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원찰은 어디? 천장사 입춘법회
“연꽃님, 원찰이 어디세요?”오늘 점심 시간에 커피를 마시다가 길상화 보살이 물었다. 길상화 보살은 뻔히 알고 있는 듯이 질문했다. 오늘 입춘날 천장사에 온 것을 보고서 나의 원찰이 천장사이겠거니 하면서 넌지시 물어 본 것이다.
나의 원찰은 어디일까? 원찰이라는 말은 마치 본적과 같은 말이다. 그러나 현재 자신이 주로 다니고 있는 절을 원찰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길상화 보살의 질문을 받고 망설였다. 입춘날 서산에 왔으니 천장가가 원찰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어제 저녁까지도 망설였다. 신림동으로 갈 것인지 서산으로 갈 것인지 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러 절과 인연 맺었는데
해마다 입춘 때가 되면 받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는 부적이다. 서울 신림동에 있는 성원정사에서는 연말에 달력과 함께 부적과 함께 입춘대길을 보내 주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력과 부적만 보내 주었다.
입춘대길이 필요했다. 매년 성원정사에서 입춘대길을 보내 주었기 때문에 받으로 가고자 했다. 그러나 입춘날에 어느 절에 가든지 입춘대길 부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산으로 급선회한 이유가 된다.
여러 절과 인연 맺고 있다. 처음 불교에 입문 했던 절은 강남에 있는 능인선원이다. 2004년 불교교양대학에 다녔으니 엄밀히 말하면 원찰이다. 그러나 가지 않는다. 절이 너무 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 강남 사람들과는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 있다. 그래서 2004년 당시 인연을 맺었던 능인금강회 37기 동기모임만 나간다.
현재 인연 맺고 있는 절은 네 군데가 있다. 서산 천장사, 신림동 성원정사, 청파동 담마와나 선원, 아산 마하위하라 사원이다. 천장사는 2012년부터 인연이 되어서 지금까지 주욱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성원정사는 2015년 부친 49재와 인연이 되었다. 담마와나선원은 빠알리 법명과 수계법회 인연이 있다. 마하위하라는 담마끼띠 스님과 인연으로 가게 되었다.
현재 네 사찰에 다니고 있다. 각각 특징이 있다. 필요에 따라 간다. 테라와다불교 절은 사월보름날의 붓다데이나 가을에 까티나가사법요식 등에 간다. 성원정사는 천도재가 있을 때 간다. 천장사는 일요법회 멤버들이 있어서 간다.
네 군데 사찰에서 정서적으로 가장 기우는 곳이 있다. 그곳은 천장사이다. 왜 그런가? 가면 반갑게 맞이 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이런 말을 한다. “부처님 보러 절에 가지 스님 보러 절에 가나?”라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어느 절에 가든지 부처님이 있기 때문에 원찰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나라 절은 전국구 절이 된다.
어떤 이는 스님 보러 절에 간다고 말한다. 스님을 부처님 보다 더 높게 보는 것 같다. 실제로 에스엔에스에서 어떤 스님들과 어떤 재가자들은 작고한 스님을 기리는 글을 자주 올린다.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글보다는 자신들의 스승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서열 2위가 된 것 같다.
이미우이 음악과 함께 쾌속으로
오늘 아침 천장사로 차를 몰았다. 네비를 보니 116키로에 1시간 25분 찍혔다. 일요일이라 밀리지 않는 것이다. 먼저 백권당 사무실에 들렀다.
입춘법회는 10시에 시작된다. 최대 3시간 잡아야 한다. 아침 7시 반에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없었다. 미리 쪄온 계란과 고구마와 함께 치즈가 곁들인 토스트 하나로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고 원두커피를 만들었다. 운전하면서 마실 것이다.
아침에 음식을 만들어 먹으니 시간도 절약되고 비용도 절약되었다. 휴게소에서 머물며 사먹으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다.
아침식사 비용과 커피 비용이 절감되었으므로 선물을 사고자 했다. 휴게소에서 과일 박스를 사는 것보다는 고북면 수퍼에서 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이왕이면 농촌에 있는 수퍼에서 사 주는 것이 지역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일요일 아침이라 막히지 않았다. 제한 최고속도로 달렸다. 운전중에 음악을 들었다.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은 이미우이 음악을 들었다. 라따나경(보석경)을 연속해서 들었다. 한번에 27분짜리인데 두 번 들으면 거의 한시간이 된다.
음악을 들으며 쾌속으로 달렸다. 등짝과 엉덩이는 뜨뜻하다. 경차 모닝에 의자히터 기능이 있는 줄 몰랐다. 모닝을 수년 동안 타고 다녔는데 올 겨울에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의자는 뜨뜻했다. 마치 안방처럼 따뜻해서 달리는 맛이 났다. 더구나 환희심을 불러 일으키는 이미우이 음악을 들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남으로 남으로 쾌속으로 달렸다.
천장사 가는 길은 평화롭다
절에 갈 때 빈손으로 갈 수 없다. 오랜만에 천장사에 간다. 작년 10월 달빛음악회 간 이후 4개월만이다. 동지날 가고자 했으나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가지 못했다. 오늘 입춘날 날씨는 좋았다. 어제 비가 오락가락 했으나 오늘은 개었다. 낮이 되자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떠 다닐 정도로 청명했다. 날은 잘 잡은 것 같다.
저 멀리 연암산이 보인다. 천장사가 머지 않은 것이다. 천장사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 수퍼가 고북면에 있다. 고북면 면사무소 바로 옆에 큰 수퍼가 있는데 갖가지 것들을 판매한다.
과일을 사고자 했다. 불단에 올려 놓을 과일이다. 상품으로 사고자 했다. 천혜향이 눈에 들어 왔다. 향자 들어가는 귤의 맛을 알고 있다. 선방에서 동안거 정진하는 스님들에게 공양하면 좋을 것 같았다. 한박스에 3만원 5천원 하는 것을 구입했다.
천장사 가는 길은 평화롭다. 정치로 인하여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세상에서 한가한 농촌은 이념투쟁과는 거리가 멀었다. 겨울에 이렇게 삭막한 계절에도 평화롭고 한가로운데 새싹이 나는 봄이면 어떨까? 가슴에 평화와 행복이 가득한 길이 된다.
천정사는 수도 없이 다녔다. 2012년 처음 발걸음을 한 이후 매년 적게는 두세 차례, 많게는 너댓 차례 다녔다. 그러고 보니 천장사와 12년 인연이 되었다.
천장사로 발걸음이 가게 된 것은 사람들 때문이다. 가면 반겨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부처님 보러 가는 것도 아니고 스님 보러 가는 것도 아니다. 일요법회 멤버들이 보고 싶어 간다.
평균 연령은 얼마나 될까?
천장사에 도착했다. 제2주차장에서 일요법회 멤버들을 만났다. 서산시에 사는 법우들과 만났다. 무량거사, 무량덕보살, 무진행 보살은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반갑다.
천장사에 출발하기 전에 카톡을 날렸다. 천장사 카톡방에 “봄이 왔네요. 입춘 법회 갑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렇게 미리 카톡을 날리면 오는 사람들이 있다. 수월거사도 그 중에 한 사람이다.
제2주자장에서 천정사까지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 가야 한다. 천혜향 한박스를 가슴에 안고 숨을 헐떡이며 올라 갔다. 천장사 인법당에 도착하니 10시 5분전이었다. 공양물을 불단 앞에 놓았다.
입춘 법회는 10시에 시작 되었다. 비좁은 인법당 안은 사람들로 꽉 찼다. 툇마루에도 사람들로 가득하다. 거의 40명 되는 것 같다. 특히 오늘 입춘날이어서 그런지 절 아래 마을 사람들이 거의 반을 차지한 것 같다. 그런데 모두 나이가 칠십 이상은 되어 보이는 보살들이 대부분이다.
요즘 어느 모임을 가든 나이가 든 사람들뿐이다. 자신의 연령대 사람들과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입춘과 같은 불교 명절 날에는 고른 분포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고령자들뿐이다. 나이를 헤아려 보니 평균 연령은 칠십 세인 것 같다.
부자 절과 가난한 절
중현스님이 법회를 진행했다. 중현스님은 눈높이 법회를 하는 것 같다. 마을 노보살 위주의 법회를 하는 것이다. 오늘 이렇게 많이 나온 것을 보고서 “작년 동지 때는 눈이 와서 오시지 못했습니다. 어제는 비가 왔고 내일도 비가 올 것이라고 하는데 오늘 이렇게 날이 좋은 것 보니 날 잡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법회를 하면 앉았다 일어섰다 해야 한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 칠십 세 이상이다.스님은 “노보살님들은 앉아 계십시오.”라고 말했다.
천수경은 우리말로 된 것을 사용했다. 아마 노보살들에게 뜻을 알고 독송하게 하기 위함이라 본다. 한역으로 된 것을 독송하면 뜻도 모르고 읽기만 하는 것이 될 것이다.
법회가 진행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확실시 천장사는 시골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난한 절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것들은 서울에 있는 큰 절과 비교 되었다.
알고 지내는 법우가 있다. 그 법우는 봉은사에 다닌다. 그런데 기도는 조계사에서 한다. 큰 절만 다니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큰 절에 다니는 것일까? 큰 절에 다니면 자신의 위상도 커지는 것일까? 큰 것이 좋은 것이기 때문에 절이 크면 좋은 절일까? 어쩌면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큰 절에 다니면 대중 속에 숨어 버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절에 가도 조용히 참배만 하고 올지 모른다. 감히 스님과 차담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밍크 코트 입은 사람들이나 주지스님이 주는 작설차를 마시는 것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천장에 대하여 글을 쓸 때 늘 수식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시골 절 천장사”와 “가난한 절 천장사”라는 말이다.
천장사는 왜 가난한 절일까? 서산에서도 남서쪽 끝 연암산 깊은 골짜기에 자리 잡은 천장사에는 부자신도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마을에서 대대로 오랫동안 살던 사람들이 다니는 것 같다. 시골절이다 보니 가난한 절이 된 것 같다.
천장사는 시골 절이고 가난한 절이다. 봉은사나 조계사와 같은 거대한 절이 아니다. 신도가 수만명되고 부자가 다니는 절이 아니다. 마을 사람들과 일요법회 멤버들이 다니는 절이다. 그러다 보니 법회가 있는 날 모두 다 아는 사이가 된다.
법회가 끝나면 함께 점심공양을 한다. 점심공양을 하면 차를 마신다. 또한 오후에는 인근 사찰로 주지스님과 함께 순례가기도 한다. 저녁에는 저녁식사도 함께 한다. 이런 세월을 십년했으니 가까워지지 않을 수 없다. 시골 절이고 가난한 절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중현스님의 눈높이 법회
입춘법회는 두시간 반 걸렸다. 10시에 시작해서 12시 반에 끝났다. 천수경 등 의식을 행하고 중현스님 법문을 들었다. 그러나 이날 가장 중요한 행사는 삼재(三災)를 해소하는 것이다. 삼재가 들은 사람들만 따로 ‘소재길상다라니’ 부적을 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천장사 주지 중현스님은 눈높이 법문을 한다. 오늘 같은 입춘날은 마을 노보살들이 반을 차지 하기 때문에 노보살 위주의 법문을 한 것이다. 문답식 법문을 할 때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중현스님은 염불을 잘한다. 운율을 넣어서 구수하게 낭송한다. 그저 앉아서 편하게 듣고만 있으면 된다. 노보살들이 좋아할 만한 염불이다.
입춘은 삼재가 소멸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신중단을 향해서 모두 앉았다. 노보살들이 가장 기대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것은 신도카드 읽어주는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신도이름과 주소를 읽어 준다. 가족들 이름도 불러 준다. 잘 들어 보니 내 것도 있다. 안양 주소와 함께 가족 이름도 불러 주었다.
인법당 안에는 노보살들이 앉았다. 법당이 비좁아서 툇마루에 앉았다. 유리가 있어서 방이나 다름 없다. 정남향이어서일까 햇볕에 등이 따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더워서 외투를 벗지 않을 수 없었다.
중현스님은 준비를 철저히 한 것 같다. 입춘날 노보살들 눈높이에 맞추어 삼재소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좀 아슬아슬 했다. 그것은 사월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에 비판적인 뉘앙스로 말을 했기 때문이다.
원진살, 삼계살, 백호살, 허공살, 천공살
현재 대통령 지지율은 30프로에 지나지 않는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60프로가 넘어서 70프로 가까이 된다. 그것도 지난 2년 동안 고착되다 시피하고 있다.
국민들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사람들은 변화를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스님은 역시 눈높이 법문을 했다.
중현스님은 세 가지 재앙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수, 화, 풍이라고 했다. 이는 천재지변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천재지변은 왜 생기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첫째, 그냥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둘째, 지구가 노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셋째는 무엇일까? 스님이 자꾸 뜸 들이자 어느 노보살은 “얼른 일러 줘요.”라고 말했다. 이 말에 폭소가 터졌다.
중현스님은 말을 재미 있게 말했다. 그렇다면 셋째 요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하여 “저기 있는 사람들이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신중단에 있는 천신들이 수, 화, 풍 재난이 일어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재미있게 말한 것이다.
스님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천재로 보는 것이다. 날삼재와 들삼재를 설명하면서 ‘원진살’ 이야기를 했다.
원진살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스님에 따르면 제일 가까운 사이에 생긴다고 했다. 가족간에 생기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서 “부부는 로또처럼 안맞아요.”라고 말했다. 부부 화합이 로또 맞는 것보다 더 힘든 것임을 말한다.
중현스님이 삼재 이야기를 하면 원진살을 언급한 것은 따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올해 무슨 살이 있을까요?”라고 물어 본 것이다. 이에 대하여 ‘삼계살’로 설명했다.
삼계살은 어떤 것인가? 이는 계율, 법, 형벌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이를 입법, 사법, 행정으로 설명했다. 국회의원이 법을 만들면 판사는 심판을 하고 행정부에서는 법을 운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잘 뽑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잘 뽑아야 된다고 말했다. 다만 “스님이 누구 찍으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법을 만드는 사람을 잘 뽑아야 모든 것이 잘 될 것임을 말한다. 그래서 “잘못 뽑아 놓고서 손가락 타령하면 안됩니다.”라고 말했다. 이때 “에효~”라며 장탄식이 나왔다.
노보살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말은 하지 않아서 그렇지 판단 능력은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살아 오면서 얼마나 많은 투표를 해 보았을까? 수십번 해오면서 나름대로 판단기준은 있을 것이다. 어떤 노보살은 “뽑아줄 사람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스님은 ‘백호살’에 대하여 이야기도 했다. 술 취한 놈이 난리를 부리고 있다고 했는데 그런 놈이 있다고 했다. 그런 놈을 제어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허공살’에 대해서는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했다. ‘천공살’도 있는데 이는 하늘이 엉망일 때 혹세무민하는 자가 나타나 허황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어떤 고위직 공무원은 “국민들은 개돼지 같다.”라고 말했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 무지렁이는 아닐 것이다. 시골 노보살이라 하여 생각 없는 사람들은 아니라고 본다. 모두 나름의 판단 능력은 가지고 있다. 이제까지 오랜 세월 살아 오면서 몸으로 체득한 지혜가 있다.
스님이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이 있다. 그것은 일본어 “좃도맛데”라는 말로 시작되었다. 이 말 뜻은 무엇일까? 어느 노보살은 “가만 있으라는 거여.”라고 말했다. 거의 비슷한 말이다. 노보살들도 일본어 몇 마디 정도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스님은 삼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잠깐만 멈추라고 했다. 일본어 ‘좃도맛데’를 “잠깐만”으로 본 것이다. 삼재에 대하여 “우리 삶을 돌이켜 보고 잠깐만 멈추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스님은 “탐, 진, 치에 일어날 때다 한호흡을 알아채야 합니다. 부정적 마음은 알아차리면 사라져 버립니다. 부정적 마음을알아차리면 신중님들이 보호해 줍니다.”라고 말했다.
스님의 삼재에 대한 법문이 끝났다. 현재 시국에 대한 것을 삼재에 든 것으로 비유하여 설명하기도 했다. 삼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항상 알아차림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일요법회 시간에 대념처경 강의를 한 것도 영향 있을 것이다. 노보살들에게 눈높이로 알려 주었을 때 모두 이해하는 것 같았다.
비빔밥으로 점심공양을 하고
법회는 거의 두 시간 걸렸다. 12시 10분 전에 신도카드를 읽어 주었다. 삼재가 든 사람들에게는 소재길상다리니 부적과 입춘대길 부적을 나누어주었다. 삼재가 들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입춘대길 부적만 나누어 주었다.
입춘대길 부적을 받았다. 오늘 목적 달성을 한 것이다. 입춘대길 부적을 받기 위해서 북쪽으로 갈까 남쪽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남쪽으로 왔는데 무려 네 장을 받은 것이다. 그 중에 두 장은 노랑바탕에 붉은 글씨로 쓰여진 것으로 부적처럼 보였다.
오늘 입춘을 맞이하여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작은 법당이 꽉 차서 툇마루에 까지 앉을 정도였다.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밖에 있었다. 아마 40명 가량 되는 것 같다. 서울의 봉은사나 조계사와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는 숫자이다.
신도들은 다 알고 지내는 사이이다. 노보살들은 천장사에 수십년 다녔기 때문에 서로 알고 지내는 것이다. 일요법회 멤버들도 십년 되었다. 만나면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듯 반긴다. 늦게 참석한 벨라거사는 나를 보자 “포옹한번 합시다.”라며 안아 주었다.
천장사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곳이다. 경사가 급한 곳에 마치 제비집처럼 아슬아슬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나가기도 쉽지 않다. 마을은 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법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점심을 제공한다.
오늘 입춘 점심 메뉴는 비빔밥이다. 갖가지 나물과 야채, 참기름 등이 있어서 허기진 사람들에게는 진수성찬이 되었다. 떡도 나누어 주고 수건도 나누어 주었다.
천장사 일요법회팀이 탄탄한 이유는?
점심 식사후에 마을 노보살들은 모두 돌아갔다. 일요법회 멤버들이 차로 마을까지 모셔다 주었다. 이제 일요법회 멤버들만 남았다. 거의 20명 가량 되는 것 같다. 믹스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천장사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신도와 신도들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이는 신도회장 당진거사 역할이 크다. 또한 신도와 스님과 관계를 잘 유지하 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지스님 역할이 크다.
주지스님은 신도회를 믿는다. 신도들은 주지스님을 역시 믿는다. 이런 신뢰관계는 하루 이틀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현주지 스님 이전부터 형성된 것이다. 허정스님이 주지로 있을 때부터 스님들과 신도들의 관계는 탄탄했다. 그 전통이 지금까지 십년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법회는 매주 일요일 열린다. 주로 서산, 홍성, 당진 등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입춘과 같은 특별한 날에는 서울, 인천, 대전, 안양 등 먼 곳에서도 온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일년에 서너 차례는 만난다. 음력 삼월삼짓날 방생법회 때 만나고 부처님오신날, 백중, 동지 등 불교 명절이 있을 때 만난다. 이런 세월이 십년 지속되다 보니 형제처럼 지내는 것이다.
천장사 일요법회 팀에는 유독 부부팀이 많은 것 같다. 다른 절에서는 보기 힘들다. 현재 부부팀은 다섯 팀에 이른다. 법회 등 각종 행사가 있으면 항상 함께 온다.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이다. 이런 부부팀이 많아서 모임이 탄탄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천장사 북콘서트
음력 보름날에 다시 한번 모이기로 했다. 그 날은 2월 24일이 된다. 일요법회를하루 당겨서 토요일인 2월 24일에 하기로 했다. 그날 천장사에 대한 책을 준비하려 한다.
2012년부터 천장사에 다녔다. 갈 때마다 기록을 남겼다. 블로그에 써 놓은 글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기로 했다. 글은 30개 가량 된다. 책으로 만들어 놓으면 400페이지 가량 될 것 같다. 사진도 풍부하게 실려 있다.
천장사에 대한 글은 개인적인 이야기로 되어 있다. 천장사 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쓴 것이다. 일요법회에 대한 글도 있고 행사에 대한 것도 있다. 이렇게 글을 모아서 책으로 남겨 놓으면 천장사의 작은 역사가 될 것이다. 일종의 북콘서트를 하고자 한다.
천장사는 멀리 있다. 안양에서 120키로 가까이 되기 때문에 큰 마음 먹고 가야 한다. 그래서 큰 행사가 있을 때 간다. 그런데 갈 때마다 가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가? 반겨 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당진거사 부부, 벨라거사부부, 수월거사부부, 무량거사부부, 태평거사부부가 특히 반겨준다. 이런 맛에 천장사에 다닌다.
2024-02-04
담마다사 이병욱
'국내성지순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장사 2024년 금강 방생법회 (8) | 2024.04.08 |
---|---|
인생해제는 없을까? 천장사 북토크 (14) | 2024.02.24 |
천장사 달빛음악회 (13) | 2023.10.30 |
글 쓰는 스님, 현진스님의 마야사 (0) | 2023.07.30 |
삼일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데, 처마와 처마가 맞닿아 있는 구인사 (0) | 2023.06.18 |