해야 한다. 마치 막장에서 고된 노동을 마친 자가 삼겹살에 소주를 대하는 것과 같다.
 
서오능 근처에 있는 장작구이삼겹살 집에서 뒤풀이를 가졌다. 오늘 하루 추위 속에서 걸은 것에 대한 보상이다. 고된 중노동을 한 자가 삼겹살에 소주로 보상을 하는 것과 같다.
 

 

 
대화는 끊임없다. 산행 중에도 대화를 하고 뒤풀이에서도 대화를 한다. 그리고 카페에서도 대화를 한다.
 
사람이 만나면 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홀로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귀찮은 일일 것이다. 모임도 없고 만날 일도 없는 사람은 홀로 있음을 즐길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혼자서 살 수 없다. 누군가의 노고와 희생이 있기에 사는 것이다. 누군가 자연인처럼 홀로살기를 즐긴다면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오랜만에 모였다. 뒤풀이 식사모임이 끝나고 다시 모였다. 이번에는 카페에서 모인 것이다. 녹번역 근처에 사는 김종연 선생을 불러 내어 모임을 가졌다. 김종연 선생이 사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커뮤니센터 카페에서 모인 것이다.
 
뜨거운 차는 사람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카페에서 민트차를 주문했는데 나의 입맛에 딱 맞는 것이다. 뒤풀이할 때 이것저것 먹고 이것저것 마셨는데 뜨거운 민트차에 모두 녹아 내린 것 같았다.
 
산행은 걸을 때 행복하다. 다리가 뻐근할 정도로 걸을 때 산행하는 맛을 느낀다.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산행하다 보면 면역력도 생길 것이다. 이런 맛에 산행하는 것이다. 산행하는 또 다른 맛은 뒤풀이에 있다.
 
산행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집에 돌아가는 시간은 지루하다. 거의 두 시간 걸리는 것 같다. 산행할 때는 즐거웠지만 집에 갈 때는 피곤하다. 전철 타는 시간이 지루한 것이다.
 
새해 정월 정기산행을 마쳤다. 추운 겨울 날씨 속에서 치루어진 산행이다. 추운날 바깥에서 12시간 있었다. 집에 돌아 올 때는 전철이 지루하고 괴로웠다. 그러나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 갔을 때 “오늘 산행하기를 참 잘했다.”라고 생각되었다.
 
오늘 아침 목이 잠겼다. 그 동안 혼자만 있다가 모처럼 말을 많이 한 것이다. 어제 힘든 산행이었다. 추위에 나간 것은 다목적이다. 겨울은 겨울답게 보내기 위한 것도 있고 다리가 뻐근할 정도로 걸어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것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정이다. 작년 9월 북콘서트에 기꺼이 참여한 갑장 동급생들에 대한 우정이다. 일보다 공부보다 우정이다.
 
 
2024-01-2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